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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지급하던 생일기념 케이크, 내년부터 안 준다면…

중앙일보 2019.11.18 15:00

[더,오래] 최인녕의 사장은 처음이라(6)  

 
최근 직장인들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힙지로(을지로)’ 한 호프집에 김 사장, 이 사장, 복 사장이 모였다. 이들 셋은 대학생 때 창업동아리에서 만나 비슷한 시기에 회사를 세웠고, 지금은 어엿한 기업을 이끌고 있는 사장님들이다. 회사에 90년대생이 몰려오는 요즘 세 사장님의 대화 주제는 ‘사내 복지’다. 최근 직원들의 추세는, 업계 수준을 웃도는 연봉을 준다 해도 조직 문화와 회사의 복지가 맘에 안 들면, 입사를 꺼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자, 이거. 회사에 몇장 있길래 자네들 주려고 가져왔어.” 김 사장이 영화예매권 4장을 내놓았다. 김 사장은 매월 직원들 생일에는 케이크 쿠폰을 선물해주고, 매달 실적이 가장 좋은 팀 전체에는 영화예매권을 쏜다고 했다. 얼마 전에는 방콕으로 전사 해외 워크숍도 다녀왔다고 했다. 크고 작은 기념일마다 직원들에게 상품권을 챙겨 주고 있는 김 사장은 본인의 회사가 나름 복지 좋은 회사라고 자부했다.
 
기업을 이끌고 있는 회사 사장님 셋이 모였다. 대화 주제는 '사내 복지'다. 매달 실적이 가장 좋은 팀 전체에는 영화예매권을 쏜다는 김 사장은 나름 복지가 좋은 회사라 자부했다. [사진 pxhere]

기업을 이끌고 있는 회사 사장님 셋이 모였다. 대화 주제는 '사내 복지'다. 매달 실적이 가장 좋은 팀 전체에는 영화예매권을 쏜다는 김 사장은 나름 복지가 좋은 회사라 자부했다. [사진 pxhere]

 
이 사장은 자랑을 늘어놓는 김 사장 앞에서 ‘그거 우리 회사는 이미 다 하는 건데’라는 말을 차마 하지 못했다. 이 사장의 회사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생일 케이크와 영화예매권 지급, 도서지원, 해외 워크숍 등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얼마 전 직원들로부터 회사의 복지가 열악하다는 불만을 접했다.
 
회사는 회사대로 직원 복지를 위해 비용을 지출하고 있지만, 직원들은 케이크·영화예매권·도서지원 등은 회사에서 당연히 제공하는 것이고, 해외 워크숍은 회사 행사에 참여하는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복 사장의 회사는 유능한 인재를 끊임없이 스카우트하고, 직원 근속률이 높기로 유명했다. 그래서 셋이 비슷한 시기에 창업했음에도 불구하고 복 사장의 회사는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복 사장의 회사는 아주 먼 수도권 외곽에 있는데도 직원들이 그만두지 않고 다닌다는 점이다. “아, 우리 회사 근처에는 영화관도 없어서. 영화예매권 대신 직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게 뭔지 오랫동안 고민했지. 그랬더니 출퇴근을 힘들어하는 직원, 신혼부부인데 회사가 너무 멀어서 주말 부부 하는 직원이 꽤 있더라고. 그래서 회사 근처에 집을 얻는 직원에게는 전세·매매자금대출 이자를 지원해주고 있어. 물론 근속 기간 2년 이상인 직원에게만. 그랬더니 회사 근처에 집을 얻어 가족끼리, 부부끼리 같이 지내기도 하고, 커뮤니티도 만들며, 오래 다니는 직원이 많아졌지.”
 
유능한 인재들을 끊임없이 스카우트하고, 직원 근속률이 높기로 유명한 복 사장은 회사 근처에 집을 얻는 직원들에게는 전세·매매자금대출 이자를 지원해주고 있다. [사진 pixabay]

유능한 인재들을 끊임없이 스카우트하고, 직원 근속률이 높기로 유명한 복 사장은 회사 근처에 집을 얻는 직원들에게는 전세·매매자금대출 이자를 지원해주고 있다. [사진 pixabay]

 
복 사장은 5년 이내에 회사가 좀 더 성장하면, 회사 차원에서 전세자금의 일부를 대출해주는 제도도 고민 중이라고 했다. 김 사장과 이 사장은 매년 사내 복지를 위해 쓰는 비용과 전세·매매자금대출 이자를 비교해보기 시작했다.

