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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12] 20세 영건 이승호, 좌완 일본 킬러 이어줘

중앙일보 2019.11.16 12:30
16일 프리미어12 일본전 선발로 낙점된 이승호. [연합뉴스]

16일 프리미어12 일본전 선발로 낙점된 이승호. [연합뉴스]

이선희, 송진우, 김기범, 구대성, 봉중근, 김광현… 한국 야구가 일본을 넘었을 땐 언제나 왼손투수의 활약이 있었다. 그리고 20살 신예 이승호(20·키움)가 '신 일본 킬러'가 되어야 한다. 이승호가 프리미어12 수퍼 라운드 일본전에 선발 등판한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15일 멕시코를 꺾고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결승 진출을 확정지었다. 목표로 했던 2020 도쿄올림픽 출전권도 획득했다. 이제 남은 건 4년 전 1회 대회 우승에 이은 2연패다. 공교롭게도 결승은 한·일전이다. 한국과 일본은 16일 오후 7시 일본 도쿄돔에서 수퍼 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이 경기 승자는 수퍼 라운드 1위, 패자는 2위가 된다. 그리고 17일 오후 7시 열리는 결승에서 다시 한 번 맞붙는다.
 
사실상 16일 경기는 탐색전 혹은 몸 풀기 성격을 띌 가능성이 높다. 최대한 투수력을 아끼고, 결승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김경문 야구 대표팀 감독도 "그 동안 나서지 않았던 선수들이 스타팅으로 나가면서 골고루 선수들을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당초 선발로 내세우려고 했던 에이스 양현종(31·KIA)의 등판을 하루 미뤄 결승전에 내보내기로 했다. 최일언 대표팀 투수코치는 "(4일 휴식을 두 번 하고 던지면서)양현종이 희생하겠다고 했지만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16일 경기 선발은 이승호로 낙점됐다. 이승호는 대표팀 투수진 막내다. 일본 취재진들도 '이승호가 누구냐'며 궁금해했다. 프로 3년차 이승호는 올해 키움 선발진에서 제 몫을 했다. 올시즌엔 선발진에 자리잡으면서 23경기 8승 5패 평균자책점 4.48을 기록했다. 올해 포스트시즌에선 선발-불펜-선발을 오가며 활약했다. 특히 한국시리즈 2차전에선 팀이 패배하긴 했지만 5와 3분의 1이닝 2실점 호투를 펼쳐 큰 경기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다.
 
이승호는 이번 대회에선 조별리그 쿠바전 1이닝을 던진 게 전부다. 다소 숨겨놓은 듯한 인상이 강했다. 최일언 코치는 "원포인트로 쓰면서 이런 상황이 되면 일본전에 내보낼 계획으로 이승호를 뽑았다"고 했다. "일본전에 나간다면 영광이다. 감격해서 울 것 같다"던 이승호의 꿈이 이뤄진 것이다.
 
한국시리즈에서 주눅들지 않고 자신의 공을 던진 이승호. [연합뉴스]

한국시리즈에서 주눅들지 않고 자신의 공을 던진 이승호. [연합뉴스]

야구 대표팀에게 가장 의미있는 경기는 늘 한·일전이었다. 냉정하게 일본이 한국보다 한 수 위지만 일본을 상대로는 실력 이상의 힘을 뿜어내곤 했다. 그 중심엔 왼손투수가 있었다. 시작은 이선희다. 한국은 1980년 고라쿠엔구장에서 열린 세계야구선수권에서 일본과 맞붙었으나, 선발 최동원이 2이닝 만에 홈런 3개를 맞아 끌려갔다. 하지만 3회부터 등판한 이선희가 7이닝 6안타 1실점하고 6-4 역전승을 이끌었다. 다음 '일본 사냥꾼'도 좌완인 김기범이 이어받았다. 김기범은 일본만 만나면 잘 던졌고, 일본 언론은 '신비의 왼팔'이라고 김기범을 불렀다.
 
송진우도 일본에 강했다. 송진우는 대학시절부터 일본을 상대로 자주 등판했다. 37세에 출전한 2002 부산 아시안게임에서도 5이닝 무실점 승리를 따냈다. 역사상 최고의 일본 킬러는 단연 구대성이다. 구대성은 1989년 대륙간컵에서 노모 히데오와 명투수전을 펼치면서 명성을 떨치기 시작했다. 2000 시드니 올림픽에선 팔이 아픈 상태에서도 155개의 공을 던지며 마쓰자카 다이스케와 선발 맞대결을 펼쳤고, 9이닝 5피안타 1실점 완투로 동메달을 한국에 안겼다.
 
프로선수들이 본격적으로 대표팀을 꾸린 이후엔 '일본전 선발=좌완' 공식이 이어졌다. 김광현과 봉중근이 그 역할을 했다. 김광현은 20세였던 2008 베이징올림픽 준결승에서 일본을 상대로 8이닝 5피안타 2실점(1자책) 호투했다. 당시 일본은 프로야구 스타들로 팀을 꾸렸지만 조별리그에 이어 또다시 한국에 졌다.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선 봉중근이 맹활약했다. 당시 한국은 결승까지 총 일본과 5번이나 대결했다. 봉중근은 그 중 3경기 선발로 나서 일본 타자들을 요리했다. 특히 2라운드 경기에선 이치로를 견제로 묶어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고, 안중근 의사에 빗댄 '봉중근 의사'란 별명까지 얻었다.
 
이제 다음 차례는 이승호다. 아직 스무 살인 이승호는 향후 KBO리그를 이끌 좌완으로 평가받는다. 직구 평균 구속은 140㎞ 중반으로 빠르지 않지만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까지 다양한 구종을 구사한다. 와인드업을 하지 않는 이승호는 키킹을 하면서 넘어오는 타이밍이 묘해 타자들이 상대하기 어려운 투수로 정평이 나 있다. 낯선 타자들에겐 쉽지 않은 유형. 일본전에서의 활약이 기대되는 것도 그래서다.
 
도쿄(일본)=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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