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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연 "고언만 하면 내부 총질···능력 안되니 사망하자는것"

중앙일보 2019.11.19 00:05 종합 1면 지면보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세연 한국당 의원이 18일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세연 한국당 의원이 18일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불면증이 왔다. 한 달쯤 됐다. 2016년 탄핵 정국에서 그랬는데 그 증세가 또 찾아왔다. 하루에 네 시간 정도밖에 못 잔다. 전날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세연(47·3선·부산 금정·사진) 자유한국당 의원은 인터뷰를 시작하며 “어제 잠은 잘 잤느냐”는 첫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예상은 했지만 불출마를 결정하기까지 힘들고 괴로웠던 모양이다. 그의 지적대로 “당을 위해 노력을 해도 변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불출마 선언 3선 김세연 인터뷰
“탄핵정국 이어 또 불면증 찾아와”

한국당 의원 한분 한분은 좋은데
집단사고 함정서 벗어나지 못해

민주당 불출마·총선기획단 보면
한국당이 해야 할 조치 착착 진행

김 의원은 자신의 불출마 선언과 관련, “이대로 있다가는 진짜 역사의 죄인이 되겠다 싶어 불출마하기로 한 것”이라며 “누구의 탓을 할 생각도, 누구를 비난할 생각도 없다. 우리 능력으론 상황을 타개할 수 없으니 장렬하게 사망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죽어서 우리가 살자는 게 아니고, 우리가 죽으면 나라가 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불출마 이유가 여러 가지 원인일 텐데 대표적인 이유 하나만 말해달라”는 질문에 “그냥 고언을 하면 일상적인 내부 총질이나 지도부 흔들기가 돼 버린다”며 “상황의 심각함을 크게 알려야 되겠다는 생각에 (불출마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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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고언하면 내부 총질 돼 버려 불출마 선언했다” 

 
김 의원과의 인터뷰는 18일 오전 중앙일보 7층 회의실에서 진행했다.
 
지금 심경은 어떤가.
“특별히 달라진 건 없다. 항상 정치에 대한 어떤 불만족, 자괴감 이런 것들이 계속 있었기 때문에…. 그냥 담담하다.”
 
주변 반응들은.
“예상보다 격려가 훨씬 더 많아 좀 의외였다. 예상보다 반발은 그렇게 크진 않은 것 같다.”
 
인상적인 게 있었나.
“장문의 글을 쓴다는 건 응축된 생각과 노력이 담긴 건데, 그런 글들을 많이 받았다.”
 
불출마 결정하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나.
“사실 이런 생각은 정치를 처음 할 때부터 오랫동안 누적이 돼 왔었다. 그래서 불출마 선언문에 정치 혐오증을 고백한다는 말씀도 드렸다. 굳이 결심의 계기가 됐다면 지난 일주일간 겪었던 일이다. 지난 12일, 3040 당협위원장 6명이 ‘당을 해체하라’며 위원장직에서 사퇴했다. 원외 위원장들은 공천을 받아야 당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데 그 자그마한 기득권을 버리는 걸 봤다. 또 얼마 전 2030의 목소리를 반영하겠다는 취지로 총선기획단의 세미나가 있었다. 그 자리에서 나왔던 얘기가 폐부를 찔렀다. ‘청년 세대의 의견을 들어 고치겠다고 한들 달라지는 게 없을 거다. 기획단에 앉아있는 여러분들이 그 자리에 있기 때문에 문제가 고쳐지지 않는 것이다. 누구의 이야기를 들어 바꾸겠다고 하지 말고 자리를 다 비키고 거기에 젊은이를 앉혀라’는 누군가의 말이었다. (※최근 여야가 총선기획단을 출범시켰다. 민주당의 경우 15명 중 여성이 5명, 2030 청년층 4명이었지만 한국당은 12명 중 여성이 한 명이고 2030은 없었다). 그리고 또 김성찬 의원의 불출마 선언(15일)을 보고는 타이밍을 최종적으로 결심했다.”
 
불출마 선언문의 내용 중 ‘존재 자체가 민폐다’ ‘좀비 같은 정당’ 등의 내용은 김 의원의 평소 발언과 성향보다 강도가 세다.
“이 정도 강도로 얘기하지 않으면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을 거라고 봤다. 제 관찰과 진단의 엑기스를 추출해서 말씀드린 거다.”
  
