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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변화 우선" 일관된 靑, 여론 업고 지소미아 종료 가시화

중앙일보 2019.11.18 18:09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 고노 다로 일 방위상(왼쪽부터)이 17일 (현지시간) 태국 방콕에서 열린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에 앞서 손을 맞잡고 있다. 에스퍼 장관은 정 장관과 고노 방위상의 손을 꼭 쥐며 ’동맹, 동맹 맞죠?(allies, allies right?)“라고 말했다. 이날 한·미·일은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두고 입장차만 확인했다.  [연합뉴스]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 고노 다로 일 방위상(왼쪽부터)이 17일 (현지시간) 태국 방콕에서 열린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에 앞서 손을 맞잡고 있다. 에스퍼 장관은 정 장관과 고노 방위상의 손을 꼭 쥐며 ’동맹, 동맹 맞죠?(allies, allies right?)“라고 말했다. 이날 한·미·일은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두고 입장차만 확인했다. [연합뉴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 종료되는 23일 0시까지 채 5일도 남지 않았다. 청와대는 “일본의 변화 없이는 지소미아 연장은 없다”는 입장이 강고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18일 “일본에서 아무런 움직임이 없으면 지소미아는 이대로 종료하는 게 불가피하다”며 “군사 정보 측면의 타격은 일본이 입게 마련”이라고 주장했다.
 
한·일 양국은 공개·비공개 대화 채널을 가동하며 논의를 이어갔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전날 태국 방콕에서 고노 다로 일본 방위성과 만났지만, 입장차만 확인하고 끝났다. 
 
지소미아 종료는 청와대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운 사안이다. 공개적으로든, 비공개로든 “지소미아가 끝나더라도 한·미 동맹은 굳건하다”고 말하지만, 지소미아 연장을 종용하는 미국의 압박은 전례 없을 정도로 직접적이었다. 미국 주요 당국자들은 “지소미아와 관련해 지속되는 갈등은 오직 북한과 중국에만 이득이 될 뿐”(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이라는 식의 메시지를 연달아 내놨고, 당장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더불어 한·미 관계를 근본부터 뒤흔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청와대의 기류는 그간 크게 요동치지 않았다. ‘원인 제공을 일본이 했으니, 그쪽에서 움직이지 않으면 그냥 간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청와대의 인식을 대표하는 건 문재인 대통령의 관련 발언이다. 문 대통령이 가장 최근에 지소미아를 언급한 것은 지난 10일, 5당 대표와의 청와대 회동 때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회동 후 “일본의 경제침탈과 지소미아 문제는 초당적으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초기부터 경제침탈이자 침략으로 여겨온 인식이 그대로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여론은 ‘종료’를 염두에 둔 청와대의 우군이자 부담이다. 외교적 사안을 여론에 따라 결정하는 게 온당하냐는 논란은 차치하고 말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18일 공개한 설문 결과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자가 과반(55%)으로, ‘철회해야 한다’(33%)보다 20%포인트 이상 많았다. 앞서 동아시아연구원이 이달 초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60.3%로 반대(18.9%)의 세 배 이상이었다. 지지하는 이유로는 79.8%가 일본 정부의 부당한 조치에 대한 정당한 대응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아무런 ‘액션’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지소미아를 연장하기에는 국내 정치적 부담이 크다. 결과적으로 지소미아 국면을 전환할 선택지를 일본이 쥐고 있는 셈이지만, 일본에서도 “수출 규제 조치를 철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결국, 양국 정상의 극적인 결단 없이는 지소미아 종료는 일단 예정된 수순이 됐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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