 
“우리 회사도 복 사장네 회사처럼 당장 전세·매매자금대출 이자를 지원하는 복지제도로 바꿔야겠네. 현재 주고 있는 상품권이나 해외워크숍 같은 건 모두 중단하고, 복 사장 회사처럼 효과적인 제도로 바꿔야겠어.” 김 사장은 새로운 복지 제도를 실행하기로 마음먹었다.
 
“우리 경쟁사는 직원에게 일정 금액의 복지카드도 주고, 사내 카페테리아에서 식·음료를 무료로 제공한다고 하는데…. 나는 이렇게 복지에 투자하는 비용보다는 회사의 성장이 급선무라고 생각해 차라리 매출이 많이 나오면 인센티브를 더 주려고 해.” 이 사장은 요즘 자사보다 더 나은 경쟁사의 복지혜택을 부러워하면서 자기 회사에 불만을 가진 직원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당분간은 변화를 주지 않기로 했다.
 
복 사장 회사의 복지제도를 벤치마킹해 기존 제도를 중단하려는 김 사장의 경우 자칫 직원들은 기존 혜택을 받았다가 뺏겼다며 회사에 대한 불만이 더 커질 수 있다. 이는 회사와 직원 간의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한번 시행하기로 한 복지 혜택을 회사의 상황에 따라 혹은 사장의 생각이 바뀌어서 중단하는 것은, 오히려 시작을 안 한 것만 못하다.
 
그러기에 복지 제도를 새롭게 시작하거나 변경할 경우 어떤 혜택이 우리 회사 직원들에게 동기 부여가 될지를 자사의 여건과 상황에 맞게 매우 신중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직원들은 더 좋은 복지혜택을 누리면서 동기부여를 받아 일하길 원하며, 시행됐다가 중단되는 사내 복지제도에 감정적으로 상처 입고 결국 업무 의욕을 잃거나 이직을 결심할 수도 있다. [사진 pxhere]

직원들은 더 좋은 복지혜택을 누리면서 동기부여를 받아 일하길 원하며, 시행됐다가 중단되는 사내 복지제도에 감정적으로 상처 입고 결국 업무 의욕을 잃거나 이직을 결심할 수도 있다. [사진 pxhere]

 
이 사장의 경우 경쟁사의 복리후생 제도와 이에 대한 직원들의 생각이나 분위기를 잘 파악하고 있으며, 매출에 따른 인센티브를 주게 되면 경쟁사의 복지제도에 상응할 것이라고 판단한다. 그러나 경쟁사 간 복지혜택의 차이가 너무 크면, 직원들은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보여지는 복지제도를 놓고 동종업계 내 회사들을 비교하게 되고, 이는 이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회사의 규모와 적정 비용을 고려해 경쟁사와 큰 차이가 벌어지지 않도록 복지제도를 계획하는 것이 필요하다.
 
매출과 이익, 성장을 보고 달려가기에도 바쁜 회사의 입장에선 복지가 우선순위가 아닐 순 있다. 그러나 직원들은 더 좋은 복지혜택을 누리면서 동기부여를 받아 일하길 원하며, 시행됐다가 중단되는 사내 복지제도에 감정적으로 상처 입고 결국 업무 의욕을 잃거나 이직을 결심할 수도 있다. 
 
우수한 직원들과 함께 회사를 건강하게 성장시키길 원한다면 복 사장 회사의 복지제도가 어떤 점에서 성공적이었는지 한번 생각해보면 어떨까?
 
INC 비즈니스 컨설팅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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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녕 최인녕 INC 비즈니스 컨설팅 대표 필진

[최인녕의 사장은 처음이라] 전직 경영인. 남의 회사를 내 회사처럼 소중히 여기며 치열하게 일했더니, 남의 회사 경영까지 하게 됐다. 외국계 기업 21년, 국내기업 8년, 다수의 스타트업 자문을 하면서 얻은 노하우와 경영 비법을, 내 회사를 설립하고 운영하는 모든 사장님들에게 아낌없이 공유하고자 한다. 왜? 내 회사는 더 소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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