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2년 입국금지 당한 유승준
유승준(43)씨가 한국으로 입국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15일 서울고법 유씨가 LA총영사를 상대로 낸 비자발급거부처분 취소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1심 판결을 취소한다"며 "LA총영사관이 한 비자발급거부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외교부 "대법원에 재상고하겠다"
유씨의 법률대리인은 고법 판결 직후 "대법원이 판시한 대로 기대한 결과가 나왔다"며 "최종 확정판결이 신속히 마무리돼 모든 소송이 끝나고 비자가 발급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유승준씨도 한국 사회에 들어와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으로 안다"며 "이번 결과에 대해 감사를 표한다"고 유씨의 입장을 대신 전했다.
대법원 “비자발급거부 처분 위법"
대법원은 2002년 법무부 장관의 입국 금지 결정만을 근거로 LA총영사관이 유씨의 비자발급을 거부한 것은 당시 상황과 법률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재량권 불행사의 하자’라고 판단했다. 출입국관리법과 그 시행령 등에 따르면 재외공관장은 비자 발급 권한에 일부 재량권이 있다. 재외공관장은 법무부 장관에게 비자 발급권한을 위임받았고 법에 정해진 요건을 따져서 비자발급 여부를 심사ㆍ확인하게 된다.
당시 재외동포법은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해 외국인이 된 경우에도 38세가 된 때에는 대한민국 안전보장 등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재외동포 체류자격 부여를 제한할 수 없게 했다.
대법원은 LA총영사관측이 이런 법을 따져보는 재량권을 행사하지 않은 채 '입국 금지 결정'만으로 비자발급을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입국 금지 결정으로부터 13년 7개월이 지나 이뤄진 비자발급 거부 처분이 비례의 원칙에 반하는 것인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유씨가 법률이 정한 범위를 넘어 과도한 처벌을 받은 건 아닌지 다시 살펴봐야한다는 취지다. 덧붙여 2015년 비자발급거부 당시 행정절차법에 따라 처분서를 작성하고 교부해야 했지만 이를 따르지 않고 전화로만 통보한 점도 지적했다.
2002년 입국 금지 결정 후 2015년 비자발급거부
유씨가 재외동포 자격으로 입국해 방송 활동이나 음반출판 등 연예활동을 할 경우 국군 장병들의 사기가 저하되고 청소년들이 병역 의무를 경시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또 외국 국적 취득을 국방의 의무를 피하는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병무청은 법무부에 "유씨가 재외동포 자격으로 재입국할 경우 국내에서 영리활동을 못하게 하고, 이게 불가능하다면 입국 자체를 금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2002년 국내로 들어오려던 유씨는 공항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2015년 8월 유씨는 LA총영사측에 재외동포 비자(F-4) 발급을 신청했다. 그런데 LA총영사관측은 "입국규제해당자에 해당해 비자 발급이 안 된다. 자세한 이유는 법무부에 물어보라"고 유씨 아버지에게 전화로 통보한다. 그러자 유씨는 LA총영사를 상대로 비자발급거부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1심은 LA총영사측 판단이 옳다고 봤고 항소심도 이를 받아들여 항소를 기각했었다.
‘제한 나이 41세’ 넘은 유승준…입국 길 바로 열리나
![유승준(스티브 승준 유). [사진 SBS]](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11/15/e1532405-13c1-4e6c-8fcb-38c07da76dfe.jpg)
유승준(스티브 승준 유). [사진 SBS]
대법원은 "판결의 취지에 따라 LA 총영사관 측은 하자를 보완해 유씨의 사증 발급 신청에 대해 다시 처분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때 재외동포법이 ▶재외동포의 대한민국 출입국과 체류에 대한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태도 취하는 점 ▶병역 기피 목적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하고 외국인이 된 경우에도 38세 전까지만 재외동포 체류자격 부여를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비자 발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밝혀둔 바 있다.
유씨가 비자 발급을 거부당했을 때 적용되던 재외동포법은 병역 기피와 관련한 체류자격 제한 나이를 38세로 규정했지만, 현행 재외동포법은 41세로 규정한다. 유씨는 이미 41세가 넘었으므로 병역 기피와 관련한 재외동포체류자격 부여 제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날 판결에 대해 외교부는 입장문을 내고 재상고 방침을 확인했다. 외교부는 "대법원에 재상고하여 최종적인 판결을 구할 예정이다"며 "향후 재상고 등 진행과정에서 법무부, 병무청 등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태인·이수정ㆍ윤상언 기자 lee.sujoeng1@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