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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 3선 이상 용퇴론' 불 당긴 김세연···깊어진 황교안의 고민

중앙일보 2019.11.17 17:21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3선ㆍ부산 금정)의 17일 21대 총선 불출마 선언은 총선을 5개월 앞둔 보수 진영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 눈치작전만 펴던 ‘영남권 3선 이상 중진 용퇴론’의 첫 불을 댕긴 것이자, “한국당 자체가 역사의 민폐”라고 자성하는 한편, 당의 투톱(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동반 불출마까지 요구해서다.  
 
(서울=뉴스1) 이종덕 기자 =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21대 총선 불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세연 의원은 "자유한국당은 수명을 다했다"며, "존재자체가 역사의 민폐"라고 얘기했다. 또, "당을 공식적으로 완전하게 해체하자"고 주장했다. 2019.11.17/뉴스1

(서울=뉴스1) 이종덕 기자 =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21대 총선 불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세연 의원은 "자유한국당은 수명을 다했다"며, "존재자체가 역사의 민폐"라고 얘기했다. 또, "당을 공식적으로 완전하게 해체하자"고 주장했다. 2019.11.17/뉴스1

 
◆물갈이 신호탄?=앞서 이달 한국당에선 초선 유민봉 의원(비례대표)과 재선 김성찬 의원(경남 창원진해)이 연이어 “우리가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 “절박감으로 모든 것을 비워야 할 때”라고 당내에 호소하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두 의원은 모두 기자회견 전 당 지도부와 교감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작 화두였던 ‘중진 용퇴론’ 당사자들은 침묵 또는 반발로 일관했다. 인적 쇄신이 울림이 없다는 평가가 있었다.  
 
이런 가운데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당 대표도 몰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영남권 3선 이상’이라는 점에서 표면적으론 용퇴론 대상자에는 속하지만, 당내에선 그의 불출마 선언을 점치는 이는 사실상 전무했다. 부친 고(故) 김진재 전 의원에 이어 같은 지역구에서 내리 3선인 김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도 승리가 유력시됐다. 그의 젊은 나이(47)와 개혁적인 이미지는 청년 정당으로 변화하려는 당 입장에서도 필요한 재원이었다. 불출마 무게감이 남다르다는 얘기다.
 
한 수도권 한 의원은 “최연소 3선 의원이자 차기 총선이 험난하지도 않고, 용퇴론에 휘말린 적도 없는 김세연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진정성이 있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김 의원과 가까운 또 다른 의원은 “김 의원이 물갈이 신호탄을 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큰 결기를 보였다. 선배 의원의 말을 무시할 순 있어도, 후배의 용기까지 외면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4일 황교안 대표와 영남 중진들의 식사 자리에서 6선 김무성 의원이 중진들에게 “애국하는 마음으로 중진들이 용퇴해야 한다”고 했으나 달라진 점이 없는 것을 꼬집은 말이다.  
 
인적 쇄신론 요구가 거세진 영남권 중진들은 그러나 “김 의원이 큰 용단을 내렸다”고 평가하면서도, 용퇴 요구엔 여전히 선을 그었다. “김 의원이 젊은 혈기로 대안 없는 말만 했다”는 부정 평가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영남권의 한 5선 의원은 “영남 중진 용퇴론은 매 선거 때마다 나오는 얘기”라며 “내년 총선이 코앞인데, 관록 있는 중진들을 다 내보내고 치르자는 게 말이 되나”라고 했다. 한 4선 의원은 “총선 앞두고 당을 해체하자는 게 도대체 누굴 위한 것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한국당 부산시당 일각에선 이날 ‘부산 중진 의원 용퇴 촉구 기자회견’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당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김세연 의원이 용기 내 불출마 선언을 했음에도 이를 중진들이 모른 체 한다면 우리도 애당심의 마음으로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면서 “기자회견 방식과 날짜를 고민해보자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라고 전했다.  
 
◆깊어진 황교안 고민=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당 지도부에게도 커다란 부담이다. 김 의원은 “한국당은 이제 수명을 다했다. 이 당으로는 대선 승리는커녕, 총선 승리도 이뤄낼 수 없다”며 당 지도부를 직격했다. 황 대표는 취임 후 일부 지도부들의 거센 반발에도 김 의원을 여의도연구원장으로 중용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중진들이 용퇴할 명분이 생겼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솔직히 당 지도부로선 뼈 아프다. 황 대표가 총선과 보수통합을 앞두고 큰 변수가 생겼다”고 우려했다. 황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의원) 불출마 선언은 우리 당의 변화와 쇄신을 위한 또 하나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잘 검토해서 우리 당 발전의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만 짧게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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