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건강한 가족] 뒤통수·뒷목이 뻐근? 안면 마비 환자 절반 넘게 경험한 전조 증상

중앙일보 2019.11.18 00:01 건강한 당신 6면 지면보기
 김모(34)씨는 지난해 11월 아찔한 경험을 했다. 심한 몸살을 겪은 다음 날, 갑자기 혀가 마취한 듯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피곤한 탓이라 여겼지만 3일이 지나자 오른쪽 얼굴 전체가 굳더니 야누스처럼 양쪽 얼굴이 딴판으로 변해버렸다. 병원을 찾은 그는 처방받은 약을 먹으며 물리치료를 받았고 다행히 5주 만에 얼굴 대칭을 회복할 수 있었다.
안면 마비 증상·대처법

안면 마비 증상·대처법

 

안면 마비 온 눈 치켜뜰 때
이마 주름 생기면 뇌졸중 의심
증상 느낀 뒤 일주일 내 치료를

 
안면 마비는 얼굴의 움직임을 담당하는 안면신경이 손상돼 발생한다. 한방에서는 입과 눈이 삐뚤어졌다는 뜻으로 ‘구안와사(口眼喎斜)’라 부른다. 이름처럼 한쪽으로 눈·코·입이 돌아가고 근육이 마비돼 표정이 사라진다. 눈물·침과 같은 분비물이 조절되지 않거나 미각·청각 등 감각 기능이 변하기도 한다.
 
안면 마비의 가장 큰 원인은 면역력 저하다. 중앙대병원 신경외과 권정택 교수는 “안면 마비는 체내에 잠복해 있던 바이러스가 면역력이 약해진 틈을 타 활성화하면서 발병한다”며 “심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과로할 때, 추운 날씨에 몸이 약해진 경우 발병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 흔히 ‘추운 데서 자면 입 돌아간다’는 말도 일부 근거가 있는 셈이다.
 
 
 
스트레스·추위 탓 면역력 저하 틈타
 
안면 마비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뇌에서 나와 얼굴로 향하는 말초신경에 염증 반응을 유발한다. 염증으로 신경이 부으면서 두개골 내 ‘터널(안면신경관)’에 끼면 전기신호가 전달되지 않아 해당 부위 근육이 움직이지 않는다. 안면 마비가 주로 한쪽에만 오는 이유다. 강동성심병원 신경과 배종석 교수는 “환자의 절반 이상은 마비가 시작되기 전 뒤통수·뒷목이 뻐근해지는 증상을 경험한다”며 “이는 귀 뒤쪽에 있는 ‘터널’이 압박을 받을 때 주변 신경이 함께 자극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면 마비 환자의 70%가량은 2~3개월이 지나면 저절로 낫는다. 감기 바이러스로 인한 기침·콧물이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듯, 체내 면역 체계가 작동해 안면신경의 염증도 자연히 해소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확한 진단·치료 없이 자가 치료나 민간요법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안면 마비가 뇌졸중의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면 산소·영양 공급이 중단돼 뇌 신경이 손상되고 마비·경련 등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안면 마비는 팔 마비·언어장애·안구편위(눈이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와 함께 대표적인 뇌졸중 의심증상으로 꼽힌다.
 
 
이때는 즉시 병원을 찾아 가능한 한 빨리 막힌 부위를 찾아 뚫는 응급처치를 해야 한다. 배 교수는 “뇌졸중으로 인한 안면 마비는 발생 당일 증상이 가장 심하지만 말초신경 문제일 때는 염증과 비례해 보통 2~3일째에 마비가 가장 심하다”며 “전신에 힘이 빠지거나 걸음걸이가 이상해지는 등 다른 증상이 동반될 때도 뇌졸중을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비된 얼굴에서도 단서를 찾을 수 있다. 눈을 위로 치켜뜰 때 이마에 주름이 생기면 뇌 손상, 그렇지 않다면 말초신경 손상일 가능성이 크다. 권 교수는 “이마 주름을 만드는 뇌 신경은 양쪽에 분포돼 있어 한쪽이 망가져도 다른 쪽이 이를 보완해 주름을 만들 수 있다”며 “꼭 안면 마비가 아니라도 얼굴 한쪽이 자주 떨리거나(편측성 안면 경련), 가만히 있어도 얼굴에 심한 통증이 느껴지는 경우(삼차 신경통)에는 뇌 건강을 확인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치료 골든타임 놓치면 후유증 위험
 
안면 마비를 치료할 땐 염증을 해소하는 스테로이드를 1~2주간 처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를 통해 염증 반응을 억제하면 신경 압박이 조기 해소돼 회복 기간을 앞당길 수 있다. 얼굴 변형으로 인한 우울·불안감도 빠르게 벗어날 수 있어 정신 건강에도 긍정적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안면 마비를 빨리 치료하면 후유증 위험까지 줄일 수 있다. 안면 마비 환자의 10%가량은 치료 후에도 안면 비대칭이나 경련 등 후유증이 남는다. 신경 마비 정도가 심하거나 면역력이 약한 고령층, 당뇨병 환자 등은 이럴 위험이 더 크다. 이런 경우 가급적 빨리 염증을 가라앉히는 게 신경 변성과 근육 경직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다. 실제 안면 마비 환자가 일주일 내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으면 완전회복률이 20% 가까이 증가한다는 보고(미국이비인후과학회지, 2000)도 있다.
 
 
안면 마비 치료에는 스테로이드뿐 아니라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항바이러스제나 전기자극·마사지처럼 굳은 근육을 풀어주는 물리치료가 적용된다. 배 교수는 “겉보기엔 마비가 심해도 실제 신경 손상은 미비한 환자도 많다”며 “치료 계획을 세울 때는 초기부터 안면신경 전도검사(NCS)로 신경 상태·회복 속도 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