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마트폰 사주는 순간 너를 잃을 수 있다는 게 두렵다

중앙선데이 2019.11.16 00:33 661호 15면 지면보기

세상을 바꾸는 캠페인 이야기 <1> 중2까지 기다리자

“그냥 두세요. 그걸 어떻게 막아요.” “그래도 고민이 되네요.”
 

미국서 시작, 부모 2만여 명 동참
스마트폰 쓰면 대화단절 등 부작용
자녀에 선물 않는 게 최고의 선물

실리콘밸리의 최고 경영자들도
자녀 스마트 기기 사용 시간 제한
13세 이전까지 소셜미디어 금지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의 대화다. 뭘 그냥 두란 것일까? 바로 자녀들의 스마트폰 사용이다.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사는 브룩 새넌은 이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캠페인 하나를 제안했다. 세 딸을 둔 엄마로서 스마트폰이 소통의 도구가 아니라 어린 자녀들과 자신을 멀어지게 하는 장애물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작된 사회운동이 ‘중2까지 기다리자(wait until 8th)’ 캠페인이다.
 
2017년 시작된 이 캠페인에는 홍보전문가, 변호사, 정책 컨설턴트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어린 자녀를 키우면서 같은 고민을 하는 부모라는 점이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또래들로부터 소외된 아이가 될 것 같은 두려움과 괴롭힘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에 부모는 어린 자녀에게 스마트폰을 사주게 된다. 캠페인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간단한 실천을 제안했다.
  
미 10대들 스마트폰 하루평균 7시간 써
 
캠페인 사이트에 들어가 자녀에게 스마트폰 사주는 시기를 중학교 2학년까지 기다리겠다고 서약만 하면 된다. 서약에 동참한 같은 학교 학부모가 최소 10명이 되면 서로 누구인지 알 수 있다. 서로를 알게 된 부모들은 자신만 이 문제를 고민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도 함께 실천할 수 있는 동료가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같은 학교 부모들이 연결되면서 스마트폰을 갖고 있지 않은 학생들의 작은 공동체가 만들어진다. 캠페인에 참여한 부모의 어린 자녀는 스마트폰 없는 유일한 아이가 아니라 사회적 영향력을 키워가는 캠페인에 동참하는 아이가 된다. 현재까지 이 캠페인에 미국 50개 주 약 2만2000명의 부모가 동참했다. 불가능할 것 같았던 캠페인에 부모들의 자발적 참여가 이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① 길거리에서 스마트폰을 보며 걷고 있는 외국 어린이. ② 한국 초등학교 인근에서 한 학생이 스마트폰을 보며 건널목을 걷는 모습. ③ ‘중2까지 기다리자’ 캠페인 사이트(www.waituntil8th.org). [게티이미지, 장예원]

① 길거리에서 스마트폰을 보며 걷고 있는 외국 어린이. ② 한국 초등학교 인근에서 한 학생이 스마트폰을 보며 건널목을 걷는 모습. ③ ‘중2까지 기다리자’ 캠페인 사이트(www.waituntil8th.org). [게티이미지, 장예원]

어린 자녀들이 스마트폰을 접하는 순간부터 부모와의 대화, 야외활동, 독서량 등이 줄어드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비영리단체 커먼센스미디어(common sense media)가 11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10대들의 하루 평균 스마트폰 사용시간은 7시간 22분이다. 학교 과제를 위해 사용한 시간을 뺀 것이다. 스마트폰이 한 사람의 인생에 있어 유년기와 청소년기 시절을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는 증거다.
 
캠페인에 참여한 한 엄마는 딸의 생일날 보낸 편지에서 ‘스마트폰을 선물하는 순간 너를 잃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두렵다’고 했다. 무엇을 잃는다는 것일까? 삶 속에서 단 한 번뿐인 어린 시절 부모와의 추억이 사라지는 것을 염려한 것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어린 시절 추억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선물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부모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많은 부모로부터 큰 공감을 얻었다. 이 편지에서 엄마는 딸에게 스마트폰 화면이 아닌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집중하고 그 순간을 즐기는 방법을 먼저 배워야 한다고 했다.
 
‘중2까지 기다리자’ 캠페인은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갖게 된다는 것은 부모도 예측할 수 없는 전혀 다른 세상과 만나게 된다고 주장한다. 스마트폰이 안내하는 새로운 세상은 부모와 함께할 수 없는 곳이다. 아이들이 그 세계로 들어가기 전까지 부모가 알려줘야 할 세상 바라보기의 지혜를 최대한 함께 공유하자는 것이다. 세상을 바라보고 주변을 살필 수 있는 준비를 온전히 하자는 취지다.
 
