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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베이징서 발생한 흑사병...전문가가 말하는 한국 상황은

중앙일보 2019.11.15 01:00
지난달 16일 세종시 보건환경연구원에서 열린 2019 재난대비 긴급구조종합훈련 다수사상자 구급대응훈련에서 가상의 감염병 환자가 음압형 들것에 실려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6일 세종시 보건환경연구원에서 열린 2019 재난대비 긴급구조종합훈련 다수사상자 구급대응훈련에서 가상의 감염병 환자가 음압형 들것에 실려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중국에서 폐 페스트 환자가 발생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감염 사례가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흑사병’으로 알려진 페스트는 페스트균(Yersinia pestis)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열성 감염병이다. 페스트균을 가지고 있는 쥐벼룩이 사람을 물어서 전파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소형 포유동물과의 접촉에 따라 감염되기도 한다. 14세기 유럽에서 크게 유행해 많은 사망자가 나왔다.

 
국내에서는 질병 통계를 수집한 이후 페스트 발병이 보고된적이 없다. 2010년대에도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대륙에서 부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2012년 미국에서는 감염된 길고양이에 물려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림프절 페스트 환자 사례가 보고됐다. 2017년 마다가스카르에서 대규모 감염이 이뤄진데 이어 올해에는 몽골에서 설치류의 생간을 먹은 사람이 페스트에 감염돼 사망했다. 특히 올해 초에는 한국인 관광객도 예방적으로 격리됐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적은 없지만 국제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국내 유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페스트에 걸리면 갑작스런 발열이 나타난다. 증상에 따라 세 가지 형태로 구분한다. 림프절 페스트는 감염된 포유동물이나 벼룩에 물려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며 일반적으로 2일~6일의 잠복기 이후 오한, 38도 이상의 발열, 근육통, 관절통,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증상 발생 후 24시간 이내에 페스트균이 들어간 신체 부위의 국소 림프절 부위에 통증이 생긴다. 벼룩이 주로 다리를 물기 때문에 흔히 허벅지나 서혜부의 림프절이 감염된다. 치료하면 증상이 빠르게 호전되는데 치료를 하지 않는 경우에는 병이 치명적인 상태로 급속히 진행돼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림프절 페스트로 진단된 환자 중 20% 정도는 패혈성 페스트로 진행한다. 증상은 발열, 구역, 구토, 복통, 설사 등 일반적인 패혈증과 같다. 출혈성 반점, 상처 부위의 출혈, 범발성 혈관내 응고증에 의한 말단부의 괴사, 치료가 잘 되지 않는 저혈압, 신장 기능의 저하, 쇼크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패혈성 페스트 환자에서는 말단부의 흑색 괴사가 외견상 쉽게 관찰돼 페스트가 흑사병(black death)이라고도 불린 유래가 됐다.

 
폐 페스트는 가장 심각한 형태의 감염병이다. 감염된 환자나 동물의 호흡기 분비물에 비산에 의한 비말 감염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잠복기는 대개 3일~5일이고 급작스럽게 발생하는 오한, 발열, 두통, 전신 무력감의 증상을 동반한다. 빠른 호흡, 호흡 곤란, 기침, 가래, 흉통 등의 호흡기 증상이 발생한다. 질병 이틀째부터는 객혈 증상, 호흡 부전, 심혈관계 부전, 허탈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치료하더라도 예후가 좋지 못하다고 알려져 있으며 최근 중국에서 발생한 사례도 폐 페스트로 확인되어 추후 전파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페스트는 혈액이나 림프액, 가래 등을 받아 페스트균 배양 검사를 시행해 확진하며 항생제를 투여해 치료한다. 발병 초기에 치료를 시작할 경우에는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따라서 조기에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페스트의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항생제는 겐타마이신, 스트렙토마이신, 독시사이클린, 레보플록사신 등이 있다.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전강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페스트가 발생한적이 없고 해외에서도 발생빈도가 흔하지는 않은 병이다. 하지만 한국인들이 흔히 여행을 가게 되는 북미나 중국 내륙에서도 페스트 발병 사례 보고가 있어 해외여행을 하기 전에는 여행 예정 지역에서 최근 발생한 질병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전 교수는 “페스트는 조기 진단하면 현재 흔히 사용하는 항생제로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지만 진단이 늦어지면 사망률이 매우 높아져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수 시간 내외에 증상이 급격히 진행된 사례들이 있어 특히 위험지역을 여행하고 페스트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면 반드시 의심해 조기에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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