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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맞선 이해진·손정의 동맹 떴다···라인·야후재팬 통합 협상

중앙일보 2019.11.14 14:43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52·사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인 라인(LINE)과 일본 인터넷 업계 강자인 야후재팬이 경영 통합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네이버의 해외 사업은 이해진 GIO가 총괄하고 있으며, 야후재팬은 손정의(62)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자 회사다. 글로벌 강자 구글에 대항하기 위한 이해진-손정의 동맹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야후재팬 화면 캡쳐.

야후재팬 화면 캡쳐.

 

새 법인 만들어 야후재팬과 네이버 라인 거느리도록 

라인과 소프트뱅크 측은 전날 나온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 일본 언론의 두 회사 경영 통합 보도와 관련, 14일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시장은 두 회사 통합을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전날 닛케이등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두 회사가 각각 50%의 지분을 보유한 새 법인을 설립한 뒤 이 회사 아래에 야후재팬 운영사인 Z홀딩스를 두고, 그 아래에 야후재팬과 네이버 라인을 두는 통합 모델에 상당 부분 합의를 이뤘다고 보도했다. 닛케이는 “다음 달 내 통합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지난 7월 서울 성북동 한국가구박물관에 도착해 들어가고 있다. 이날 그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등과 함께 방한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만났다. 오종택 기자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지난 7월 서울 성북동 한국가구박물관에 도착해 들어가고 있다. 이날 그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등과 함께 방한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만났다. 오종택 기자

 

이해진 네이버 GIO 진두 지휘

계획대로 경영 통합이 이뤄지면 일본 최대의 인터넷 플랫폼 기업이 탄생한다. 라인은 일본ㆍ태국ㆍ대만 내 메신저 1위 업체다. 일본에만 8200만명의 이용자를 거느리고 있다. 구글에 이어 일본 포털 2위인 야후재팬 이용자는 5000만명 선. 두 회사를 합치면 월간 활성 이용자(MAU) 수는 가볍게 1억 명을 넘어선다. 한·일 양국의 최대 IT 업체간 통합이라는 점에서 사상 첫 사례다.
 
라인-야후재팬간 통합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이해진 GIO가 지난 7월4일 한국을 찾은 손 회장을 만난 지 4개월 만이다. 당시 손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 "첫째도 인공지능, 둘째도 인공지능, 셋째도 인공지능"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손 회장은 청와대 방문 뒤 이 GIO를 비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구광모 ㈜LG 대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만찬을 했다. 이 GIO는 이후 일본에 머물며 관련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두 회사의 동맹은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네이버는 2000년 ‘네이버재팬’을 설립한 이래 일본 시장 진출을 꿈꿔왔지만, 당시 검색 시장의 절대 강자 야후재팬에 막혀 고배를 마셨다. 
 
네이버가 존재감을 드러낸 건 2011년 출시된 라인이 성공한 이후의 일이다. 그사이 야후재팬에도 라인은 필요한 파트너가 됐다. 한때 80%대를 넘나들던 야후재팬의 검색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22%대까지 쪼그라들었다. 구글에 밀려서다. 구글의 점유율은 75% 선이다. 라인 역시 간편결제 관련 마케팅 비용 증가로 고민하던 참이었다. 
 
손 회장은 최근 들어 자신이 주도한 비전펀드가 미 오피스 공유업체 위워크의 실적 악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여기에 야후재팬의 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Big Data) 관련 역량이 밀린다는 인식에, AI와 빅데이터에서 기술을 가진 네이버와 손잡는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지난7월4일 서울 성북동 한국가구박물관에 도착해 들어가고 있다. 이날 손 회장은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최고투자책임자(GIO)를 비롯,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구광모 (주)LG 대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만났다. 오종택 기자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지난7월4일 서울 성북동 한국가구박물관에 도착해 들어가고 있다. 이날 손 회장은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최고투자책임자(GIO)를 비롯,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구광모 (주)LG 대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만났다. 오종택 기자

  

일본·프랑스 기업과 협력 강화

이번 협력을 두고 “이해진 판 ‘조선책략(구한말 외교지침서)’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평도 나온다. 이 GIO는 네이버를 “(구글 등) 제국주의에 맞서는 기업으로 평가받고 싶다”고 얘기한 바 있다. “유럽 등 국가와 연합해 인터넷의 다양성을 끝까지 지켜내고, 지키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라고 강조해왔다. 
 
한 마디로 미국ㆍ중국의 거대 인터넷 기업에 맞서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유럽ㆍ일본 기업과 손을 잡고 협력하겠단 의미다. 네이버는 2017년 프랑스 소재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XRCEㆍ현 네이버랩스)을 인수했다. 지난해에는 프랑스 현지 자회사에 2589억원을 출자한 바 있다. 미국 세(勢)가 약한 프랑스에 유럽 진출 교두보를 세워둔 것이다.
 

구글·애플에 맞설 아시아 동맹 구체화  

네이버랩스의 석상옥 대표도 최근 열린 네이버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아시아와 유럽을 잇든 ‘글로벌 AI 연구 벨트’ 구축 계획을 밝혔다. 당시 석 대표는 “장기적으로 이 연구벨트가 GAFA(구글ㆍ아마존ㆍ페이스북ㆍ애플) 중심의 미국과 BATH(바이두ㆍ알리바바ㆍ텐센트ㆍ화웨이)를 바탕으로 한 중국의 엄청난 기술력에 견줄 수 있는 새로운 글로벌 흐름으로 부상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인과 야후재팬의 통합 역시 이런 맥락에서 이해돼야 한단 의미다.   
 
경영 통합이 성사되면 두 회사 모두 재무적 부담도 덜 수 있다. 페이페이(야후재팬)와 라인페이는 라쿠텐페이에 이어 일본 간편결제 시장의 2ㆍ3위 서비스인데, 두 회사 모두 시장 선점을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붓고 있다. 한 예로 라인페이는 지난 5월에만 300억 엔(약 3230억원) 규모의 포인트 환급 행사를 했다. 대규모 자금 투입은 모회사인 네이버에도 부담이 됐다. 이런 공격적 마케팅으로 네이버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48.8% 감소한 1283억원에 그치기도 했다.
  
라인 실적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라인 실적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비용 아끼는 동시에 동남아 진출 등에도 호재 

동남아 시장 등 해외시장 진출 시에도 유기적인 협력이 가능해진다. KB증권 이동륜 애널리스트는 “두 공룡의 합병은 일본 및 동남아시아에서의 시장지배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실적 개선, 중장기적으론 e커머스ㆍ핀테크ㆍ광고 등 결제와 연계 가능한 영역에서 서비스를 강화하는 동시에 고객의 락인(Lock inㆍ소비자를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에 묶어둠)도 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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