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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식의 야구노트] 패배 이유보다 중요한 패배 ‘이후’

중앙일보 2019.11.19 00:03 경제 6면 지면보기
2006년 12월 2일 도하 아시안게임 야구 한·일전. 한국 선발투수는 지나치게 긴장한 듯했다. 4-0으로 앞선 3회 말, 볼넷 2개를 내줘 1사 1·2루에 몰렸다. 이어 2타점 2루타와 투런홈런을 맞고 교체됐다. 한국은 7-7 동점까지 따라붙었다. 하지만 한국 마무리투수는 9회 말 끝내기 3점포를 맞았다. 이틀 전, 대만에 2-4로 졌던 한국은, 사회인(실업) 리그 선수로 구성된 일본에 이길 거라 생각했다. 충격의 7-10 역전패. 한국 올스타팀이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에 그친 이 사건을 ‘도하 참사’라 부른다.
 

프리미어12 준우승, 올림픽 진출
도하 참사 극복하고 베이징 기적
젊은 선수 급성장은 소중한 성과

‘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 출전했던 한국 야구대표팀이 18일 귀국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준우승했다. 김경문 감독은 "국민이 많은 성원을 보내주셨는데 죄송하다. 내년 도쿄 올림픽에서 만회할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하겠다"며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지는 못했지만 젊은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했다. 올림픽 전망은 밝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17일 결승전에서 1회 초 김하성·김현수의 홈런을 앞세워 일본에 3-0으로 앞서다가 3-5 역전패를 당했다. 4년 전 첫 대회 우승팀 한국은 대회 2연패에는 실패했지만, 도쿄 올림픽 출전권(6개국)을 따냈다. 인천=정시종 기자

‘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 출전했던 한국 야구대표팀이 18일 귀국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준우승했다. 김경문 감독은 "국민이 많은 성원을 보내주셨는데 죄송하다. 내년 도쿄 올림픽에서 만회할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하겠다"며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지는 못했지만 젊은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했다. 올림픽 전망은 밝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17일 결승전에서 1회 초 김하성·김현수의 홈런을 앞세워 일본에 3-0으로 앞서다가 3-5 역전패를 당했다. 4년 전 첫 대회 우승팀 한국은 대회 2연패에는 실패했지만, 도쿄 올림픽 출전권(6개국)을 따냈다. 인천=정시종 기자

일본전 한국 선발은 류현진(32), 마무리는 오승환(37)이었다. 훗날 메이저리그(MLB) 정상급 투수가 된 두 사람의 첫 아시안게임은 이렇게 참혹했다. 나중에 국가대표 테이블세터로 맹활약하는 정근우(37)·이용규(34)도 도하에서는 날렵하지 못했다.
 
참사 9개월 전, 한국 야구는 메이저리거가 대거 참가한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4강에 올랐다. 야구 변방 한국이 예선에서 미국·일본을 연파했다.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러나 ‘도하 참사’는 잔뜩 부푼 기대감을 펑 터뜨렸다. WBC 성과는 박찬호·이승엽·서재응·김병현 등 당시 해외파가 만들어 낸 거라 해도 할 말이 없었다.
 
‘도하 참사’의 당사자들은 꽤 많이 비난받았다. 당시 20대 초반이던 선수들의 스트레스가 상당했다. 그러나 그들은 열패감을 털고 다시 달렸다. 이들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09년 WBC 준우승의 주역으로 성장했다.
 
12일 한국은 프리미어12 수퍼 라운드에서 대만에 0-7로 대패했다. 16일 수퍼 라운드(8-10 패)와 17일 결승전(3-5 패)에서 만난 일본은 아시안게임 때와 달리 프로 선발팀이었다. 16일 일본전 5회 초 1사 만루에서 강백호의 우익수 플라이 때 3루 주자 이정후가 태그업에 실패한 모습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5회 말 1사 2루에서 좌익수 김현수의 포구 실수도 아쉬웠다. 17일 결승전 3회 초 김하성의 무리한 2루 태그업 후 아웃, 3회 말 3루수 허경민이 내준 내야안타, 5회 초 1루 주자 김상수의 협살 아웃 등 세밀한 플레이에서 졌다. 힘과 스피드에서 밀려도, 수비와 주루에서는 빈틈이 없던 과거 대표팀과 전혀 달랐다. 그렇다고 이런 게 패배의 근본 원인은 아니다.
 
원인은 따로 있다. 양현종·김광현에 의존하는 선발진은 한계를 보였다. 중심타자 박병호(대회 타율 0.179)·김재환(0.160)·양의지(0.087)의 부진도 처참했다. 계획이 틀어져도 김경문 감독은 선발진과 중심타선을 손대지 않고 끝까지 밀고 갔다. 패배 이유는 이처럼 명확하다. 중요한 건 패배 이후다.
 
한국은 이번 대회 최우선 목표인 도쿄 올림픽 출전권은 손에 넣었다. 진짜 승부는 내년 8월이다. 올림픽을 앞두고 김 감독은 젊은 선수를 대거 뽑아 프리미어12에서 뛰고 넘어지게 했다. 16일 이승호를 깜짝 선발투수로 내보냈고, 볼넷을 남발하는 고우석이 이닝을 끝내게 한 것이 그런 이유다.  
 
귀국 후 취재진과 인터뷰 하는 김경문 야구대표팀 감독. 인천=정시종 기자

귀국 후 취재진과 인터뷰 하는 김경문 야구대표팀 감독. 인천=정시종 기자

프리미어12에서 이영하는 8과 3분의 1이닝 동안 1점만 내주며 마운드의 주축으로 떠올랐다. 이정후(타율 0.385)·강백호(0.333)의 급성장도 확인했다. 중견 선수가 된 조상우와 김하성·김상수·허경민도 시행착오를 겪었다. ‘도하 참사’가 ‘베이징 기적’의 밑거름이 된 것처럼, 김 감독과 선수들은 이번 실패를 두고 괴로워만 해선 안 된다. 더 신중하고 독해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나바 아쓰노리 일본 감독은 우승 후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그는 “한국은 강하다. 우리가 두 경기를 이겼지만, 종이 한 장 차이였다”고 말했다. 그건 립서비스였다. 이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 종잇장 차이라도 뒤집지 못하면 앞뒷면은 바뀌지 않는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김식 야구팀장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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