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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연합공중훈련 연기하자, 북한은 인권 트집

중앙일보 2019.11.18 00:04 종합 1면 지면보기
한·미 군 당국이 이달 중 예정됐던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은 17일 태국 방콕 아바니 리버사이드호텔에서 열린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에서 만난 뒤 “양국 국방부 간 긴밀한 협의와 검토를 거쳐 연합공중훈련을 연기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에스퍼 장관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 결정은 외교적 노력과 평화를 촉진하는 환경을 조성하려는 선의의 조치”라며 “북한도 이에 상응하는 성의를 보여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한·미 “선의의 조치, 북한도 성의를”
북 “인권 결의한 미국과 대화 못해”

에스퍼 “북·중에 이익되면 안돼”
지소미아 종료 결정 철회 요구
고노 “방위협력 지속적 증진해야”
NHK “한·일 회담 평행선으로 끝나”

지난해의 경우 한·미는 비질런트 에이스로 불리는 연합공중훈련을 공식 유예하고 대신 대대급 이하의 연합훈련은 예년처럼 실시했다. 군 당국자는 “올해는 대대급 이하 연합공중훈련을 하지 않는다”며 “상징적 결정”이라고 밝혔다. 해당 연합훈련이 시작된 2015년 이래 대대급 이하 연합훈련까지 연기 방침이 나온 건 처음이다.
 
하지만 훈련 연기 발표 후 북한은 외무성 담화를 내 지난 14일 유엔 제3위원회에서 북한 인권결의안 통과를 비난하며 “우리 공화국을 국제형사재판소 따위와 연결시키는 미국과 마주앉을 필요는 더더욱 없다”고 주장했다. 외무성은 “앞으로 조·미 대화가 열려도 우리와의 관계개선을 위해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는 문제가 대화 의제에 오른다면 몰라도 그 전에 핵문제가 논의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 vs 미·일 지소미아 이견 확인…정경두 “역사 문제로 난관”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이 17일 태국 방콕 아바니 리버사이드 호텔에서 열렸다. [연합뉴스]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이 17일 태국 방콕 아바니 리버사이드 호텔에서 열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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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 재개의 조건으로 제재 해제에 체제 보장을 요구해 온 북한이 이번엔 ‘인권 불간섭’ 보따리까지 얹은 셈이다.
 
앞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시한 닷새를 앞두고 열린 한·미·일 3국 국방 수장 만남에서도 한·일 간 평행선은 계속됐다. 에스퍼 장관은 이날 아바니 리버사이드호텔에서 열린 3국 회담 모두발언에서 “동맹국 간 정보 공유의 중요성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며 “우리 모두가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중국과 북한에 이익이 되도록 하는 양자 간 문제를 극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명시했다. ‘양자 간 문제’는 지소미아 종료로, 종료 결정을 철회하라는 요구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방위상도 “우리가 할 일은 3국 간 방위 협력을 지속적으로 증진하고 지역 평화와 안정 유지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라고 3국 협력을 강조했다.
 
반면에 정 장관은 “동북아 지역 강대국들은 힘의 논리로 자국 이익과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입장이 두드러지면서 역내 불안정을 초래하고 있다”며 “최근엔 인접 우방국인 한·일 간에도 역사·정치·경제 문제로 안보협력이 크고 작은 난관에 봉착해 있는 안타까운 순간”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근본 원인이라는 취지다.
 
국방부는 회담 후 한·미·일 공동 언론보도문을 통해 “정보 공유와 고위급 정책협의, 연합훈련을 포함해 3국 안보협력을 증진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군 당국자는 “지소미아 유지를 전제로 하는 구절이 아니다”며 “과거에도 나온 원론적 수준의 문구”라고 말했다.
 
이날 회담장에선 에스퍼 장관, 정 장관, 고노 방위상 순서로 들어와 사진촬영을 했다. 정 장관이 악수하며 사진을 찍자고 제안해 세 장관이 손을 잡았는데, 가운데 선 에스퍼 장관이 정 장관과 고노 방위상의 손을 꼭 쥐며 “동맹, 동맹 맞죠?(allies, allies right?)”라고 말했다. 한·일 국방장관은 웃었다. 엇갈리는 한·일과 양국을 잡아끄는 미국이라는 현재의 한·미·일 구도 그대로였다.
 
이날 앞서 열린 한·일 국방장관 회담장에 입장하면서 정 장관은 ‘양측의 긍정적인 기류가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짧게 답했다. 정 장관은 회담 종료 후 기자간담회에서 “일본에서는 지소미아를 계속해 유지해 나가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은 이어 “그 이후(6월 이후) 일본이 수출규제 조치를 하면서 ‘(한국이) 안보상의 신뢰를 훼손해 그런 조치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기 때문에 우리가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정 장관은 일본의 태도 변화 가능성과 관련, “지금 할 수 있는 말이 없다”고 답했다. NHK와 지지통신 등 일본 언론도 “이날 양국 장관 회담이 평행선으로 끝났다”고 보도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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