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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장미란'이 나타났다, 한국 역도 기대주 이선미

중앙일보 2019.11.16 11:00
한국 역도의 레전드 장미란을 넘어설 기대주가 등장했다. 장미란이 세운 한국 주니어 기록을 하나 하나 갈아치우고 있는 무서운 신예, 19살의 이선미(강원도청) 선수가 그 주인공이다. 
 

[눕터뷰]

'포스트 장미란' 이선미가 전지훈련 장소인 전라남도 보성 역도 체육관에 누웠다. 이선미는 15년동안 깨지지 않던 장미란 선수의 국내 주니어 기록을 모두 갱신했고 지난 10월 평양에서 열린 2019 평양 아시아 유소년·주니어역도선수권대회에서 3관왕에 올랐다. 장진영 기자

'포스트 장미란' 이선미가 전지훈련 장소인 전라남도 보성 역도 체육관에 누웠다. 이선미는 15년동안 깨지지 않던 장미란 선수의 국내 주니어 기록을 모두 갱신했고 지난 10월 평양에서 열린 2019 평양 아시아 유소년·주니어역도선수권대회에서 3관왕에 올랐다. 장진영 기자

 
우리나라 역도는 지난 1948년 런던올림픽에서 고(故) 김성집이 남자 미들급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것을 시작으로 전병관이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은메달과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움켜쥐었다. 이후 장미란이 2004년 아테네올림픽 은메달,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따면서 많은 국민적 관심을 받았으나 이들을 이을 뚜렷한 후계자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이선미가 지난 7일 전지훈련 장소인 전라남도 보성 역도체육관에서 연습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이선미가 지난 7일 전지훈련 장소인 전라남도 보성 역도체육관에서 연습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이선미 선수는 킹콩을 들어 올리겠다는 각오로 ‘포스트 장미란’의 단계를 하나하나씩 넘어서고 있다. 그는 신기록 제조기이기도 하다. 지난해 6월 중고역도연맹회장기 여고부 인상에서 121kg을 들어 올려 15년 만에 장미란의 한국 주니어기록(120kg)을 넘어섰고 같은 해 8월 중고역도선수권 대회에서는 인상과 용상 합계 276kg으로 장미란의 주니어합산 기록(275kg)을 갈아치웠다. 본격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올해 2월 타이 국제역도선수권대회 여자 87kg 이상급에서 은메달과 동메달을 따냈고, 10월에는 2019 아시아 유소년·주니어 역도선수권 대회에서 인상 127㎏, 용상150㎏, 합계 277㎏으로 금메달 3개를 따내며 평양에 애국가를 울렸다.  
 
우연히 역도의 길로 들어서 초기엔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이제는 당당히 대한민국 역도 여제의 꿈을 꾸는 이선미 선수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7일 전지훈련지인 전라남도 보성에서 진행된 인터뷰에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지도한 이세원 역도대표팀 코치가 동석했다.  
셋팅된 바벨의 무게는 지난 10월 평양 경기에서 한국 주니어 여자 최중량급(87kg 이상) 인상 기록인 127kg이다. 장진영 기자

셋팅된 바벨의 무게는 지난 10월 평양 경기에서 한국 주니어 여자 최중량급(87kg 이상) 인상 기록인 127kg이다. 장진영 기자

 
역도를 시작한 계기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체육 선생님이 권유했다. 신체적 조건이 좋다고 했다. 그저 묵묵히 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경북체중에 진학했는데 운동이 잘 맞지 않는 것 같아 그만둘 생각을 했었다.
 
그만두기에 앞서 부모님께 조건을 걸었다고
중3 때까지 금메달 3개를 못 따면 그만두겠다고 했다. 그만둘 핑계였지 '설마 그렇게 되겠어'라고 생각하며 던진 말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실력이 늘었는지 2015년 소년 전국체전에서 대회 신기록을 세우며 3관왕이 됐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경북체고에 진학했다.
 
옆에서 인터뷰를 듣고 있던 이세원 코치는 “본인은 몰랐지만, 주변에서는 실력이 늘어가는 걸 알고 있었다. 말로는 싫다고 하면서 꾸준히 연습한 게 빛을 발한 거 같다”라고 말을 보탰다. 이후 이선미는 고1 때 청소년 대표, 고2 때 국가대표 상비군을 거쳐 지난 2월 국가대표 여자 대표팀에 선발됐다.
지난해 8월 중고연맹시합에서 장미란 선수의 주니어 합계 기록(276kg)을 경신한 후 이선미 선수의 모습. [사진 이세원]

지난해 8월 중고연맹시합에서 장미란 선수의 주니어 합계 기록(276kg)을 경신한 후 이선미 선수의 모습. [사진 이세원]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실업팀(강원도청)에 입단했다
체고 진학하면서 실업팀을 꿈꿨다. 빨리 돈도 벌고 싶고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에서 열심히 하고 싶었다. 강원도청을 선택한 이유는 이강석 감독님 때문이다. 고등학교 때 참가한 국제대회에서 만난 적이 있는데 친근하게 말도 잘 걸어주시고 인상이 무척 좋았다. 지금도 믿고 따르는 분이다.  
 
