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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영어앨범 낸 에릭남 “동양인 도전 자극된다는 반응 뿌듯”

중앙일보 2019.11.14 10:56
14일 첫 영어 앨범 ‘비포 위 비긴’을 발표하는 에릭남. [사진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

14일 첫 영어 앨범 ‘비포 위 비긴’을 발표하는 에릭남. [사진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

“한국에서 가수로 데뷔하면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두 개였어요. 하나는 대중 앞에 서는 연예인으로서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세계적인 무대에서 음악을 하는 것. 그래서 영어 앨범을 내는 건 제 오랜 꿈이었어요.”
 

스윗남 이미지 벗고 다양함 담은 앨범
‘비포 위 비긴’으로 7년간 품은 꿈 이뤄
“가사 전달 안된다는 트라우마 극복,
한국 음악 스펙트럼 넓히는 계기 되길”

14일 첫 영어 앨범 ‘비포 위 비긴(Before We Begin)’을 발표하는 가수 에릭남(31)이 밝힌 포부다. 앨범 발매를 앞두고 서울 신사동에서 만난 그는 “전 세계적으로 K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지금이 가장 좋은 시기”임을 솔직하게 인정했다. “예전에는 K팝을 좋아한다고 하면 이상한 시선으로 봤는데 지금은 멋지다고 하잖아요. 신기하죠.”
 
그가 이런 변화를 남다르게 느끼는 이유는 어린 시절과 확연히 대비되는 탓이다. 미국 애틀란타에서 나고 자라 보스턴 칼리지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한 그는 컨설팅 회사인 딜로이트에 입사한 전도유망한 엘리트였지만 인종차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과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중학교에 다닐 때는 유일한 동양인이라서 친구들이 얼굴에 침을 뱉기도 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에릭남은 ’‘1가구 1에릭남’이라는 얘길 처음 들었을 때 포털사이트에서 ‘가구’를 찾아봤는데 소파 사진이 나와서 당황스러웠다“며 ’그 기대에 부응할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

에릭남은 ’‘1가구 1에릭남’이라는 얘길 처음 들었을 때 포털사이트에서 ‘가구’를 찾아봤는데 소파 사진이 나와서 당황스러웠다“며 ’그 기대에 부응할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

“부모님은 미국에 이민을 오신 거니까 영어도 잘 못하시고, 저는 삼형제 중 첫째다 보니 나서서 해야 할 일이 많았거든요. 오해받거나 불편한 상황이 너무 많아서 항상 조심하는 편이었죠.” 지난해 발매한 미니앨범 ‘어니스틀리’가 호응을 얻으면서 첫 북미 투어를 시작한 데 이어 올 상반기 호주ㆍ유럽 투어를 마친 그는 “같은 동양인으로서 도전하는 모습을 보니 동기부여와 자극이 된다는 말을 들을 때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자신감을 얻은 그는 이번 앨범에 그간 아껴둔 8곡을 담았다. 그중에서도 타이틀곡 ‘콩그레츄레이션(Congratulations)’은 1년 반 동안 품고 있던 곡. “아무래도 영어가 더 편하다 보니 한국어 작사가 너무 어렵더라고요. 이 곡은 특히 한국어가 잘 안 붙어서 오랫동안 고민했는데 영어로 써보니 술술 풀렸어요. ‘축하해 드디어 네가 떠나네’ 라고 이별을 기뻐하는 곡이에요. 헤어짐이 꼭 슬프고 심각한 일은 아니잖아요.” 지난해 브리즈웨이 뮤직위크로 내한한 미국 싱어송라이터 마크 이 배시와 인연을 맺어 피처링부터 뮤직비디오 촬영까지 함께 한 에릭남은 “이런 게 ‘성덕(성공한 덕후)’ 아니냐”며 뿌듯해했다.
 
수록곡 ‘유 아 섹시 아임 섹시(You’re Sexy I’m Sexy)’도 그동안 선보인 달달한 사랑 노래와는 전혀 결이 다르다. ‘우리 결혼했어요’ 등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얻은 가정적인 이미지로 “1가구 1에릭남 보급이 시급하다”는 유행어까지 얻게 된 스윗남에게 심경의 변화라도 있었던 걸까. 그는 “얼핏 들으면 모두 사랑 노래 같지만 다양한 감정을 담아봤다”고 설명했다. ‘러브 다이 영(Love Die Young)’은 빡빡한 스케줄로 열정이 소진된 모습, ‘하우 앰 아이 두잉(How’m I Doing)’에는 지금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는 것.  
 

지난해 북미투어를 시작으로 올 상반기 호주, 유럽 투어를 마친 그는 ’하반기 동남아를 시작으로 내년까지 50여개 도시에서 투어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진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

지난해 북미투어를 시작으로 올 상반기 호주, 유럽 투어를 마친 그는 ’하반기 동남아를 시작으로 내년까지 50여개 도시에서 투어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진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

‘스타오디션-위대한 탄생 2’(2011) 출신인 그는 “이제야 트라우마에서 좀 벗어난 느낌”이라고 말했다. “오디션을 보는 동안 한국어 발음이 안 좋다, 감정 전달이 안 된다, 워낙 많은 지적을 많이 받다 보니 노래를 하는 게 아니라 마치 수학 문제 푸는 것처럼 생각이 너무 많았던 것 같아요. 이후에도 너무 팝스럽다는 반응이 많아서 대중이 제게 원하는 모습과 제가 하고 싶은 음악 사이에 중간지점을 찾으려는 노력을 꾸준히 했죠.”

 
‘섹션TV 연예통신’ 등에서 한국을 찾은 해외 스타 전문 인터뷰어로 활약하면서 그를 리포터 혹은 방송인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2013년 데뷔한 7년차 가수로서 섭섭할 법도 한데 “옛날엔 정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고민도 됐지만 이제 괜찮다”며 의연한 자세를 보였다. “광고를 보고 저를 ‘호텔 아저씨’나 ‘변비약 오빠’라고 부르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뭐가 됐든 상관없어요. 그럴수록 더 좋은 곡을 만들고, 더 자주 발표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는 되려 “해외 아티스트들의 내한 공연이 늘어나고 그들이 협업 아티스트를 찾는 경우도 많아져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며 감사를 표했다. 글로벌하게 확장된 인맥 덕분에 갈란트ㆍ팀발랜드ㆍ라우브 등 요즘 핫한 뮤지션과 꾸준히 협업곡을 발표할 수 있었다는 것. “스페인어를 몰라도 노래가 좋아서 ‘데스파시토’를 듣는 것처럼 영어곡이라는 부담감 없이 편하게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스트리밍 시대가 되면서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한국음악에 대한 언어적 장벽을 없애는 시도가 될 수도 있고, 스펙트럼을 넓히는 계기도 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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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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