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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국 몰락까지 앞으로 11년”

중앙선데이 2019.11.16 00:02 661호 24면 지면보기
대전환

대전환

대전환
앨프리드 맥코이 지음

국가 재정 잣대로 한 시나리오
중국 부상, 경제난 풀기 어려워
주한미군 분담금 거액 요구도
돈 주머니 얇아진다는 증거

홍지영 옮김
사계절
 
미·중 무역전쟁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중국과의 합의가 이뤄지지 못할 경우 중국산 제품에 대해 매우 큰 규모로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기선을 빼앗기기 전에 초조한 마음에서 전쟁을 먼저 시작한 미국은 쫓기는 자, 중국은 쫓는 자다. 아직은 미국이 앞서가고 있지만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시각이 점차 확산하고 있다. 『대전환』은 그런 관점을 담고 있는 대표적인 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중국)은 죽도록 합의를 하고 싶어한다”며 “합의를 할지 말지는 우리가 결정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지금은 미국이 칼자루를 쥐고 있을 수 있다. 그런데 『대전환』은 2차 대전 후 지난 70여 년간 확고했던 ‘글로벌 팍스아메리카나’ 미 제국의 몰락은 필연적으로 찾아올 것이라고 단정하고 있다. 2030년이 분수령이다. 이르면 도널드 트럼프의 후임 미국 대통령의 임기 중에 닥칠 수 있다는 말이다.
 
미국의 영향력이 이렇게 급락하고 있는 데는 뭐니뭐니해도 13억 인구라는 거대 자체시장을 가진 중국의 급부상이 작용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2030년께 미국은 경제생산량에서 중국에 이어 2위로 밀려날 것이고 그 20여 년 뒤에는 인도에도 뒤처질 것으로 예상된다. 군사기술 혁신 부문에서도 중국은 2030년께 선두 자리를 꿰찰 것이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수퍼컴퓨터가 뒷받침하는 글로벌 위성통신망을 완성하고 우주의 무기화를 위한 독립 플랫폼과 세계 어디든 미사일 또는 사이버 공격을 가할 수 있는 강력한 통신 체계를 보유하게 될 것이다.
 
지난달 20일 시리아 북부에서 이라크로 철수하는 미군 행렬. 미국 제국의 쪼그라드는 현주소를 보는 듯하다. [AFP=연합뉴스]

지난달 20일 시리아 북부에서 이라크로 철수하는 미군 행렬. 미국 제국의 쪼그라드는 현주소를 보는 듯하다. [AFP=연합뉴스]

치고 올라오는 중국의 위협은 미국의 돈지갑을 갈수록 얇게 만든다. 미국과 같은 제국은 수입이 줄어들 때 급격하게 위태로워진다. 최근 미국이 한국과의 주한미군 분담금 협상에서 기존보다 5배나 많은 액수를 달라고 요구한 건 협상 전략 측면이 강하긴 하지만 그만큼 미국의 재정 여력이 부족해질 것이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가 2017년 유럽 순방 중 “제 몫의 방위비” 지불을 요구하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우리의 미래와 유럽인의 운명은 우리 힘으로 지켜야 한다”고 했다. 해외에 수백 개의 군사기지를 운용하고 있는 미국이 이를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재정적 임계점에서 포르투갈은 1년, 소련은 2년, 프랑스는 8년, 오스만 제국은 11년, 영국은 17년 만에 완전히 해체됐다. 미국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침략했던 2003년을 기점으로 27년 후에 같은 운명을 맞이할 것이라는 게 책의 진단이다.
 
『대전환』은 세계질서 변화, 경제 쇠퇴, 군사적 재난, 3차 세계대전 그리고 기후변화의 측면에서 미국의 몰락 시나리오를 기정사실로 하고 있다. 굳이 2030년까지 갈 필요도 없이 이미 여기저기서 전조현상이 뚜렷하게 감지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책에서 소개하는 시나리오 하나를 보자. 미국은 2020년대 내내 물가 상승, 실업률 증가 및 실질 임금의 하락 속에서 정치적·사회적 논쟁이 이어지면 국민 분열의 골이 더욱 깊어진다. 최악의 경기 침체를 맞은 트럼프의 후계자(누가 될지는 모르지만)는 유세에서 소외된 백인 노동자 계층을 선동한다. “우리의 기술을 훔치고 미국인의 일자리를 아시아로 빼돌린 교활한 중국인”이라고 비난하자 “USA! USA!”라는 환호가 울려 퍼진다. 문제는 이게 10년 뒤 미래의 일이 아니라 벌써 현실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의 후계자는 중국에 미국의 권위를 존중하지 않으면 군사적 응징이나 경제 보복을 가하겠다고 협박한다. 하지만 미국의 동맹은 이미 갈가리 찢어져 있고 세계는 미국의 세기가 조용히 저물고 있는 것을 지그시 바라보고만 있을 뿐 아무도 호응하지 않는다.
 
골든타임은 이제 째깍째깍 대책 없이 흐르기만 한다. 2기 트럼프(혹시 재선된다면), 혹은 트럼프 후임 대통령이 ‘동급 최강’이긴 하지만 절대적 지위를 잃어 가는 제국 미국의 몰락을 막을 수 있을까. 추는 이미 기울었다는 부정적 전망을 되돌릴 수 있을까. 물론 미래가 이런 시나리오만큼 극적으로 전개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모든 트렌드는 2030년께 미국 패권의 몰락을 시사하고 있다. 설사 베이징이 경제 둔화나 국내 소요로 주춤한다고 하더라도 10여 개의 강대국이 다극적 세계의 여러 축을 차지할 것이다.
 
점진적 쇠퇴든 격렬한 폭발이든 힘의 균형이 깨지는 상황은 예의주시해야 할 중요한 문제다. 미국 패권의 쇠퇴 또는 붕괴가 시나리오대로 진행된다는 보장은 없으나 이 책의 전망은 앞으로 다가올 세계를 바라보는 창을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국도 불과 10년 후에 격변하게 될 세계 환경에 처할 수 있는 만큼 치밀한 대비가 필요해졌다.
 
한경환 기자 han.ky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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