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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조국 부부가 ‘기준’이 된 검찰 개혁

중앙일보 2019.11.18 00:17 종합 32면 지면보기
김원배 사회부에디터

김원배 사회부에디터

고교 시절 교련이나 체육 시간에 줄을 섰던 기억이 난다. 선생님이 학생 한 명을 ‘기준’으로 정하고 종대나 횡대를 지시하면 그 학생은 손을 들고 기준을 외쳤다. 다른 학생은 기준을 중심으로 대열을 만들어야 한다. 군대에 가면 받는 훈련이기도 하다. 기준이 되면 아무래도 편하다. 반면 기준에서 멀면 몸이 고달프다.
 
몇달 간 의혹의 중심에 있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4일 비공개 소환조사를 받았다. 조 전 장관은 자신이 법무부 장관에 취임한 이후 추진한 소위 검찰 개혁의 대표 수혜자가 되는 것을 마다치 않았다. 전직 장관이 피의자 신분임에도 검찰청 포토라인에 서지 않는 것은 익숙하지 않은 광경이다.
 
2016년 12월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었던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 국민연금이 찬성하도록 압력을 넣었다는 혐의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소환됐다. 그는 소환조사 중 긴급체포돼 수갑을 찬 모습이 공개됐다. 도주했다 붙잡힌 것도 아니었다. 보통의 피의자가 소환조사 후 귀가하고,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사례와 비교하면 이례적이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문화계 블랙리스트 연루 혐의로 포토라인에 섰다.
 
조국 전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일과 시간 내 조사’라는 혜택을 봤다. 정 교수는 검찰 조사 내내 노출되지 않았고 10월 23일 법원의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출두하는 모습이 생중계됐지만 여러 방송에서 얼굴을 흐리게 처리했다.  
 
조 전 장관은 임명 과정에서도 선례를 만들었다. 국회의 인사청문회가 무산될 상황에 놓이자 그는 9월 2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전 언론사 기자들이 그를 기준으로 갑작스럽게 모여야 했다. 일방적으로 진행한 간담회에서 당시 후보자였던 조 전 장관이 했던 발언 몇몇은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는 딸이 고교 시절 썼다는 단국대 의대 제1저자 논문(병리학회가 9월 5일 취소)이 입시 과정에서 고려대에 제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를 받은 고려대 관계자는 해당 논문이 조 전 장관 딸의 입시 자료 제출 목록에 있었다고 언론에 밝혔다. 조 전 장관은 아내와 딸, 아들이 투자한 사모펀드는 “블라인드 펀드라서 투자 대상을 알 수 없다”며 자료까지 준비해서 설명했지만, 검찰 수사에 따르면 이 보고서는 기자간담회 전 정 교수의 요청에 따라 만들어진 것으로 나온다. 국회에서 생중계로 혼자서 장시간 해명할 기회를 가진 것은 조 전 장관이 처음이다. 대체 왜 조국 부부가 계속 기준이 돼야 하는지 의문이다.
 
조 전 장관이 얘기하던 ‘앙가주망(지식인의 사회 참여)’은 어디로 갔나. 사회 참여란 자기희생을 전제로 하는 것이지 가장 먼저 혜택을 보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조 전 장관은 임명 전 “가족들은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조 전 장관 역시 검찰에서 사실상 진술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한다. 차라리 검찰청사에 나와 “내가 포토라인에 서는 마지막 사람이길 기대한다”고 말하는 게 의연하지 않았나.
 
검찰이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 만큼 조 전 장관은 기소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젠 법정에서 조 전 장관 부부가 또 어떤 기준을 만들지 궁금하기까지 하다. 부디 더는 새 기준의 수혜자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럴수록 조 전 장관이 말했던, 그리고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 개혁의 진정성을 믿기 어려워진다.
 
김원배 사회 부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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