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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장관에 수사 사전보고, 검찰청법 배치” 깊은 우려

중앙일보 2019.11.15 00:26 종합 4면 지면보기
검찰 개혁 추진상황 점검 당정협의회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렸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조정식 정책위의장, 김오수 법무부 차관(왼쪽부터)이 대화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검찰 개혁 추진상황 점검 당정협의회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렸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조정식 정책위의장, 김오수 법무부 차관(왼쪽부터)이 대화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국정원 댓글사건 사전보고 안했다며 윤석열 날린 게 어떤 정부였습니까.”(대검 관계자 A)
 

대검 간부들에게 법리 검토 지시
검찰 “군사정권 때도 이렇진 않아
황교안·우병우 때로 퇴행” 반발
법무부 “검찰 민주적 통제 강화”

“검찰 시계를 황교안·우병우 때로 되돌리겠다는 겁니다.”(대검 관계자 B)
 
대검 관계자들이 14일 답답한 듯 감정을 쏟아냈다. “군사정권 때도 대놓고 이러지는 않았다”는 말도 나왔다. 모두 법무부가 지난 8일 청와대에 보고한 검찰 사무보고규칙 개정안 때문이다.
 
김오수 법무부 차관은 지난 8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검찰총장이 중요 수사와 관련한 내용을 단계별로 법무부 장관에게 사전 보고해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검찰 사무보고규칙 개정안을 보고했다. 대검 간부들은 이 내용을 12일 퇴근 시간에 법무부에서 통보받았다고 한다. 법무부는 “확정된 것이 아니며 대검과 긴밀한 협의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에게 보고하면 끝난 것이다. 먼저 보고해 놓고 협의하겠다는 것은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해당 개정안이 통과되면 검찰은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 수사 등 중요 사건을 수사할 때마다 단계별로 법무부에 사전 보고를 해야 한다. 압수수색을 실시하기 전 미리 장관에게 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정무직인 법무부 장관이 청와대와 여당 의원들에게 수사 기밀을 전달해선 안 된다는 내용은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한 대검 간부는 “이렇게 되면 검찰이 스스로 수사 기밀을 누설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검 간부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우병우 민정수석 때 정부가 검찰에 사전 보고를 요구해 여러 사달이 났었다”며 “왜 우병우 전 수석이 구속됐고 세월호 재수사 필요성이 촉구됐는지 지금 정부는 정말 모르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윤석열 검찰총장도 12일 개정안 관련 내용을 보고받은 뒤 깊은 우려를 드러냈다고 한다. 윤 총장은 이번 개정안을 보고받은 뒤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관해선 검찰총장만 지휘할 수 있도록 한 기존 검찰청법의 의의와 배치된다”며 대검 간부들에게 법리 검토를 지시했다.
 
윤 총장은 2013년 국정원 댓글수 사 팀장을 맡았을 당시 국정원 직원의 체포영장과 관련해 검찰 수뇌부와 법무부에 사전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이유로 수사팀에서 배제돼 좌천됐다. 당시 법무부 장관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다.
 
검찰 관계자들은 이번 사무보고규칙 개정안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치적을 스스로 수정하는 것”이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민정수석 시절 “문재인 정부는 검찰 수사와 관련해 어떠한 개입이나 통제도 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고수했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지난 20년간 검찰의 사전 보고를 받지 않았던 정부는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뿐이었다”며 “그것이 문재인 정부의 치적”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현직에 있던 시절 국정농단 수사에 관여했던 전직 검찰 관계자는 “국정농단 수사 당시 법무부와 검찰 수뇌부에 사전보고를 하지 않았다”며 “법무부안대로 개정된다면 조 전 장관 수사뿐 아니라 국정농단 수사도 두 번 다시 할 수 없게 된다”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한편 민주당과 법무부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에 소환된 이날 ‘검찰 개혁 추진상황 점검회의’를 열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회의에서 “요즘 검찰 개혁 추진 속도가 늦춰지는 게 아닌지 걱정하는 국민이 많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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