예상보다 격려가 훨씬 더 많아 의외
 
비호감 정도가 역대급 1위라고 했는데 실제 내부에선 어떤가.
“한 분 한 분은 그렇지 않은데 집단 사고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인적 구성의 다양성에도 문제가 있다. 그동안 공천에 문제가 많아 구성원의 다양성이 아주 저하된 상태다. 또 여의도연구원장을 하면서 2030세대와 호응할 수 있는 주제들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우리와 생각이 다르다고 틀렸다고 할 게 아니라 이해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그런데 거기에 대해 반향이나 울림이 있기는커녕 오히려 역풍이 부는 게 한국당 구조다. ‘아예 건널 수 없는 단절이 있구나’ 하는 걸 시간이 갈수록 절감했다.”
 
황교안 리더십은 어떻게 보나.
“인간적으로는 아주 훌륭한 분이다. 강직하면서도 온화함을 동시에 갖추기가 쉽지 않다. 다만 나라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제1야당 대표를 맡으시기에 이전에 정치적인 환경에 노출이, 너무 그런 기회가 없었다 보니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는 게 참 안타깝다.”
 
황 대표가 ‘지도부 총사퇴’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는데.
“저는 어제 말씀을 다 드렸고, 수용 여부는 각자의 몫이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제시한 3원칙, ‘탄핵의 강을 건너자, 개혁 보수로 나가자, 낡은 집을 허물고 새집을 짓자’와 김 의원 주장이 크게 다른가.
“통합이란 어젠다를 놓고 보면 잘 정리된 원칙들이다. 하지만 낡은 집을 허물고 새집을 짓자는 것은 통합을 전제로 누가 어디에 들어가고 하는 건데 제가 말하는 건 통합과 관계없이 한국당의 관점에서만 말한 거다.”
 
당내에서 ‘총선을 앞두고 당을 해체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반발도 나오는데
“그만큼 인식이 다르다는 것을 반증하는 게 아닌가 싶다.”
 
불출마 선언은 당에 대한 실망이 더 큰 건가, 기대가 더 큰 건가.
“제가 해체를 촉구한 것은 기대가 없기 때문에 그런 거다. 다만 제가 보수 정당이 없어져야 한다고 말한 게 아니라, 새로운 미래의 보수 정당이 건설되기 위해, 지금의 한국당이 자리를 비켜줘야 한다는 거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불출마를 선언했다. 여권의 총선 대응 움직임은 어떻게 보나.
“제가 한국당에 대한 기대가 어렵다고 판단했던 이유 중의 하나가 한국당이 해야 할 조치들을 민주당이 착착 진행하고 있다는 거다. 한국당에서는 그런 인식이나 행동을 보지 못해 더더욱 이래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일단 이철희·표창원 두 분의 불출마 선언이 신호탄을 쏜 셈이었고 총선기획단의 구성도 우리와 달랐다. 그리고 공천 룰 논의를 일찌감치 해서 불확실성을 제거했다.”
  
좀비·민폐 … 메시지 전하려 강한 표현
 
총선 후엔 정계 은퇴를 하는 건가.
“작년에 이순신 장군의 정신에 대해 공부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일을 준비할 때는 철저히 하고, 일을 행할 때는 사력을 다하고, 일을 마친 후에는 돌아보지 마라’는 대목이 있었다.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는 게 목표고, 이다음에 내가 뭘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을 넣으면 사사로움이 들어가 일을 제대로 못 한다고 생각한다. 그 이후의 문제는 제 머릿속에 있지 않다.”
 
불출마 선언이 물갈이 방아쇠를 당길 것 같나.
“각자가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하는 거기 때문에 강요에 의하거나 압박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제가 촉구를 하지만 선배 동료 의원들을 압박하기 위해서는 전혀 아니고, 다만 같이 자성을 하고, 한 번 생각을 해봐 주십사 하는 거다. 그런 촉구를 드리는 것에 지나지 않고,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알 수가 없다. 근데 누군가는 이야기를 해야 시작이 될 것 같아서 한 것이다.”
  
신용호 논설위원 novae@joongang.co.kr
정리=김혜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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