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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국당 수명 다했다”…불출마 선언한 김세연 의원의 고언

중앙일보 2019.11.18 00:17 종합 34면 지면보기
자유한국당의 김세연(3선·부산 금정·47)의원이 어제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기업인 출신인 김 의원은 차세대 리더군으로 꼽힐 만큼 정치권에선 신망이 두터운 정치인으로 통한다. 그런 만큼 그의 불출마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중진 용퇴론’이 제기된 이후에도 서로 눈치만 볼 뿐, 성찰과 쇄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나온 김 의원의 결단은 용기 있는 행동으로 박수받을 만하다.
 

“소통·공감 안 되니 조롱하는 걸 몰라”
창조적 파괴, 환골탈태 지적 새겨야

문제는 김 의원이 지적한 대로 지금 한국당이 중진 몇 사람의 용퇴로는 해결될 수 없는 중병을 앓고 있다는 점이다. 조국 사태로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층마저 등을 돌리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당은 반사이익은커녕 오히려 지지율 정체가 고착화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이제 수명을 다했다. 대선 승리는커녕 총선 승리도 이뤄낼 수 없고, 무너지는 나라를 지켜낼 수 없다”는 김 의원의 통렬한 지적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다. 김 의원은 또 “한국당의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 “생명력을 잃은 좀비 같은 존재”라며 ‘창조적 파괴’를 주문했다.
 
그의 진단대로 한국당은 20대 총선(2016년), 19대 대선(2017년)에 이어 지난해 지방선거까지 잇따른 선거에서 내리 참패했다. 그런데도 자성과 뼈를 깎는 혁신은커녕 박근혜 대통령 탄핵·구속 2년이 지나도록 친박-비박 싸움에 여념이 없다. 최근엔 조국 사태로 인한 민심 이반에 도취해 박찬주 전 육군 대장 영입 발표 해프닝, 조국 장관 청문위원 표창장 수여, 패스트트랙 의원 공천 가산점 부여 발언 등 스스로 지지율을 갉아먹는 퇴행적 모습마저 보였다. 국민으로부터의 불신과 외면을 자초했다.
 
김 의원은 어제 불출마를 발표하며 내놓은 글에서 자성과 함께 한국당에 대한 예리한 지적을 담았다. 그는 “광화문광장에서 한국당이 주최하는 집회는 조직 총동원령을 내려도 5만 명 남짓 참석하지만, 시민단체에서 주최하는 집회에는 그 10배, 20배의 시민이 참여한다. 민주당 정권이 아무리 폭주를 거듭해도 한국당은 한 번도 민주당을 넘어서 본 적이 없다. 엊그제는 정당지지율 격차가 다시 두 배로 벌어졌다. 한마디로 버림받은 것이다. 비호감 정도가 역대급 1위다. 감수성·공감 능력도, 소통 능력도 없으니 사람들이 우리를 조롱하는 걸 모르거나 의아하게 생각한다.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되는 게 섭리다. 섭리를 거스르면 종국에는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다.” 구구절절 옳은 얘기고 지금의 현실을 날카롭게 짚은 진단이다.
 
김 의원은 18대 때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으로 당선된 뒤 한나라당(한국당 전신)에 입당했다. 박 대통령 탄핵 사태 때 당을 떠나 바른미래당에 몸담았다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국당에 복당했다. 나름의 정치 역정을 겪으면서 야권 통합 논의 과정과 한국당이 처해 있는 상황을 냉철하게 내다본 것이라 할 수 있다. 김 의원은 한국당이 기사회생하기 위해선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를 포함해 함께 책임지고 함께 물러나 당을 해체한 후 백지에서 새롭게 시작하자”며 ‘대의를 위한 백의종군’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김 의원의 주장처럼 한국당은 이제 눈앞의 작은 이익을 버리고 환골탈태해야 한다. 정치공학에 따른 유불리와 셈법을 버리고 뼛속까지 바꿔야 한다는 김 의원의 고언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내년 민심의 심판대에서 도태돼 정말로 역사의 죄인이 될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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