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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없이 스마트폰으로 키운 파프리카 중국인 식탁에

중앙일보 2019.11.14 16:50 경제 4면 지면보기
14일 충남 부여군에 위치한 우듬지 영농조합. 수확을 앞둔 황금빛 논밭 한가운데로 축구장 6개 넓이(4.6ha)에 ‘스마트 비닐온실’ 46동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비닐온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유리 천장 아래로 키 2~3m의 토마토·파프리카 ‘숲’이 펼쳐진다. 낮 기온이 영상 4℃까지 내려갈 만큼 바깥 날씨는 차가웠지만 작물은 약 24~25℃의 온기 속에서 푸른 잎을 자랑하며 열을 맞춰 서 있었다.
 

부여 우듬지 영농조합 ICT 농법
앱으로 온도·습도·빛까지 조절
영양상자서 재배, 생산 2.5배 늘려
일본 의존 벗고 중국 수출 길 열어

그런데 토마토와 파프리카가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은 흙이 아닌 창문 새시 모양의 상자다. 약 70㎝ 철골 구조물 위에 일렬로 놓인 ‘배지’ 상자에는 특수 스펀지가 담겨있었다. 농장 대표 김호연(56)씨는 “상자 속 스펀지에 수분과 영양분이 담겨 있어 흙이 없어도 충분히 재배가 가능하다”며 “스마트폰 ‘복합환경 제어시스템’ 애플리케이션으로 스펀지 속 환경뿐만 아니라 비닐온실 안 이산화탄소 농도·온도·습도까지 체크,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온실 천장에 설치된 3단 가림막도 애플리케이션으로 적절히 여닫아 식물에 가는 햇빛의 양도 조절할 수 있다.
국내 스마트 팜의 성공 사례인 부여 우듬지영농조합이 운영하는 온실의 내부 모습. 안정된 생산량과 품질을 인정받아 대형 유통업체와 계약을 맺고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사진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국내 스마트 팜의 성공 사례인 부여 우듬지영농조합이 운영하는 온실의 내부 모습. 안정된 생산량과 품질을 인정받아 대형 유통업체와 계약을 맺고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사진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생육조건 데이터화해 조절…“생산량 2.5배”

식물의 생육조건을 데이터화해 관리하니 생산량과 매출액도 늘었다. 김 대표는 “2013년 스마트팜을 처음 도입했는데 2012년보다 생산량이 2.5배 정도 증가했다”며 “1년에 파프리카 400t, 방울토마토는 600t을 생산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생산성을 바탕으로 우듬지 영농조합은 도입 첫해에 매출 76억원, 지난해에는 매출 200억원을 돌파했다. 이중 31억2000만원을 해외 수출로 올렸다. 이를 바탕으로 법인에 참여하는 총 69개 농가의 소득 향상과 관리직 11명, 생산직 30명을 직원으로 두는 등 고용효과도 내고 있다.
 
우듬지 영농조합처럼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농업에 접목한 ‘스마트팜’ 시대가 열리고 있다. 노동·에너지를 최소한으로 투입해 최대의 수익을 내는 효율적 농업으로 농가 소득을 올리고, 농업 법인을 키워 우수 인력을 농업 분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우듬지 영농조합이 위치한 부여군에서만 농림축산식품부가 120억원, 충남도가 33억원, 농업 법인·농가 자부담 408억원 등 총 629억원이 투입해 ‘스마트 원예단지’를 2020년 완공할 예정이다. 총 6개 농업 법인과 2개 농가가 입주한다.
 
부여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전남 고흥·전북 김제·경북 상주·경남 밀양 등 4개 도시에 2022년 스마트팜 혁신 밸리가 들어선다. 농식품부는 이를 통해 2018년 말 총 4900ha인 스마트팜 재배면적을 2022년까지 7000ha까지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또 기존 농업인이 수출전문 스마트팜 사업을 지원받아 온실을 설치할 경우 파프리카 50%, 토마토 40% 이상을 의무수출한다는 계획이다.
 

스마트팜 ‘주력’ 파프리카, 중국 수출 양해각서 체결

국산 파프리카 수출액.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국산 파프리카 수출액.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특히 스마트팜의 주력 생산품인 파프리카는 최근 중국 수출길이 열리며 시장이 확대될 전망이다. 13일 농식품부가 ‘한국산 파프리카의 대중국 수출을 위한 검사 및 검역요건’ 양해각서에 서명하면서다. 국산 파프리카는 올해 1억 달러 수출을 목전에 두고 있었지만 수출액의 99.5%가 일본으로 수출된 것으로 지나친 수출 의존으로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정부는 중국이 일본에 이어 2번째로 큰 국산 농식품 수출국이라는 점을 토대로 향후 스마트팜 육성을 통해 파프리카 수출액이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높은 품질로 일본 수입 파프리카 중 80%를 차지하는 국산 파프리카 수입을 중국 현지 수입업체도 원하고 있는 분위기다. 한 중국 수입업체 관계자는 “파프리카는 중국에서도 높은 가격으로 판매되는 제품”이라며 “품질이 좋은 한국산 파프리카가 빨리 수입이 가능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재욱 농식품부 차관은 “국내산 파프리카의 대부분이 일본시장을 중심으로 수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 다변화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양해각서 체결을 계기로 우리 농산물 수출이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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