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 입고 성행위 만화는 아동 음란물"
1ㆍ2심은 아동 음란물이 아니라고 보고 임씨에게 일부 무죄를 선고했다. 아동ㆍ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일명‘아청법’)은 ‘명백한 아동’으로 보일 경우에만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데, 주어진 정보만으로는 성인 캐릭터로 볼 여지도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식의 모호한 설정으로 법망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지난달 31일 대법원은 해당 애니메이션 속 등장인물이 “모두 사회 평균인의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보아 명백하게 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다”며 사건을 2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특히 대법원이 직접적으로 언급한 기준은 ‘교복’과 ‘학교’였다.
실제 '교복 포르노'는 무죄…무슨 차이일까
![2014년 같은 해, 가상 캐릭터가 교복을 입은 음란 애니메이션을 유포한 남성은 처벌받은 반면 실제 성인 여성이 교복을 입고 등장한 포르노를 유포한 남성은 처벌받지 않았다. [중앙포토]](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1/18/ed6bcd5a-ba36-47ce-9935-b2a0acb40c4a.jpg)
2014년 같은 해, 가상 캐릭터가 교복을 입은 음란 애니메이션을 유포한 남성은 처벌받은 반면 실제 성인 여성이 교복을 입고 등장한 포르노를 유포한 남성은 처벌받지 않았다. [중앙포토]
실제 사람이 등장하는 음란물은 어떨까. 미국ㆍ일본 등 해외에서 제작되는 합법 포르노에는 성인이 교복을 입고 출연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 경우 아동 음란물로 처벌하지 않는다는 판례가 있다. 2014년 대법원은 성인이 출연한 ‘교복 음란물’에 대해 “등장인물이 다소 어려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쉽사리 아동ㆍ청소년음란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결했다.
이 때문에 이제는 애니메이션에 대한 잣대가 일반 음란물보다도 더 엄격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반 음란물의 경우 출연 배우의 나이를 증명할 방법이 많지만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는 나이 설정이 없는 경우 교복 같은 표현만으로도 아동 음란물로 분류될 여지가 생긴다”고 말했다. 아동 음란물의 경우 제작하고 배포하는 것 이외에 소지만으로도 처벌이 가능하다.
미국도 '음란 애니' 처벌, 다만 "수위 달리해야" 지적도
![지난해 '다크웹'을 통한 아동음란물 사이트가 국제 공조를 통해 적발됐다. 해외 이용자는 소지만 해도 징역 5년의 처벌을 받은 반면, 우리나라는 사이트 운영자가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아 아동 성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일었다. [중앙포토]](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1/18/6dd0250c-abf2-4ad6-9b35-22f0238d6bfd.jpg)
지난해 '다크웹'을 통한 아동음란물 사이트가 국제 공조를 통해 적발됐다. 해외 이용자는 소지만 해도 징역 5년의 처벌을 받은 반면, 우리나라는 사이트 운영자가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아 아동 성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일었다. [중앙포토]
다만 실제 아동을 출연시킨 음란물과 ‘가상 표현물’은 다른 범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비판이 인다. 촬영 과정에서 아동이 실제로 성적 학대를 당하는 아동 포르노와 현실에서 아동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애니메이션은 달리 봐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박경신 교수는 “실제 살인을 하는 것과 살인을 미화하는 영화를 제작하는 행위를 다른 범죄로 처벌하는 것과 같은 논리”라고 설명했다.
애니메이션 규제 강화 이전에 아동 포르노 배포·소지에 대한 처벌 수위부터 올려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달 '다크웹'을 통한 국제 아동 음란물 사이트 적발로 검거된 이용자들이 해외에서 징역 5년 등의 처벌을 받은 반면 우리나라는 한국인 운영자가 징역 1년 6월형을 선고받은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물론 아동과 성적 묘사가 함께 나오는 모든 작품이 처벌 대상인 건 아니다. 전체적인 줄거리와 예술성 등을 고려해 ‘음란물’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허용된다. 만화 ‘크레용 신짱’에서 짱구가 성기를 노출하거나 영화 ‘은교’에서 여고생이 성관계를 하는 장면이 나와도 아청법으로 처벌받지 않는 게 그 사례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