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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선택 학생 55%↑…예방예산 0

중앙일보 2019.11.18 00:03 종합 16면 지면보기
최근 4년간 초·중·고등학생의 극단적 선택이 55%나 늘었지만 정부의 학생자살예방을 위한 사업 예산은 몇년째 0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초·중·고 학생 144명이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고, 우리나라 10대 청소년의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인데도 정부가 팔짱만 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생명 그 소중함을 위하여 (31)
초·중·고 위험군 2만명 넘는데
교육부 내년 예산에도 미편성

17일 국회 자살예방포럼에 따르면 교육부는 2020년 예산안에 학생자살예방 지원 사업을 위한 예산을 한푼도 반영하지 않았다. 학생 자살 사망자 수는 2015년 93명, 2016년 108명, 2017년 114명, 2018년 144명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사망자 가운데는 초등생(3명)도 포함돼 충격을 안겨준다.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학생 수는 지난해 709명으로 교육부가 해당 조사를 시작한 2011년(37명) 이래 최다로 기록됐다. 또 ‘자살위험군’으로 분류된 학생은 지난해 2만3324명으로 2015년 8613명, 2016년 9624명, 2017년 1만8732명 등 매년 크게 늘고 있다. 양두석 안실련 자살예방센터장(가천대 겸임교수)은 “저출산으로 학생 수는 10년새 3분의 1 가까이 줄어들었는데 스스로 목숨을 끊는 학생 수는 오히려 늘고있는 비극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내년도 학생자살예방 예산을 한푼도 편성하지 않았다. 조명연 교육부 학생건강안전과장은 “교육부도 자살예방정책을 적극적으로 펴고 싶지만 기획재정부 반대로 예산을 배정하지 못했다. 전국으로 분산시켜 보면 사안의 심각성이 떨어지고 그만큼 지원 우선 순위에서 밀릴 수 밖에 없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시·도 교육감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자살예방 사업 예산을 떼어 지원해야 하지만 ‘교육’에 집중하는 교육청 특성상 학생들의 정신건강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그나마 시·도교육청의 학생정신건강지원센터 예산(올해 9억3600만원)이 있지만 이마저도 2015년(15억4600만원)에 비해 쪼그라든 것이다.
 
다행스러운건 국회 교육위원회가 나서 내년도 교육부 예산안에 학생자살예방지원사업을 위한 예산 63억원을 증액 편성했다는 점이다. 교육위는 이 돈으로 자살·자해 시도 학생이나 정신건강 위험군 학생 등에 대해 초기 치료비를 지원하고, 청소년 모바일 상담센터 운영 등을 하도록 교육부에 주문했다. 하지만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본회의라는 산을 넘어야 한다.
 
홍현주 한림대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청소년 자살은 이슈는 되지만 실제 예방을 위한 예산이나 인력 투자는 전혀 이뤄지지가 않는다. 우리나라 자살예방대책이 노인 자살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아이들의 죽음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아이들은 당사자는 물론, 보호자도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영향도 크다”라고 지적했다. 국회 자살예방포럼의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학생들의 경우 교육 현장의 자살예방이 중요하기 때문에 최근 학교의 자살예방 능력을 체계화하고 강화시키는 법안을 발의했다. 자살 취약 집단에 대한 맞춤형 예방정책을 통해 소중한 생명을 지켜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양 센터장은 “학생들의 자살과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 학교 교육과 상담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카톡 등 SNS를 연계해 언제·어디서든 학생들이 쉽게 접근해 충동적인 자살 심리를 상담받을 수 있는 상담망을 확대하고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치료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중앙일보·안실련·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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