역도 종목은 2020 도쿄올림픽부터 국가대표 선발전이 아닌 쿼터제 방식으로 바뀌었다. 2018년 10월부터 2020년 4월까지 세계연맹에서 지정한 경기 6개에 참가해 포인트를 획득해 8위안에 들어야 올림픽 출전권이 주어진다. 한 나라에 최대 4장까지 출전권이 주어지는데 등급별로는 1명의 선수만 출전할 수 있다. 이에 이 코치는 “선미의 경우 현재까지 랭킹 5~6위 정도로 도쿄에는 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아직은 어려서 국제경험을 쌓는 데 주력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 2개 대회에 더 참가해 제대로 된 기록을 남기려고 한다”고 말했다.  
 
잦은 국제대회 참가가 힘들지는 않은지
체력적으로 크게 부담이 없고 피곤하지도 않다. 어려서 그런가 보다.
이선미가 지난 7일 전지훈련 장소인 전라남도 보성 역도체육관에서 연습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이선미가 지난 7일 전지훈련 장소인 전라남도 보성 역도체육관에서 연습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이선미의 강점은 인상(한 번의 동작으로 바닥에서 머리 위까지 양팔이 쭉 펴지도록 들어 올리는 것)이다. 바벨을 잡아채는 게 빠르고 강하다. 들어 올리는 동작도 매끄럽다. 인상은 용상(기구를 어깨에 한 번 걸친 후 들어 올리는 것)보다 기술적인 부분이 크게 작용해 그간 한국 역도 스타들은 용상보다 인상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지난해 7월 전국체전에 참가해 인상 주니어 신기록(120kg)을 세운 이선미 선수. [사진 이세원]

지난해 7월 전국체전에 참가해 인상 주니어 신기록(120kg)을 세운 이선미 선수. [사진 이세원]

 
본인의 장점은 무엇인가
정신력. 시합에 들어가면 연습 때보다 좋은 기록이 나오기도 한다. 바벨을 들어 올릴 때 긴장하지 않고 원래 하던 대로 하는 편이다.  
 
단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용상에 있어 위로 올리는 동작이 좀 뻣뻣한 편이다. 약점을 보완하려 횟수보다 중량을 높이는 등의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 체중도 더 불려야 한다. 다른 나라 선수들보다 좀 적게 나가는 편(175cm, 119kg)이다. 무제한급에서는 체중이 많이 나가야 유리하다. 
지난 10월 북한 평양 청춘가역도전용경기장에서 열린 2019 아시아 유소년·주니어 역도선수권 대회 여자 87㎏급에 출전한 이선미(강원도청)가 인상3차 127㎏을 들어올리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지난 10월 북한 평양 청춘가역도전용경기장에서 열린 2019 아시아 유소년·주니어 역도선수권 대회 여자 87㎏급에 출전한 이선미(강원도청)가 인상3차 127㎏을 들어올리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최근 평양 경기에서도 좋은 성적을 올렸다. 장소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식사도, 숙소도 좋았다. 경기장도 예상보다 잘 되어 있었다. 하루 2시간으로 제한된 훈련시간은 좀 아쉬웠다. 호텔과 경기장만 왔다 갔다 하는 일정이라 동료 선수들과 숙소에서 보드게임하고 군것질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휴대폰 못 쓰는 게 가장 힘들었다.
2019 아시아 유소년·주니어 역도선수권 대회 주니어 여자 87㎏급 금메달 시상식. 평양=사진공동취재단

2019 아시아 유소년·주니어 역도선수권 대회 주니어 여자 87㎏급 금메달 시상식. 평양=사진공동취재단

 
평양 시상대에서 울린 애국가는 좀 특별했을 거 같다
나에게는 어느 시합이든 다 똑같다. 경기에 집중할 땐 잘 들어 올려야겠다는 생각만 하니까 주변이 신경이 쓰이지 않아 부담스럽지도 않았다. 다른 나라에서 금메달 딸 때랑 같은 기분이었다. 그냥 기쁜 기분.    
‘제2의 장미란’이라는 수식어가 부담스럽지는 않은지
같은 체급이라 솔직히 부담된다. 우리나라에서 엄청 대단한 선수이지 않나. 성실하고 공부도 많이 했고, 노력도 엄청나게 하고. 닮고 싶은 부분이 많다. 그래서인지 시합할 때면 무조건 잘해야겠다는 생각만 든다.
 
라이벌은 누구인가?
없다.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다른 선수들 보면서 경쟁의식보다는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대표팀에서도 막내라 선배들한테 많이 배우고 있다.
 
이선미는 2020 도쿄올림픽 메달권을, 2024 파리올림픽 금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이선미는 2020 도쿄올림픽 메달권을, 2024 파리올림픽 금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앞으로의 목표는?
2020 도쿄올림픽에서는 메달권, 2024 파리 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따고 싶다.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꿈이 없었다. 이제는 꿈을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바벨을 내려놓는 날까지 다치지 않는 게 꿈이고 은퇴한 후에는 국제심판에 도전하고 싶다.    
 
사진·글·동영상 장진영 기자 art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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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워서 하는 인터뷰'의 줄임말로, 인물과 그가 소유한 장비 등을 함께 보여주는 새로운 형식의 인터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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