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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관계 영상 유포' 경찰서 특진식 간 민갑룡 청장…"적절했나"

중앙일보 2019.11.17 17:24
민갑룡 경찰청장이 지난 15일 전북 전주시 전북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열린 경찰·국과수 합동 법과학감정실 개소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갑룡 경찰청장이 지난 15일 전북 전주시 전북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열린 경찰·국과수 합동 법과학감정실 개소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갑룡 경찰청장이 취임 이후 전북을 처음 방문한 날 '성관계 영상 유포' 사건의 가해자가 근무하던 경찰서를 찾아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청 측은 "현장에서 공을 세운 경찰관을 경찰청장이 직접 만나 격려함으로써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를 근절하려는 경찰의 의지를 알리고 수사 신뢰도도 높이기 위한 일정이었다"며 선을 그었지만, "경찰 수장으로서 신중치 못한 처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북 첫 방문…"신중치 못한 처신" 지적
경찰청 "현장 경찰관 격려 차원" 반박
"여성 대상 범죄 근절 약속 무색" 비판도
국과수 합동 법과학감정실 개소식 참석
직원들, 기자 질문 막아 '과잉충성' 논란

17일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민 청장은 지난 15일 오후 전북 모 경찰서를 방문했다. 올해 굵직한 사건을 해결해 1계급 특진 대상자가 된 직원에게 직접 임용장을 주고 가족 등을 격려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경찰 안팎에서는 "장소 선택이 잘못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해당 경찰서는 동료 여경과 성관계를 암시하는 영상을 유포한 혐의(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별법 위반)로 구속된 A순경이 근무하던 곳이기 때문이다. A순경은 지난 6월 말께 피해자의 잠든 모습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몰래 찍어 동료 경찰관들이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대화방에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민갑룡 경찰청장(가운데)과 박남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오른쪽)이 지난 15일 전북 전주시 전북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문을 연 경찰·국과수 합동 법과학감정실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왼쪽은 조용식 전북경찰청장. [뉴스1]

민갑룡 경찰청장(가운데)과 박남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오른쪽)이 지난 15일 전북 전주시 전북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문을 연 경찰·국과수 합동 법과학감정실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왼쪽은 조용식 전북경찰청장. [뉴스1]

논란이 커지자 경찰청은 "(경찰서 방문은) 전북 지역 과학수사 역량을 높이기 위해 '경찰·국과수 합동 법과학감정실'이 처음 개소하는 의미가 큰 행사에 참석하면서 같은 지역에 있는 경찰서 소속 유공 경찰관을 특별승진 임용시킴으로써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 근절 및 보호에 대한 경찰의 의지도 알리고, 경찰 수사 신뢰도와 시민 체감 안전도를 제고하려 한 일정"이라고 해명했다. 
 
A순경의 '성관계 영상 유포' 사건과 이 사건과 무관한 직원의 노고를 치하하는 건 별개라는 취지다. 경찰청 관계자는 "현장 경찰관들이 국민을 위해 더 고민하고 헌신하는 경찰이 되기를 바라는 뜻에서 중요 사건을 어렵게 해결한 유공 경찰관을 현장에서 격려하는 자리를 마련해 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익명을 원한 전북경찰청 한 간부는 "지난해 7월 취임 직후 1호 정책으로 '여성 대상 범죄 근절'을 약속한 민 청장이 현직 경찰관이 동료 여경에게 저지른 성범죄 사건에 대해 사과하기는커녕 가해자가 근무하던 곳에 가서 승진 잔치를 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앞서 조용식 전북경찰청장은 지난 4일 기자 간담회에서 "뜻하지 않게 소속 경찰관이 성 영상 유포 의혹에 관련되는 사건이 발생해 청장으로 죄송하다"며 사과한 바 있다.
 
 민 청장은 이날 전주시 덕진구 전북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문을 연 '경찰·국과수 합동 법과학감정실' 개소식에 참석했다. 증거물 감정을 위해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직원이 함께 일하는 법과학감정실이 만들어진 것은 전국 지방경찰청 가운데 처음이다. 민 청장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전북경찰청을 방문한 이유다. 이 자리에서는 전북경찰청 직원들이 민 청장에게 질문하려는 취재진을 가로막아 '과잉 충성' 논란으로 번졌다.  
 
민갑룡(가운데) 경찰청장이 지난 15일 전북 전주시 전북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설치된 경찰·국과수 합동 법과학감정실 개소식에 참석해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왼쪽은 조용식 전북경찰청장. [연합뉴스]

민갑룡(가운데) 경찰청장이 지난 15일 전북 전주시 전북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설치된 경찰·국과수 합동 법과학감정실 개소식에 참석해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왼쪽은 조용식 전북경찰청장. [연합뉴스]

전북경찰청이 과거 본청장 방문 때와 달리 민 청장과의 공식 기자 간담회를 생략하자 기자들은 이동하는 민 청장을 따라붙으며 물었다. 한 기자가 "(청장께서) 국민의 경찰 이야기를 했는데 최근…"이라며 '성관계 영상 유포 사건'에 대한 의견을 물으려 하자 전북경찰청 관계자가 "다음에 좀 하시죠. 일정이 있어서…"라며 막았다. 이 관계자가 언급한 민 청장의 다음 일정은 A순경 소속 경찰서 방문이었다. 기자 질문을 막은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청장 일정이 자꾸 지연되니 (어쩔 수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김민욱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수정 : 2019년 11월 17일
 애초 기사에는 대변인실을 통해 받은 민갑룡 청장의 멘트로 보도했으나 경찰청에서 청장의 직접 멘트가 아니라 경찰청의 입장이라고 알려와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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