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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소프트뱅크 '한일 동맹'···'이해진 오른팔' 경영권 쥔다

중앙일보 2019.11.18 18:39

‘이해진 vs 손정의’에서 ‘이해진&손정의’로 

이해진(52ㆍ사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겸 라인 회장과 손정의(62ㆍ사진) 소프트뱅크 회장의 한·일 동맹이 현실화됐다. 한ㆍ일 양국의 최대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와 일본 소프트뱅크의 자회사 Z홀딩스는 18일 라인-Z홀딩스 간 경영 통합을 위한 기본합의서(이하 MOUㆍ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한ㆍ일 양국에 각각 공시했다.
 
이해진 네이버 GIO 겸 라인 회장(왼쪽),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중앙포토]

이해진 네이버 GIO 겸 라인 회장(왼쪽),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중앙포토]

 
두 회사는 50대 50의 지분율로 합작회사(JV)를 새로 세운 뒤, 이 회사가 Z홀딩스의 공동 최대 주주가 되도록 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Z홀딩스는 지주회사로서 산하에 네이버의 라인과 소프트뱅크의 야후재팬 등을 거느리게 된다. 두 회사는 이날 MOU를 시작으로 올해 중 본계약을 거쳐 2020년 10월까지 통합 절차를 완료한다는 목표다.
 
라인-Z홀딩스 경영통합 완료 후 예상 구조.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라인-Z홀딩스 경영통합 완료 후 예상 구조.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왜 통합 나섰나

두 회사의 경영 통합은 일종의 충격요법이다. 두 회사는 그간 일본 내 ‘페이(모바일 간편결제) 전쟁’ 등 대결 구도로 자주 회자되던 라이벌이었다. 그런데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선을 넘어 서로의 피와 살을 나누는 경영 통합을 약속한 것이다. 네이버가 다른 상장 회사와 손잡고 JV를 세우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경영 통합을 두고 일본 전국시대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의 영지 교체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당시 이에야스는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강권에 맞서는 대신 기존 영지를 버리고 황무지나 다름없던 간토 8주(현재 도쿄 일대)로 옮겨가 에도 막부의 기틀을 닦았다. 두 회사 모두 기존 시장에서 누리던 것들을 과감히 포기하고 새로 도전하는 상황이 이에야스의 행보와 비슷해 보인다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 사업영역이 겹칠 경우 기존 사업에서의 철수 등도 원점에서 다시 검토될 수 있다. 
 
라인의 '라인페이'와 소프트뱅크의 '페이페이'는 지난해 연말 '20% 환급 이벤트', '송금 이용자에게 포인트 300억엔치 제공(라인)' 등 현금성 치킨게임으로 사용자 확보에 나서 일본에서 화제가 됐다. [사진 각 사]

라인의 '라인페이'와 소프트뱅크의 '페이페이'는 지난해 연말 '20% 환급 이벤트', '송금 이용자에게 포인트 300억엔치 제공(라인)' 등 현금성 치킨게임으로 사용자 확보에 나서 일본에서 화제가 됐다. [사진 각 사]

 
글로벌 IT 거인인 구글, 그리고 알리바바·텐센트·바이두로 대표되는 중국계 정보기술(IT)기업의 부상에 맞서 불필요한 경쟁을 중단하고, 일본 시장부터 평정하겠다는 게 이번 MOU의 단기 목표다.
  
