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크 에스퍼
에스퍼 “북 대화 나오게 한국과 협의”
미 국방장관 “주한미군 감축 생각하고 있지 않다”
당초 미국은 “우리는 북한의 분노를 바탕으로 우리 훈련 규모를 조정하거나 (훈련을) 진행하지 않는다”(6일 데이브 이스트번 국방부 대변인)며 북한의 반발을 일축했다. 하지만 에스퍼 장관이 연합훈련 조정 가능성을 내비치며 백악관 차원에서의 판단이 작동했음을 보여줬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소 안보전략실장은 “미국은 연합훈련을 북·미 비핵화 실무회담을 재가동할 동력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북한 역시 에스퍼 장관의 발언을 놓고 ‘긍정적 노력’이라고 반응하면서 연내 실무 회담을 위한 북·미 간 샅바싸움이 공개적으로 시작된 모양새다. 김영철에 앞서 이날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도 담화를 내 “미 국무성 대북정책특별대표 비건은 제3국을 통해 쌍방이 12월 중 다시 만나 협상하기를 바란다는 의사를 전달해 왔다”고 공개했다. 북한은 그간 연말까지를 비핵화 협상 시한으로 주장해 왔지만 지난달 스웨덴 스톡홀름 협상이 결렬되며 진전이 없는 상태였다.
에스퍼 장관은 15일 SCM에서 연합공중훈련 문제를 놓고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협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단 연합훈련 조정 문제는 이번 SCM의 핵심 현안은 아니었다. 한국 입장에선 미국이 갑자기 계획을 바꾼 모양새다.
에스퍼 장관은 또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놓고 “내 메시지는 분명하다. 지소미아는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또 “한반도와 주변, 미국 내에 매우 유능한 군대를 유지해 어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주한미군 감축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군 안팎에선 안심할 상황은 아니라는 얘기가 많다. 김영철 담화가 한·미 합동군사훈련의 전면 중단을 요구한 것이기 때문이다. 합동훈련 중단이 장기화하면 주한미군의 존재 이유도 희박해진다. 김영철은 또 담화에서 “그(에스퍼 장관)가 이러한 결심을 남조선 당국과 사전에 합의하고 내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남조선 정계를 아무리 둘러보아도 이런 현명한 용단을 내릴 인물이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동맹과 협의하겠다”는 에스퍼 장관에게 한국과 상의하지 말라고 요구한 셈이다.
이날 북한은 전례없이 하루에 한밤중 담화를 2건이나 내놨다. 김영철·김명길의 담화가 모두 미국 워싱턴 오전, 낮 시간에 맞춰 나왔다.
이철재 기자,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seajay@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