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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보유 통일한국' 겁내는 日···"韓 신뢰가능 우방인지 의문"

중앙일보 2019.11.14 11:36

“핵보유 통일한국 걱정”… “중·러 손잡고 미·일과 대립할 수도”

 
일본 외교·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 ‘통일한국 출현 시 나타날 수 있는 반일(反日) 구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요동치는 동북아시아 평화’를 주제로 지난 5일 도쿄에서 열린 제16회 안전보장 심포지엄에서다.  

日 외교안보 전문가들, 지난 5일 심포지엄서 주장
전 주미대사 "韓 내치지 말고 어느 정도 맞춰줘야"
전 통합막료장 "日 멀리할 때…일미동맹 더 중요"
"양국간 신뢰 문제…확실한 공통의 적 안 보여"

 
14일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사사에 겐이치로(佐々江賢一郎) 전 주미대사는 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2045년 남북통일을 목표로 하는데, 일본으로서 가장 바라지 않는 것은 통일된 한국이 핵을 보유하고 반일적으로 중국의 확장정책의 파트너로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되지 않도록 손쓸 것은 손쓸 필요가 있다”며 “일·한 관계에서도 일본이 한국을 내치지 않고 한국의 마음에 어느 정도 맞춰주는 노력은 헛된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 15일 천안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에서 열린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2045년 광복 100년에 평화ㆍ통일로 하나된 나라로 (나가자)"고 말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 15일 천안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에서 열린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2045년 광복 100년에 평화ㆍ통일로 하나된 나라로 (나가자)"고 말했다. [사진공동취재단]

공동 기조연설자로 나선 가와노 가쓰토시(河野克俊) 전 통합막료장(합참의장에 해당)은 “만약 한반도에 통일국가가 생겨, 중국·러시아·통일한국이라는 대륙국가군이 형성되면 이에 대응해 일본·미국·호주 해양네트워크 간 대립구도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며 “이런 구도에선 더욱더 일미동맹이 중요해진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가와노 전 통막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미안전보장조약은 불평등하다”는 주장의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일본에 유사사태 발생 시 미국이 방위(防衛)한다는 조약 5조, 기지를 미군에 제공한다는 6조로 밸런스를 취하고 있다는 게 일본 정부의 공식 견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기지로 몇조엔을 제공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미군만) 목숨을 걸고 있어서 불평등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전체적으로 세계에서 (군사적으로) 후퇴하는 경향에 있는데, 일본이 (군사적인 운용에서) 불평등함을 없애지 않으면 일미안보조약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짚었다. 한마디로 자위대가 보다 적극적으로 미군과 함께 군사활동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28일 미 해군 7함대 사령부가 있는 일본 요코스카 기지를 찾아 장병들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28일 미 해군 7함대 사령부가 있는 일본 요코스카 기지를 찾아 장병들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일 갈등의 원인을 '신뢰' 문제로 보는 시각도 나왔다. 패널로 참석한 무라이 도모히데(村井友秀) 도쿄국제대 교수는 “전략가인 나폴레옹은 ‘전쟁할 때 제일 곤란한 존재는 강력한 적이 아니라 신뢰할 수 없는 우방’이라고 말했다”며 “한국이란 나라는 일본에 신뢰할 수 있는 우방인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확실한 공통의 적이 있다면 신뢰감은 늘어나지만, 일·한에 분명한 공통의 적이 있는 것인지 매우 불안정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무라이 교수는 이날 ‘중국 위협’을 둘러싼 대응과 관련해서도 강경 발언을 내놨다. 그는 “일본 단독으로 중국 침략에 저항할 수 있다고 중국이 생각하면 그게 억지력이 된다”며 “일본이 대만 위기에 개입할 수 있는 군사력을 가진 것은 중국을 설득할 때 가장 강력한 카드가 된다”고 말했다.  
 
한편 사사에 전 대사는 14일 외신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심포지엄 발언과 관련 “장래 지역 안보를 생각할 때 (그런 구도가 안 되는 게) 한·일 양국에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말한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권이어서 그런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문 대통령 스스로 2045년이 목표라고 하지 않았나, 통일은 한 정권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서울=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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