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명숙처럼 진술거부하는 조국…"어차피 기소에 패 아낀 것"

중앙일보 2019.11.14 17:18
검찰 서울중앙지검 반부패2부는 14일 오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비공개 소환했다. 지난 8월27일 강제수사가 시작된 지 79일, 장관직 사퇴로부터는 한달 만이다. [뉴스1]

검찰 서울중앙지검 반부패2부는 14일 오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비공개 소환했다. 지난 8월27일 강제수사가 시작된 지 79일, 장관직 사퇴로부터는 한달 만이다. [뉴스1]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이 14일 검찰 조사를 받으며 진술거부권(묵비권)을 행사했다. 검사의 모든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 것이다. 
 

페이스북선 억울함 호소, 檢조사선 입 닫아
황교안, 한명숙, 전두환도 진술거부권 행사
"기소 뒤 증거보고 반박하겠다"는 해석도

조국 "내 기소는 예정된 것" 

조 전 장관은 지난 11일 부인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가 구속기소된 뒤 페이스북에 "저의 기소는 이미 예정된 것처럼 보인다. 재판을 통해 진실이 가려지게 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검찰 특수부 출신 변호사는 "조 전 장관은 검찰에 어떤 반박을 해도 어차피 기소될 것이니 자신의 패를 아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소된 피의자와 변호인이 받게되는 검찰의 증거기록을 살펴본 뒤 재판에서 반박하려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 현직 부장검사는 "조 전 장관이 페이스북에선 억울함을 호소하더니 왜 검찰청 지하주차장으로 몰래 들어와 받는 조사에선 입을 다무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달 1일 오후 국회 패스트트랙 여야 충돌 사건과 관련해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으로 자진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달 1일 오후 국회 패스트트랙 여야 충돌 사건과 관련해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으로 자진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황교안·이명박·한명숙의 진술거부권 

진술거부권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에 명시된 피의자의 권리다. 하지만 일반 시민이 아닌 권력자들에 의해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대부분의 피의자들은 억울해서, 또 검사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지 않아 진술을 적극적으로 한다"고 말했다. 
 
진술거부권이 행사된 가장 최근 사례로는 지난달 서울남부지검에 출석해 '패스트트랙' 관련 수사를 받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황 대표가) 상식 이하의 짓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자 황 대표는 "진술거부 자체도 수사받는 방법의 하나"라 반박했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도 구속 뒤 검찰조사를 거부했다. 보수 정부 시절인 2010년엔 뇌물수수 혐의로 조사를 받았던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검찰에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한 전 총리는 재판에서도 검찰의 피의자 신문을 거부했다. 
 
한명숙 전 총리가 법정에서 검찰 신문을 거부한 가운데 공판을 받기 위해 지난 2010년 4월 1일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이해찬 전 총리 등이 동행하고 있다. [중앙포토]

한명숙 전 총리가 법정에서 검찰 신문을 거부한 가운데 공판을 받기 위해 지난 2010년 4월 1일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이해찬 전 총리 등이 동행하고 있다. [중앙포토]

과거 전두환 전 대통령도 "정치적 탄압"이라며 12·12 쿠데타 및 5·17 내란혐의 관련 조사에서 진술을 거부했었다. 
 
지청장 출신의 변호사는 "조 전 장관은 자신과 가족 모두 검찰 수사의 희생양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진술거부권, 조 전 장관에 어떤 영향 

진술거부권 행사가 조 전 장관의 사법 처리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해서도 법조계의 의견은 분분하다. 
 
검찰 특수부 출신 변호사는 "형사소송법 교수가 자신이 가진 모든 지식을 활용해 가장 유리한 카드를 꺼낸 것"이라 분석했다.
 
이 변호사는 "이미 조 전 장관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고 기소 방침도 세워진 것으로 보인다"며 "조 전 장관 입장에선 섣불리 해명했다 오히려 스텝이 꼬일 수도 있는 상황"이라 말했다. 
 
어차피 기소될 것이라면 변호인과 함께 검찰의 증거기록을 본 뒤 법정에서 다투는 게 낫다고 판단했단 것이다.
 
검찰이 조 전 장관의 진술을 언론에 흘려 '망신주기식 수사'를 할 것이란 우려가 반영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구내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검찰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비공개로 소환해 관련 의혹에 대해 수사중이다. [뉴스1]

윤석열 검찰총장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구내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검찰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비공개로 소환해 관련 의혹에 대해 수사중이다. [뉴스1]

檢 영장청구 명분 쌓일 수도 

하지만 이런 진술거부권 행사가 조 전 장관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명백한 증거 앞에서도 입을 열지 않는다면 검찰과 법원에서 조 전 장관을 "반성 없이 모든 혐의를 부인하는 피의자"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 입장에선 조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명분이 쌓이는 것"이라 했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도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는 피고인에 대해 판사들이 '억울한 피해자'라 생각할지 혹은 '검찰 조사에 말문이 막힌 사람'이라 판단할지는 정말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