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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간까지 맛있는 성석제 산문

중앙선데이 2019.11.16 00:20 661호 25면 지면보기
근데 사실 조금은 굉장하고 영원할 이야기

근데 사실 조금은 굉장하고 영원할 이야기

근데 사실 조금은
굉장하고 영원할 이야기
성석제 지음
문학동네
 
작가의 글은 관음증을 자극한다. 소설이라면, 작가의 상상을 엿보는 맛이 있다. 작가가 만들어낸 시공간과 인물과 사건을 공유하는 재미가 소설을 읽게 하는 힘이다. 산문은 조금 더 현실적이다. 작가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일상에서 무엇을 느끼는지, 어디서 영감의 단초를 찾아내는지 같은, 보다 실질적인 ‘영업비밀’이 담겨있다. 그래서 작가의 산문은 ‘영양가가 높다’.
 
우리 시대 탁월한 이야기꾼으로 통하는 성석제의 산문이다. 뭐,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고 살고 있으며, 그의 유머와 풍자와 해학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행간마다 진하게 배어있다.
 
1부에서는 그 필력의 나이테가 선명하다. ‘알파칸’이라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만화를 읽기 위해 한글을 깨쳤으며(‘새소년’에 연재됐던 이정문 선생의 SF ‘설인 알파칸’ 같다), 중학교 독서 시간에 집어 든 책이 하필 박지원 소설집이었다니, 그의 말마따나 “특별하지 않은 특별활동 시간에 읽은 아주 특별한 책이 인생을 바꾼” 셈이다.
 
산문을 읽는 또 다른 재미는 작가만의 비유나 은유를 음미하는 일일 터다. 처음 두드린 타자기 자판 소리는 ‘내면의 우주에서 울려 퍼지던 금속성의 천둥소리’였고, 진짜배기 육개장을 내놓은 오십대 여주인은 ‘거스름돈처럼’ 인사를 건넨다니 말이다.
 
사회를 향한 뜨거운 외침도 담겨있는데, 가령 이런 대목이다.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의 언행은 인터넷과 언론, 소셜미디어에 의해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무한정 퍼져나가 공분을 산다…그 결과 그들은 집단적인 모멸의 대상이 되고 쓰레기로 전락한다…사람들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의 몰락을, 응징을 짧은 소설을 읽듯 목격한다. 그러한 과정이 되풀이되면서 정의(正義)의 새로운 정의(定義)가 세워지고 있다.”
 
정형모 전문기자/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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