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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직 공무원 ‘백혈병 순직’ 첫 인정될까

중앙일보 2019.11.18 11:25
업무 중 백혈병으로 사망한 사무직 공무원에 대해 처음으로 순직이 인정될지 곧 결정된다.
17일 외교부에 따르면 오는 20일 열리는 인사혁신처 공무원 재해보상 심의위원회에서 백혈병으로 급서한 고(故) 문덕호(사망 당시 59세) 전 주핀란드 대사의 순직 여부를 심의한다. 인정될 경우 사무직 공무원이 백혈병으로 숨졌을 때 순직으로 보는 첫 선례가 된다.  

급서 故 문덕호 대사 순직 여부 20일 심의

4월 임지에서 백혈병으로 급서한 고 문덕호 전 주핀란드 대사. [연합뉴스]

4월 임지에서 백혈병으로 급서한 고 문덕호 전 주핀란드 대사.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부임한 문 전 대사는 5개월만인 올 4월 임지에서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부임 전 혈액 검사에서는 아무 이상이 없었지만, 독감 증세로 병원에 입원한 지 8일 만에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숨졌다.

공무원이 업무-발병 연관성 입증해여

그동안 백혈병 등 특수질병에 걸렸을 경우 공무상 재해나 순직으로 인정받기 어려웠던 이유는 발병과 업무 간 연관성을 공무원 당사자나 유족이 입증해야 했기 때문이다. 비전문 의료인일 경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공무원 재해보상 심의위원회는 의료인, 변호사 등 11~15명으로 구성되는데 의학적 인과 관계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고 한다. 관련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지금까지 심의위에서 사무직 공무원의 백혈병 순직을 인정한 경우는 한 건도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심의위 결정에 불복해 법적 소송을 제기해 판단이 뒤집어진 적은 있다. 2013년 1월 취침 중 다리에 통증을 호소하며 인근 병원에 입원, 급성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사흘 만에 패혈성 쇼크로 사망한 고(故) 이우재 전 중앙지법 부장판사의 경우다.  
4월 핀란드에서 타계한 문덕호 주 핀란드대사의 영결식이 5월6일 오전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외교부 제공=연합뉴스]

4월 핀란드에서 타계한 문덕호 주 핀란드대사의 영결식이 5월6일 오전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외교부 제공=연합뉴스]

당시 심의위가 업무 연관성 미비를 이유로 순직을 인정하지 않자 이 전 부장판사의 유족은 유족 보상금 부지급 결정 취소 청구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순직을 인정했지만, 항소심에서는 “과로와 발병 간 연관성의 근거가 충분치 않다”며 순직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은 "규범적 관점상 인과관계도 인정"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은 인과 관계와 관련해 “반드시 의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돼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증명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또 “상당한 정도의 과로와 스트레스 누적으로 인한 면역력 저하는 감염의 진행에 영향을 줄 수 있고, 고인은 이로 인해 패혈증이 발병했거나 패혈증이 급격히 악화해 사망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순직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문 전 대사도 실무 직원이 네 명인 작은 공관에서 대통령 핀란드 국빈방문(6월)과 국회의장의 에스토니아(문 전 대사의 겸임국) 공식 방문(5월) 등 주요 외교행사를 준비하는 현지 업무를 총괄했다.

문 전 대사, 소인수 공관서 과로 시달려   

문 대사의 초과근무 현황은 2월 20.5시간, 3월엔 47시간이었다. 외교부 관계자는 “현지인 행정기사의 초과근무수당이 높아서 공관 예산에 부담이 될까 봐 문 전 대사는 퇴근은 정시에 하되 일을 관저로 가져가 업무를 계속했다. 실제 초과근무 시간은 훨씬 길다”고 전했다. 3월 주핀란드 대사관 실무직원의 1인당 평균 초과근무 시간은 107시간이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5월6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문덕호 주핀란드대사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뉴스1]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5월6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문덕호 주핀란드대사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뉴스1]

추가검사를 좀처럼 하지 않는 핀란드 의료서비스 환경도 문제였다. 문 전 대사는 몸이 나빠지기 시작했을 때 현지 병원을 두 차례 내원했지만, 축농증 진단만 받고 돌아왔다. 한국에 있었다면 조기 발견도 가능했을 수 있다.
숨지기 전까지 두 달 넘게 독감 증세에 시달린 문 전 대사는 주말을 낀 핀란드 부활절 연휴(4월 19~22일) 때 직원들에게 “모처럼 푹 쉬면서 회복해보겠다”고 했지만 22일 증세가 악화해 병원에 긴급 입원했고 30일 사망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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