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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억제" 8년전 보고서 찾았다…'사람구충제' 갈아타는 암환자

중앙일보 2019.11.16 06:00
“말하고 싶어도 하지 못했던 구충제 이제는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사람 구충제이니 드시라고 해도 뭐 아무 문제가 없지요.”

2011년 ‘알벤다졸 항암효과’ 연세대 보고서, 복용 근거로 삼아
연구자 “암세포 증식 억제 효과 규명..항암제로 먹으란 뜻 아냐”

 
지난 13일 한 인터넷 카페 운영자가 필독하라며 회원들에 올린 공지다. 이 운영자는 사람이 먹는 기생충 약 ‘알벤다졸’의 항암효과를 연구했던 8년 전 보고서를 내세웠다. 그는 “강아지 구충제(펜벤다졸을 지칭)라서 본인들 책임 하에 먹어야 한다고 (카페) 입장을 밝혔는데, (이제는)사람이 먹는 구충제의 항암효과가 입증됐다”며 “카페 입장을 변경한다. 연구결과가 있으니 알벤다졸을 메인으로 사용해보시는 걸 추천한다”고 썼다.
 
여기엔 “늦게나마 알벤다졸의 효능을 알게 됐다” “지금이라도 복용기회가 있는 게 감사하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이 카페에는 알벤다졸을 복용하고 있는 사람들의 후기가 올라오고 있다. 알벤다졸은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돼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살 수 있는 구충제다.
 
최근 ‘기적의 항암제’로 불리며 강아지 구충제 쏠렸던 관심이 사람 구충제인 알벤다졸로 옮기고 있다. 카페 운영자가 언급한 보고서는 2011년 김영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교수의 논문이다. 정부 출연금 1억여원을 지원받아 교육과학기술부 일반연구자지원 사업으로 진행됐다. 실험실용 쥐(누드 마우스)에 난소를 이식한 후 알벤다졸을 복강 내에 투여해 암세포 증식과 복수 형성을 억제하는 등의 항암효능을 검증했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알벤다졸) 복용을 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창원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종양약품과장은 “사람용 구충제라고 해도 용법과 용량대로 투여했을 때 안전하다는 것”이라며 “(항암제로) 고용량을 장기가 투여했을 때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지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논문 저자 김영태 교수도 “이 약을 항암제로 먹으라는 말은 보고서 어디에도 없다”고 지적한다.   
 
김 교수의 연구 보고서는 “알벤다졸은 항 기생충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난소암종양세포의 증식을 강력하게 억제하는 작용이 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다”며 “복수방지 효과는 종양 외 염증성 질환, 패혈증, 면역성 혈관질환 등 혈액누수가 많이 일어나는 질환에 적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썼다. 
인터넷에서 빠르게 공유되고 있는 사람 구충제 알베다졸의 항암효과 관련한 연세대학교 연구 보고서. [사진 국가과학기술정보센터]

인터넷에서 빠르게 공유되고 있는 사람 구충제 알베다졸의 항암효과 관련한 연세대학교 연구 보고서. [사진 국가과학기술정보센터]

 
이 보고서는 현재 유튜브 등에서 빠르게 공유되고 있다. 김 교수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다.  
시중에 판매되는 알벤다졸. [사진 대웅제약]

시중에 판매되는 알벤다졸. [사진 대웅제약]

 
연구 계기는.
2000년대 초반 미국에서 메벤다졸(사람용 구충제)을 간암 환자에 치료해 효과를 봤다는 선행연구가 있어 관심 있게 봤다. 기생충 약은 마이크로튜블(microtuble·세포의 분열·활동을 관장하는 기관) 생성을 방해해 세포분열을 막고 결국 사멸하게 한다. 암세포에도 (기생충 약을) 똑같은 방법으로 쓸 수 있어 선행 연구들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주된 결과는 뭐였나.
알벤다졸이 암세포를 직접 사멸시키는 건 아니었다. 암이 생존하고 성장하려면 혈액을 공급받아야 한다. 암의 특성 중 하나가 혈관을 만들고 피 공급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대표적 항암제는 혈관의 생성을 막는 약이다. 그와 비슷하게 혈관을 생성하는 인자(VEGF)를 억제해서 복수도 적게 하고 암의 성장을 억제해 암이 더 크지는 않는다는 점을 증명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보고서를 근거로 알벤다졸을 항암제로 먹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 약을 항암제로 먹으란 말은 보고서 어디에도 없다. 그렇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면 호도되지 않게 바로 잡아달라. 다시 말하지만 알벤다졸이 미세혈관을 만들어내는 인자의 생성을 억제한다는 것까지가 연구에서 규명된 것이다. 알벤다졸은 사람이 먹는 약으로 허가를 받았지만 (항암치료 목적으로 복용할 때) 용량과 용법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임상적으로 정해진 다음에 복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같은 계열 약물인 메벤다졸이 미국에서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에서 신약의 유용성을 연구하기 위해 소아 뇌종양 환자 등을 대상으로 메벤다졸 임상시험 1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부작용이 적으면서도 효과를 보이는 약을 미국에서도 찾고자 하는 것이고 터무니 없는 약을 임상시험 하지 않을 것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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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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