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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 대회라지만 야구 세계화 아직 멀었다

중앙일보 2019.11.18 06:59
'세계 최강(世界最强) 12'. 프리미어12 결승전이 열린 17일 일본 도쿄돔에서는 이 문구를 쉽게 볼 수 있었다. 세계 야구 최강국을 가린다는 캐치프레이즈와 달리 이번 대회는 규모, 운영, 선수 기량 등에서 수준 이하였다.
 

WBC와 경쟁한다며 메이저리거 불참
평균 관중 경기당 1만명 넘기 힘들어
한국어 모르는 한국 통역원 우왕좌왕
욱일기 등장에 "IOC도 금지 안 한다"

지난 15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프리미어12 수퍼 라운드 멕시코와 한국의 경기. 관중석에 빈좌석이 많이 보였다. [연합뉴스]

지난 15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프리미어12 수퍼 라운드 멕시코와 한국의 경기. 관중석에 빈좌석이 많이 보였다. [연합뉴스]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은 아마추어 국가대행전인 야구 월드컵 대회를 2011년 폐지했다. 대신 '야구의 세계화'를 목표로 내건 프리미어12를 출범시켰다.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이 주관하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성장에 위기감을 느껴서다. 4년마다 열리는 프리미어12는 별도 예선 없이 세계 랭킹 상위 12개 팀이 출전한다. 2015년 첫 대회(한국 우승)가 열렸고, 이번 대회는 2020 도쿄올림픽 예선까지 겸해 관심을 끌었다.
 
리카르도 프라카리 WBSC 회장은 "프리미어12는 야구 세계화의 또 다른 모습이다. 전 세계 모든 프로리그를 칭찬해야 한다. 그들의 노력 없이 이 정도 수준의 대회를 만들 수 없다"며 "내년 여름, 우리는 세계 최고의 스포츠 대회 올림픽을 위해 일본에 다시 모인다. 전 세계 야구인들이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라카리 회장의 자화자찬과 달리 프리미어12는 출발부터 부실했다. 참가 선수 면면은 '세계 최강'이라는 구호가 무색했다. 한국과 일본·대만은 최정예 선수단을 내보냈다. 류현진(LA 다저스)과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 등 메이저리거가 불참했지만, 자국 올스타라고 할 만한 선수들이 출전했다. 그러나 나머지 나라는 선수 구성도 여의치 않았다. MLB가 각 구단 40인 명단에 포함된 선수의 대회 참가를 불허했기 때문이다. 최지만(탬파베이 레이스)처럼 대표팀 합류를 희망했던 선수도 뛰지 못했다.
 
한 때 '아마추어 최강'이었던 쿠바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율리에스키 구리엘(휴스턴), 아롤디스 채프먼(뉴욕 양키스) 등 특급 메이저리거가 출전하지 못했다. 2017 WBC 준우승팀 도미니카공화국도 마이너리거로 팀을 꾸렸고, 수퍼 라운드(6강)에 오르지 못했다. 축구로 치면 프랑스가 앙투안 그리즈만, 킬리안음바페, 은골로 캉테 등을 빼고 월드컵에 나가 16강에 들지 못한 격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프리미어12는 계속해서 열리겠지만, MLB 측과 선수 선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대회 수준을 끌어올리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흥행도 실패다.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조별리그 C조 한국전 3경기 관중은 총 2만5499명이었다. 경기당 1만 명이 채 되지 않았다. 2017 WBC(평균 1만4252명)보다도 적다. 대만에서 열린 B조 경기도 대만-일본전(2만465명)을 빼고는 관중 1만명을 겨우 넘겼다. A조 경기를 치른 멕시코에서도 평균 관중 1만 명을 넘기지 못했다. 도쿄돔에서 열린 수퍼 라운드도 마찬가지였다. 16일 한·일전에서 처음으로 만원 관중(4만4224명)을 기록했다.
 
대회 운영도 부실했다. WBSC가 고용한 한국어 통역은 한국어를 잘 몰랐다.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감독과 선수들이 기자회견장에 발을 묶이는 해프닝이 일어났다. 한국-미국전에서 발생한 비디오 판독 오심(홈 태그 상황)에 대해 WBSC는 묵묵부답이다. KBO에서 "비디오 판독관이 누구였는지", "어떤 과정으로 판독했는지" 등을 질의했으나, "알려줄 수 없다"는 대답만 나왔다. 경기 중 로진백을 바꿔 달라는 선수 요청도 심판이 거절했다.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결승전에서 한 관중이 욱일기를 들고 있다.[연합뉴스]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결승전에서 한 관중이 욱일기를 들고 있다.[연합뉴스]

16일 한·일전에서는 욱일기까지 등장했지만, 이를 들고나온 일본 팬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17일 결승전에도 욱일기가 등장했다.  WBSC는 KBO의 항의에 "현재 분쟁 상황이 아니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금지하지 않은 걸 WBSC가 제한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KBO가 한국 국민 정서 등에 관해 설명했지만, WBSC는 "일본야구기구(NPB)와 방송사 측에 문제가 될 만한 영상이 나가지 않도록 협조를 요청하겠다"고만 대답했다.
 
'최고'를 뜻하는 대회 이름 프리미어와 달리, 수준과 품격은 '일류'와 거리를 둔 채로 제2회 대회를 마쳤다.
 도쿄(일본)=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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