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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하는 상사? 들이받으세요”

중앙일보 2019.11.18 00:02 경제 4면 지면보기

CEO출신 유튜버 3총사, 2030에 ‘사이다 토크’

왼쪽부터 권대욱 휴넷 회장, 이강호 PMG 회장, 조환익 전 한전 사장. [사장이 미안해 유튜브 캡처]

왼쪽부터 권대욱 휴넷 회장, 이강호 PMG 회장, 조환익 전 한전 사장. [사장이 미안해 유튜브 캡처]

“넌 머리를 어디에다 두고 다니는 거야.”
 

조환익·이강호·권대욱 중·고동창
‘사장이 미안해’ 직설 유튜브 운영
“조국 사태 젊은이들에 큰 실망 줘”

직장 상사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1번. “죄송합니다.”
2번. “‘머리를 어디에다 두고 다니느냐’는 말이 무슨 뜻인지요.”
3번. “(화를 내며) 거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오.”
 
이런 상황에 현답을 제시한 유튜브가 있다. 조환익 전 한국전력공사 사장(69), 권대욱 휴넷 회장(68), 이강호 PMG 회장(68)이다. 유튜브 채널 이름은 ‘사장이 미안해’.
 
세 사람은 모두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지냈다. 중앙중·고등학교 동기동창이다. 고희를 바라보는 나이지만, 청년같은 에너지가 넘치는 이들은 젊은 세대에 도움이 되고 싶어서 유튜브를 시작했다고 한다.
 
CEO 유튜버 3인이 내놓은 정답은 2번이다. 차분하게 말하되 다른 사람도 듣게끔 또박또박 크게 말해야 한단다. 이유는 이렇다.
 
“너무하다 싶으면 들이받으세요. 그렇다고 회사 안 잘립니다.” (조환익)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당하게 끊어야 합니다.” (이강호)
 
“저런 말들을 함부로 하는 사람은 마음이 약한 사람입니다.” (권대욱)
 
지난 1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국기술센터에서 이들을 만났다. 취업난에 허덕이는 20대, ‘회사 나가면 더 춥다’는 말에 견디고 사는 30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물었다.
 
활달한 성격의 이 회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는 “글로벌 시장은 냉혹하다”며 “생존책을 스스로 찾아야 하고 프로맨십(프로정신)을 발휘해서 이겨내야 한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조 전 사장은 “우리는 20~30대에게 ‘측은지심’을 가져야 한다. 이들은 현재 ‘불평등한 대우를 받고 있다. 미래도 불공정할 것이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상황인데) 회사에서 직책명을 바꾼다거나 임원을 ‘○○님’으로 부르게 한다고 해서 젊은 직원들이 어디 신바람 나게 일하겠느냐”라고 꼬집었다. 권 회장은 “힘들더라도 참고 인내력으로 극복하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며 “‘나의 삶은 무엇인가’에 대해 스스로 답을 찾는다면 극복할 힘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불거진 ‘조국 사태’에 대한 시각은 어떨까.
 
조 전 사장은 “조국 문제의 본질은 ‘불공정성’이며 거기에 청년들은 화가 난 것”이라며 “이 세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협업에 익숙하고, 혈연·지연이 없어도 기회는 동등하게 가질 수 있다고 여겼는데 생각지도 못한 탈선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번에 젊은이에게 큰 실망을 줬다”며 “우리가 할 일은 이들을 공정하게 평가하고, 신뢰 있는 사회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권 회장은 “젊은이들이 위축될 필요는 없다”며 “개개인이 얼마나 책을 읽고 글을 쓰는지까지도 빅데이터로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시대 아니냐”고 말했다.
 
이 채널의 구독자 수는 17일 현재 1만6900명. CEO가 나서서 조언해주는 채널이 많지 않다 보니 유튜브는 이들에게 ‘블루오션’이다. 가장 먼저 유튜브를 하자고 제안한 이는 조 전 사장이었다. 권 회장이 이에 응하고 이 회장이 합류했다.
 
이들은 20·30세대에게 배우는 점도 많다고 말한다. 권 회장은 “요즘 친구들은 삶의 주도권을 확실히 갖고 산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디지털에 앞서는 점이 부럽다”고 말했고 조 전 사장은 “요즘 젊은이들은 ‘신의성실의 원칙’을 일찌감치 갖고 일한다”고 높이 평가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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