이해진 네이버 GIO(왼쪽)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연합뉴스]

이해진 네이버 GIO(왼쪽)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연합뉴스]

 
경영통합 작업은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겸 라인 회장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직접 주도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이 GIO는 특히 일본에 머물며 경영통합 작업을 챙겼다. 그는 지난 6월 네이버를 “(미국ㆍ중국 등) 거대 글로벌 회사들의 제국주의에 맞서고 살아남은 기업”, “끝까지 저항했던 삼별초”에 비유한 바 있다. ‘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손 회장 역시 최근 들어 투자실적 부진과 이로 인한 소프트뱅크의 실적 악화 등으로 일본 내수에서의 지나친 출혈 경쟁은 피해야 하는 상황이다. 경영 통합 역시 손 회장이 먼저 라인 측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권은 누가 쥐나

신중호 라인 공동대표 [중앙포토]

신중호 라인 공동대표 [중앙포토]

 
문제는 누가 실질적인 경영권을 쥐느냐다. 통합 회사는 이사회 하부조직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총괄하는 '프로덕트 위원회'를 둔다. 임기 3년의 프로덕트 위원회 초대 책임자(Chief Product Officerㆍ이하 CPO)는 신중호 현 라인 대표가 선임됐다. 프로덕트 위원회는 통합회사 전체 프로젝트의 성장(매출ㆍ이익 포함)을 책임지도록 하는 만큼 권한은 막중하다. 중요 제품과 서비스의 기획과 개발, 개시ㆍ폐지, 자금과 매출 예산, 인원의 배분 등도 이 위원회가 결정한다. 5대5 동수인 위원회에서 의견이 갈릴 경우, 최종 결정권까지 그가 갖는다. 
신 대표는 라인을 일본 1위의 메신저로 키워낸 '라인의 아버지'로 통한다. 이 GIO의 오른팔이다. 올해 4월부터 라인의 공동 대표를 맡아왔다. 이날 오후 일본 현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도 "(경영 관련한 의사결정은) CPO가 모든 결정권을 가진다"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네이버 측이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과 관련, 업계에서는 “빅데이터나 인공지능(AI) 관련 기술 부문에서 네이버나 라인이 야후재팬에 앞서있는 만큼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는 평이 다수다. 
 

일본·해외시장 공략 전망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야후재팬과 라인의 경영통합이 중국 텐센트의 '위챗' 같은 '슈퍼 앱(Super App)'을 탄생시킬 것으로 관측했다. [사진 블룸버그통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야후재팬과 라인의 경영통합이 중국 텐센트의 '위챗' 같은 '슈퍼 앱(Super App)'을 탄생시킬 것으로 관측했다. [사진 블룸버그통신]

 
통합이후 Z홀딩스(합작사)는 메신저 ‘라인’, 포털 ‘야후재팬’, 커머스 ‘야후쇼핑’과 ‘조조(일본 최대 의류 쇼핑몰)’, 금융 ‘재팬넷뱅크’ 등을 거느리게 된다. 라인(2071억엔)과 Z홀딩스(9647억엔)의 지난해 매출을 단순 합산하면 1조 1718억 엔(약 12조5200억원)에 이른다. 이는 일본 최대 쇼핑ㆍ인터넷 기업인 라쿠텐(1조1014억엔)을 넘어선다. 월 1억명이 넘는 사용자 기반 또한 일본 최대 수준이다. 미·중 거인들에 맞설 덩치와 체력이 어느 정도 갖춰지는 셈이다. 불필요한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일도 가능하다.
 
라인은 태국과 대만, 인도네시아 등에서 메신저 1위다. 동남아 시장 공략을 위한 운신의 폭도 더 넓어지는 셈이다. 하지만 이는 두 회사가 유기적 결합을 이뤄 제대로 시너지를 낼 때의 얘기다. 
 
두 회사가 손을 잡더라도 동남아 시장 공략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일본 외의 시장에선 이미 기존 강자들이 지배적 위치를 장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웹 트래픽 분석 사이트인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에서 구글의 검색 점유율은 92.64%에 이른다. 바이두가 2.13%로 2위다. 
 
한편 일본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을 받는 일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와 관련 도쿄신문은 "일본 공정위의 새 지침안으로 기업 합병을 심사할 때 개인정보가 어느 정도 집중되는지 고려하게 됐다"며 "두 기업의 통합은 개인 정보의 과점화라는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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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기ㆍ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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