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청년 10명 중 9명 창업 원해

탈북청년들의 창업을 위한 설문조사보고서. 자료:아산나눔재단,우리온
아산나눔재단이 올해 처음으로 북한이탈주민 등 소외된 청년을 위한 창업 지원 프로그램 ‘아산상회’를 시작한 것은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창업 수요는 넘쳐나지만 정작 창업할 방법을 모르는 탈북청년들에게 '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기 위한 것이다. 특이한 것은 한국인과 외국인, 탈북민을 한팀으로 묶어 창업팀을 구성하려는 점이다. 국내 최초 시도다. 박지훈 아산나눔재단 사회변화교육팀 팀장은 “해외 나가면 다 같은 한국 사람인데 한국 사람끼리만 있으면 북한이탈주민이 냉대와 차별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글로벌한 환경에 노출해 아예 차별을 없애고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극복해 창업에 나서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정남이 아산나눔재단 상임이사. 김상선 기자
탈북민·한국인·외국인 짝 이뤄 창업실험 '아산상회'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원 코리아 엔터프레뉴어 나잇(One Korea Entrepreneur Night) 에서 '잇고잇고'팀이 프로젝트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아산나눔재단]](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1/18/d51fec15-63af-429a-aa52-f5be1d31830a.jpg)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원 코리아 엔터프레뉴어 나잇(One Korea Entrepreneur Night) 에서 '잇고잇고'팀이 프로젝트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아산나눔재단]
멘토로 참여한 협동조합경영연구소 송인창 소장은 “공동의 목표를 만들고 함께 해결하기로 한 것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며 “다만 단순히 모이기만 해선 협동이 될 수 없으니 보다 구체적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제3국에서 아이 낳은 경험 창업에 반영

아산상회에서 창업을 준비 중인 위시스쿨팀 참가자 박아영, 박영은, 김영란씨. 박민제 기자
북한 출신만 낼 수 있는 사업아이템 강점
또 다른 팀원인 박영은(23)씨는 “북한이탈주민 출신이 주축이 돼 심리적 사회적 멘토링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이를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을 통해서 확장해나가는 사업을 구상 중”이라고 설명했다.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원 코리아 엔터프레뉴어 나잇(One Korea Entrepreneur Night) 에서 아산상회 '비다늘'팀이 프로젝트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아산나눔재단]](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1/18/bc969893-8a4f-4a52-9f69-d78756023630.jpg)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원 코리아 엔터프레뉴어 나잇(One Korea Entrepreneur Night) 에서 아산상회 '비다늘'팀이 프로젝트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아산나눔재단]
전 씨는 어렸을 적부터 프로그램 개발을 공부했고 프리랜서로 웹사이트 제작일을 해왔다. 그는 “지금까지 많은 창업 교육을 수강했는데 대부분 비슷비슷했다”며 “아산상회는 북한이탈주민, 외국인이 함께 작업하다 보니 보다 열린 마음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많이 나오고 팀 캐미(조합)도 더 좋은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목숨걸고 탈북, 기업가정신 잠재력"

북한이탈주민 전영재(22)씨는 아산상회 창업팀 두곳에서 개발자로 활동하고 있다. 박민제 기자
박지훈 팀장은 “정주영 회장이 경일상회라는 쌀가게에서 시작해 현대그룹을 일궜던 것처럼 우리는 IT(정보기술)뿐만 아니라 일반 소상공인 사업에서도 글로벌 회사가 나올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이탈주민이 지금 당장은 창업 관련 아이템에 대한 감이 떨어지고 뒤처져 보일 수 있지만, 목숨을 걸고 탈북했던 이들이라 기업가 정신 잠재력 하나는 충분하다"며 "장점을 제대로 발휘한다면 스타트업의 요람인 판교테크노밸리를 주름잡는 주역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판교=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