이 캠페인은 지난 5년간 미국 국립 보건원(NIH) 및 주요 대학 연구소에서 발표한 연구를 인용해 초등학생 때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할 경우 예상되는 부작용을 경고한다. 그 첫 번째가 유년기의 상실이다. 그 외에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스마트폰 중독, 학습 방해, 수면 장애, 부모와의 대화단절, 불안과 우울증 초래, 청소년 사이버 괴롭힘, 포르노와 성인물 노출 빈도 증가 등을 근거로 든다. 더 나아가 부모들에게 추가적인 제안도 한다. 바로 실리콘밸리의 성공한 경영자가 가정에서 실천하는 자녀 교육법을 배우자는 것이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닉 빌턴은 과거 스티브 잡스를 비롯한 실리콘밸리 주요 경영자들과 만남에서 가장 충격받은 것이 그들의 가정 교육이었다고 했다. 그는 실리콘밸리의 경영자들은 우리가 모르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당신의 아이들이 아이패드를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우리 아이들은 아이패드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던 잡스의 유명한 일화는 그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다른 실리콘밸리 경영자들도 가정에서 자녀들의 스마트 기기 사용에 엄격하다. 5세 이하 자녀에게는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고 10~13세까지는 철저하게 사용시간을 제한한다고 했다.
  
한국 3~9세 어린이 21% 스마트폰 중독
 
캠페인 블로그에 소개된 내용을 보면 트위터 공동창업자였던 미디엄 최고경영자(CEO) 에반 윌리엄스는 두 아들에게 전자책 대신 종이책을 읽도록 한다. 올 연말 한국에 진출하는 글로벌 IT미디어 와이어드(wired) 편집자 크리스 앤더슨은 고등학교 입학 전까지 자녀들에게 스마트폰을 주지 않기로 했다. 그는 13세 이전까지 소셜 미디어 사용도 금지했다. 캠페인은 부모 스스로 각성하고 아이들의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지켜주는 데 나서자고 제안한다. 사회에는 이렇게 호소한다. 우리가 귀 기울여야 하는 의견은 스마트폰의 순기능을 주장하는 전문가보다 현재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의 목소리라는 것이다.
 
이코노믹 이노베이션 그룹 회장 숀 파커는 “우리 아이들의 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신(神)만이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2004년 페이스북의 초대 사장을 역임했기에 이 말은 더 주목을 받았다. 휴먼테크놀로지센터의 공동창립자 트리스탄 해리스는 스마트폰을 아이들 주머니 속 슬롯머신에 비유했다. 재미를 주는 다양한 앱의 개발행위를 아이들 두뇌 해킹(brain hacking)이라고도 했다. 너무 지나친 비판일 수 있지만, 캠페인에 서명하는 부모들은 이런 주장에 지지를 보낸다. 적어도 부모 입장에서 보면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과 관련해 위에 열거한 부작용들은 과장되거나 과도한 우려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커먼센스미디어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소유한 미국의 8세 어린이는 2015년과 비교해 4년 만에 11%에서 19%로 급증했다. 캠페인에 동참했던 부모들은 “왜 초등학교 1학년 자녀에게 최신 스마트폰을 선물하고 있는가?” 라는 질문으로부터 풀뿌리 사회운동을 시작했다.
 
한국의 경우 2018년 과기정통부와 정보화진흥원이 발표한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를 보면 만 3세 이상 국민의 89.5%가 스마트폰을 소유하고 있다. 특히 3~9세 유아와 아동 중 20.7%가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으로 분류되었다.
 
자녀들에게 스마트폰 지급을 중2까지 기다리자는 캠페인은 우리 현실에 더 많은 숙제를 안겨주는 듯하다. 도대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그 와중에 소셜 미디어, 비밀 채팅방 등에서는 심각한 청소년 범죄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린 자녀들을 바라보며 무언가 다른 질문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초등학교 1학년도 가진 스마트폰을 회수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초등학교 앞 등하굣길에는 어린이 스몸비(smombie :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길을 걷는 사람들로 스마트폰(smart phone)과 좀비(zombie)의 합성어)가 넘쳐난다. “왜 초등학생들은 스마트폰을 보면서 스쿨존을 걷고 있는가?”
 
이종혁 광운대학교 교수

이종혁 광운대학교 교수

이종혁 광운대학교 교수
광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이며 공공소통연구소의 소장을 맡고 있다. 2015~16년 중앙SUNDAY 및 중앙일보와 진행했던 공공프로젝트 ‘작은 외침 LOUD’를 현재까지 추진하고 있다. 디자인 씽킹 기반의 캠페인을 통해 사회적 가치 찾기에도 주력하고 있다. 

구독신청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