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해진·손정의 동맹’ 핵심 포스트에 라인의 신중호

중앙일보 2019.11.19 00:03 경제 3면 지면보기
이해진(52)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겸 라인 회장과 손정의(62) 소프트뱅크 회장의 한·일 동맹이 현실화됐다. 한·일 양국의 최대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와 일본 소프트뱅크의 자회사 Z홀딩스는 18일 라인-Z홀딩스 간 경영 통합을 위한 기본합의서(이하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한·일 양국에 각각 공시했다.
 

“50대 50 지분 합작사 신설” MOU
경영은 프로덕트 위원회가 주도
기술 앞선 라인이 CPO 맡게 된 듯
최종통합 땐 매출 12조원 기업 탄생

두 회사는 50대 50의 지분율로 합작회사(JV)를 새로 세운 뒤, 이 회사가 Z홀딩스의 공동 최대 주주가 되도록 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Z홀딩스는 지주회사로 산하에 네이버의 라인과 소프트뱅크의 야후재팬 등을 거느리게 된다.올해 중 본계약을 거쳐 2020년 10월까지 통합 절차를 완료한다는 목표다.
 
라인-Z홀딩스 경영통합 완료 후 예상 구조.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라인-Z홀딩스 경영통합 완료 후 예상 구조.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두 회사는 그간 일본 내 ‘페이(모바일 간편결제) 전쟁’ 등 자주 회자되던 라이벌이었다. 그런데 협력을 넘어 피와 살을 나누는 경영 통합을 약속한 것이다. 네이버가 다른 상장 회사와 손잡고 JV를 세우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글로벌 IT 거인인 구글, 그리고 알리바바·텐센트·바이두로 대표되는 중국계 정보기술(IT)기업의 부상에 맞서 불필요한 경쟁을 중단하고, 일본 시장부터 평정하겠다는 게 이번 MOU의 단기 목표다.
 
경영통합 작업은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겸 라인 회장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직접 주도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이 GIO는 특히 일본에 머물며 경영통합 작업을 챙겼다. 그는 지난 6월 네이버를 “(미국·중국 등) 거대 글로벌 회사들의 제국주의에 맞서고 살아남은 기업”, “끝까지 저항했던 삼별초”에 비유한 바 있다. 손 회장 역시 최근 들어 투자실적 부진과 이로 인한 소프트뱅크의 실적 악화 등으로 일본 내수에서의 지나친 출혈 경쟁은 피해야 하는 상황이다. 통합 역시 손 회장이 먼저 라인 측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중호

신중호

문제는 누가 실질적인 경영권을 쥐느냐다. 통합 회사는 이사회 하부조직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총괄하는 ‘프로덕트 위원회’를 둔다. 임기 3년의 프로덕트 위원회 초대 책임자(Chief Product Officer·이하 CPO)는 신중호 현 라인 대표가 선임됐다. 위원회는 통합회사 전체 중요 제품과 서비스의 기획과 개발, 개시·폐지, 자금과 매출 예산, 인원의 배분 등을 결정한다. 5대5 동수인 위원회에서 의견이 갈릴 경우, 최종 결정권까지 CPO가 갖는다.
 
신 대표는 라인을 일본 1위의 메신저로 키워낸 ‘라인의 아버지’로 통한다. 이 GIO의 오른팔이다. 올 4월부터 라인의 공동 대표를 맡아왔다. 이날 오후 일본 현지 간담회에서도 “(경영 관련한 의사결정은) CPO가 모든 결정권을 가진다”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업계에서는 “빅데이터나 인공지능(AI) 관련 기술에서 네이버나 라인이 야후재팬에 앞서있는 만큼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는 평이다.
 
라인(2071억엔)과 Z홀딩스(9647억엔)의 지난해 매출을 단순 합산하면 1조 1718억엔(약 12조5200억원)이다. 이는 일본 최대 라쿠텐(1조1014억엔)을 넘어선다. 월 1억명이 넘는 사용자 기반 또한 일본 최대다.
 
라인은 태국과 대만, 인도네시아 등에서 메신저 1위다. 동남아 시장 공략을 위한 운신의 폭도 더 넓어지는 셈이다. 하지만 이는 두 회사가 유기적 결합을 제대로 할 때의 얘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일본 외의 시장에선 이미 기존 강자들이 지배적 위치를 장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웹 트래픽 분석 사이트인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에서 구글의 검색 점유율은 92.64%에 이른다. 바이두가 2.13%로 2위다.
 
한편 일본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을 받는 일도 개인 정보 과점화 이슈로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수기·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