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임종석 고속도로 대신 국도 선택? 여당선 “86퇴진론 안고 간다는 뜻”

중앙일보 2019.11.19 00:05 종합 4면 지면보기
임종석

임종석

“어제 내내 ‘왜 그랬을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외곽 활동 후 대선 직행” 분석 제기
“중진들 퇴진 압박 더 커져” 의견도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그의 정계 은퇴 선언은 정말 예상치 못한 일이다”라며 페이스북에 쓴 말이다.
 
전날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사진)의 불출마 선언을 둘러싼 민주당 의원·당직자들 사이의 대화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보다는 ‘왜 그랬을까’에 집중됐다. “통일 운동에 매진하겠다”는 임 전 실장의 말은 문재인 정부 초대 비서실장과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을 맡으며 차기 대권 잠룡으로 부상한 인물의 정치적 고별사치곤 너무 ‘탈정치적’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재단(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등을 통한 정치 외곽 활동으로 보폭을 넓혀 대선으로 직행하려는 포석”(수도권 초선 의원)이란 해석도 나오지만 정치적 난이도로 보면 더 어려운 길이다. 비유하자면 고속도로(국회) 대신 국도(NGO)를 택한 격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염두에 둔 종로가 아니어도 지역구 당선 후 당 대표를 거쳐 대선에 도전하는 등의 방식이 합리적 시나리오”라며 “대놓고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임 전 실장 본인은 총선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민주당 내에선 그의 불출마로 ‘조국 사태’로 떠오른 ‘86(80년대 학번, 60년대생) 퇴진론’은 수그러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76학번으로 학생운동 선배 격인 우원식 의원은 86그룹에 대해 “그들의 집단적 헌신성은 어떤 정치세력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라며 “근거 없이 86들을 기득권 집단으로 매도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민주개혁 세력을 분열시키게 될 것”이라고 감쌌다.
 
우상호 의원도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저도 우리(86그룹)가 무슨 자리를 놓고 정치 기득권화가 돼 있다고 말하는 것에 약간 모욕감 같은 걸 느끼고 있었다”며 “‘내가 왜 굳이 욕먹으면서 국회의원의 탐욕을 가지고 움직이는 것처럼 보여야 하나. 내가 진짜 하고 싶었던 통일 운동으로 돌아가지’라는 식으로 정리해 온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수도권 3선 의원은 “임 실장이 ‘86 퇴진론’을 안고 가겠다는 뜻을 몸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수도권에 몰려 있는 4선 이상 중진들이 큰 압박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재선 의원은 “세대교체론에 직면한 86그룹에서 상징적 희생양이 나온 셈이라, 이젠 중진들이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충청 지역구의 한 초선 의원은 “임 전 실장은 50대 중반의 재선 이력밖에 없었다”며 “패스트트랙 정국이 끝나면 중진 퇴진론이 본격적으로 제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장혁·하준호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