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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 칼럼] ‘안단테’ 필요한 교육 개혁

중앙선데이 2019.11.16 00:20 661호 35면 지면보기
김환영 대기자/중앙콘텐트랩

김환영 대기자/중앙콘텐트랩

교육만큼 까다로운 국가정책 분야는 없다. 부동산 정책만큼 섣불리 건드릴 수 없는 아주 아슬아슬한 성역이다. 국민·유권자를 충분히 설득하지 못하는 정책은 합리성이나 실현 가능성과는 별도로 분노를 촉발해 정권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도 있다.
 

평등 교육 지향하는 핀란드 모델
우리나라에 맞는다는 보장 없어
선의와 결과 사이에는 간격 있다

교육 정책은 공정성·평등성·수월성을 목표로 삼아야 하며 국가경쟁력까지 도모해야 한다. 소위 인공지능(AI) 시대, 제4차산업 혁명 시대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창의성을 교육하기 위해 교육을 전면 개편까지 고려할 필요도 있다. 게다가 학생과 학부형의 만족도와 행복까지 포용해야 한다.
 
이러한 척도를 두루두루 잘 만족하게 하는 나라는 ‘교육 천국’ 핀란드다. 세계가 핀란드 교육을 주목하고 있다. 자사고·특목고 등을 없애겠다는 우리 정부 계획의 배경에는 핀란드 성공 사례가 있는지도 모른다. 핀란드 학교에서는 숙제가 거의 없고(매주 평균 3시간 정도) 과외도 없다. 고등학교 서열은 무의미하다. 핀란드인은 고등학교 랭킹에 별 관심이 없다. ‘시험 맞춤형 교육(teaching to the test)’도 없다. 정부보다는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배우고 가르칠 내용을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고졸이건 대졸이건 사회에서 받는 대접은 대동소이하다. 이러한 교육 분위기 덕분에 핀란드 사람들은 경쟁이 아니라 협동을 성공의 방략으로 삼는다.
 
핀란드 학생들은 선생님들을 존경한다. 전원 석사학위 소지자들인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선생님들은 그리 고임금 노동자는 아니지만, 직업 만족도가 매우 높다. 선생님은 학생·학부모에게 거의 식구다. 15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OECD 국제학생평가프로그램(PISA) 시험 성적도 좋다.
 
소크라테스.

소크라테스.

매년 수십 개 나라 교육인들이 한 수 배우러 핀란드를 방문한다. 영국 노동당은 핀란드 교육을 본받아 교육 개혁에 나서겠다고 한다. 미국 교육계에서는 ‘미국이 개발한 교육 이론으로 성공한 핀란드 교육이 정작 미국에서는 무시되는 이유가 뭘까’라는 푸념이 들린다.
 
많은 민주당 지지자들이 정부를 신뢰하는 이유 중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이 ‘착한 지도자’라는 확신이다. 하지만 선의(善意)가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좋은 의도는 현실과 충돌한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말도 있다.
 
핀란드 모델이 우리나라에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핀란드의 장점을 이식하려다가 그나마 우리가 누리던 장점이 사라질 수도 있다. 정부의 교육 평준화 정책도 보다 엄밀한 점검이 필요하고 국민적인 토론이 필요하다. 여야 간의 교육 정책 합의도 절실하다.
 
핀란드 고등학교 졸업 시험에는 이런 문제가 나온다고 한다. “카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는 사회주의 혁명이 우선 영국 같은 나라에서 발발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이런 주장을 한 근거는 무엇인가. 영국이 아니라 러시아가 최초의 사회주의 혁명의 무대가 된 이유는 무엇인가.” ‘사회주의’라는 말을 꺼내면 무조건 ‘빨갱이’라는 공격이 들어오는 우리나라에 핀란드식 교육은 어쩌면 시기상조다. 또 핀란드식으로 초중고·대학 교육을 무료화하려면 증세를 피할 수 없다.
 
핀란드 교육도 현미경을 들이밀고 들여다보면 단점도 보인다. 예컨대 이런 측면들이 보인다. 핀란드 학생들의 PISA 성적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핀란드보다는 PISA 성적 상위권에 포진한 중국·싱가포르·홍콩·일본·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 사례를 참조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목소리가 미국 교육계에서 나오고 있다. 또한 핀란드식 교육은 초중고 차원의 성과는 좋지만 세계 대학 랭킹이라는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와 비슷하거나 못하다.
 
환생한 마르크스에게 ‘당신의 이상이 가장 잘 실현되고 있는 나라는 어디인가’라고 물었더니 ‘미국’이라고 답했다는 ‘소설’ 같은 주장이 있다. (이는 미국식 자본주의를 옹호하려는 ‘꼼수’에서 나온 말일 수도 있다) 한국을 방문한 핀란드 교육자에게 ‘핀란드와 가장 비슷한 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한국의 학교는 어디인가’라고 물었을 때 ‘자사고다’라는 답이 나올 수도 있다. 핀란드 교육 모델의 핵심 중 하나는 학교의 자율성이기 때문이다. 우리 자사고 학생들은 핀란드 학생들 못지않게 행복하고 공부도 잘한다. 정부가 자사고를 없애려고 하는 이유를 국민에게 보다 정밀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평등과 공정성을 위한 교육은 천 번 옳은 정책이다. 그 방향으로 가야 한다. 현 상태의 우리나라 교육이 정상이라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학원에서 배우고 학교에서는 자는 게 정상인가. 초등학교 때 중학교·고등학교에서 배울 내용을 미리 배우는 게 정상인가. 소위 ‘부모 찬스’가 내가 다닐 대학을 결정하는 게 정상인가.
 
‘정시냐 수시냐’라는 논쟁이 있지만, 사실상 저소득층이나 지방민의 자녀들은 정시도 불리하고 수시도 불리한 게 냉엄한 현실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교육 정책의 수정이 필요하다. 다만 여러 가지 요인을 고려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다만 천천히 하는 ‘안단테’가 필요하다. 점진적인 수정 보완에 시간이 필요하다. 핀란드식 교육 또한 수십 년 동안 누적된 경험과 연구와 토론의 산물이다. 로마와 마찬가지로 핀란드 교육은 하루아침에 건설되지 않았다.
 
김환영 대기자/중앙콘텐트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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