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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 국내 출간 20주년...문학의 무궁무진한 가능성 열었다

중앙일보 2019.11.15 14:01
올해는 해리포터 시리즈가 국내에 책으로 소개된 지 20주년이 되는 해다. 사진은 해리포터 영화의 한 장면. [사진 중앙포토]

올해는 해리포터 시리즈가 국내에 책으로 소개된 지 20주년이 되는 해다. 사진은 해리포터 영화의 한 장면. [사진 중앙포토]

전 세계인을 호그와트로 초대했던 J. K. 롤링의 소설 『해리포터』의 시작은 널리 알려진 대로 초라했다. 1994년 이혼 이후 생활보조금을 받으며 홀로 딸을 키웠던 롤링이 아이와 자신을 위해 쓴 것이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이었다. 출판도 쉽지 않았다. 원고를 받은 출판사들은 내용이 길다는 이유로 번번이 출간을 거절했다. 12번이나 고배를 마신 롤링은 중소 출판사인 블룸즈버리와 계약을 맺고 1997년 『해리포터』를 세상에 선보였다.
 
『해리포터』 시리즈는 국내 출판사에서도 비슷한 대우를 받았다. 당시 국내 경제 사정이 커다란 걸림돌이었다. IMF 사태 직후라 출판사의 사정이 좋지 않았고, 환율까지 급격히 올라 외국 출판사와 계약이 쉽지 않았다. 국내 여러 출판사는 해리포터 시리즈가 아동책 치고는 선인세가 너무 비싸다는 이유로 출판 계약을 꺼렸다.
 
모두가 주저하는 상황에서 계약을 성사시킨 곳은 중소 출판사였던 문학수첩이었다. 현재 문학수첩 대표를 맡고 있는 김은경씨가 계약을 강력히 추진했다.  아버지(김종철 시인·문학수첩 전 대표, 1947~2014)가 운영하는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했던 김 대표는 "책이 너무 재미있어서 놓치면 절대 안 된다"는 이유로 아버지를 설득했다. 무리한 계약이라며 아버지가 주저하자 "내 혼수 자금으로 마련해 놓은 돈으로라도 계약하자"고 말해 결국 계약을 성사시켰다. 
 
1999년 국내에 처음 나온 해리포터 시리즈 1 '마법사의 돌'. 문학수첩이 독점 계약해 출간했다. [사진 중앙포토]

1999년 국내에 처음 나온 해리포터 시리즈 1 '마법사의 돌'. 문학수첩이 독점 계약해 출간했다. [사진 중앙포토]

이러한 사정으로 딱 20년 전인 1999년, 『해리포터』 시리즈가 국내에 처음 소개됐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문학수첩에 따르면 『해리포터』 시리즈(총 7권)는 현재까지 1500만부 이상 판매됐다. 지난 4월 인터넷서점 예스24가 발표한 '20년 도서 판매 동향' 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베스트셀러 순위에 가장 많이 오른 작가는 『해리포터』를 쓴 J.K. 롤링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인터넷서점 알라딘이 서비스 오픈 20년을 맞아 조사한 결과에서도 지난 20년간 가장 높은 판매량을 올린 작가는 『해리포터』 시리즈의 J.K.롤링이었다.
 
국내에서 『해리포터』는 여러 고정관념을 바꿔놓았다. 김성신 출판평론가는 "그간 우리나라에는 순수 문학을 중심에 두고 판타지 문학을 경시하는 풍조가 있었다"며 "해리포터는 이러한 고정관념을 탈피하게 했으며 판타지 문학뿐 아니라 청소년 문학 시장을 넓히는 데 커다란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해리포터를 보고 자란 세대들이 성장해 웹 소설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쓰는데도 자양분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해리포터』가 문학의 잠재력도 다시 보여줬다는 평이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해리포터는 문학 콘텐츠가 가진 힘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며 "영화나 캐릭터 개발 등 무궁무진한 상품으로 개발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제한적으로만 여겨졌던 문학의 가능성을 다시 보게 했다"고 설명했다.
'해리포터' 시리즈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J. K. 롤링. [사진 중앙포토]

'해리포터' 시리즈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J. K. 롤링. [사진 중앙포토]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국내에서『해리포터』의 인기는 여전하다. 스핀오프와 굿즈로 계속 팬덤을 확산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은 오는 16·17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해리포터 필름콘서트'를 연다. 스크린으로 해리포터 영화를 보면서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감상하는 필름콘서트는 2016년 영국에서 시작된 이래 현재까지 48개국에서 1000회 이상 공연되며 전 세계적으로 인기다. 의류 브랜드 스파오는 지난달 '해리포터 겨울 에디션'을 발매했는데 발매 30분 만에 '론 파자마' 등 일부 상품이 동나며 큰 인기를 끌었다.  
 
한편, 문학수첩은 『해리포터』 국내 출판 20주년을 맞아 모든 시리즈를 새롭게 번역한 판본을 오는 19일 출간한다. 새로운 번역은 강동혁 번역가가 맡았다. 그는 J.K. 롤링의 『신비한 동물사전 원작 시나리오』 등을 번역한 바 있다. 문학수첩 관계자는 "새롭게 나오는 번역본은 작품의 완성도를 보다 높였다"며 "복선과 반전을 선사하는 문학적 장치들을 정교하게 다듬었으며, 인물들 사이 관계나 숨겨진 비밀, 성격이 도드라지는 말투의 미세한 뉘앙스까지 점검했다"고 밝혔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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