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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농산물 58조원 사라…中 숫자 명시 난색" 암초 만난 무역협상

중앙일보 2019.11.14 07:15
지난 10월 1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백악관에서 류허 중국 부총리와 함께 1단계 무역합의 달성을 발표했다. [AP=연합뉴스]

지난 10월 1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백악관에서 류허 중국 부총리와 함께 1단계 무역합의 달성을 발표했다. [AP=연합뉴스]

 
미국과 중국 간 1단계 무역협상이 다시 암초에 부딪혔다. 지난주 양국은 현재 부과하고 있는 관세 철회 문제를 놓고 맞섰는데, 이번엔 농산물 구매 문제가 합의를 지연시키는 이슈로 떠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중국이 구매하기로 한 미국산 농산물 수량에 대해 양측이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WSJ은 협상 관계자들을 인용해 미국은 '중국이 약 500억 달러(약 58조5000억원)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하기로 했다'는 입장이지만 중국은 합의문에 구체적인 숫자를 명시하기를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이 연간 약 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대두·돼지고기 등 농산물을 구매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해왔다.
 
중국이 농산물 구매 수치를 명시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미국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것으로 보이길 원치 않아서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악화할 경우에 대비해 확정된 의무를 지고 싶어하지 않는 이유도 있다. 중국 관료는 WSJ에 "상황이 다시 나빠지면 우리는 언제든지 구매를 중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1단계 무역합의를 지연시키는 요인은 농산물 구매뿐만 아니다. 미국이 요구하는 합의 이행 강제 장치 마련, 중국 진출 미국 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 금지도 중국 관료들이 거부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농산물 구매와 합의 이행 장치, 기술이전 강요 금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0월 11일 백악관에서 중국 측 협상 대표인 류허 중국 부총리와 함께 발표한 '실질적 1단계 무역 합의 달성'을 구성하는 핵심이다.
 
농산물 구매에 대한 이견은 언제든 불거질 문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1단계 합의를 발표하면서 "중국이 400억에서 500억 달러 규모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 함께 있던 류 부총리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고, 이후에도 중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공식 확인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미국 기업인 대상으로 한 뉴욕경제클럽 연설에서 "무역협상이 진전을 보이며, 1단계 무역합의가 곧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측이 합의에 실패할 경우 중국산 상품에 대해 관세를 상당한 규모로 올릴 준비가 됐다"고 덧붙이면서 막연한 낙관론을 펴지는 않았다.
 
트럼프는 "그들은 죽도록 합의하고 싶어한다. 합의할지 말지는 우리가 결정한다"라고도 했다.
 
앞서 미·중은 현행 관세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철회할지를 놓고 한차례 격돌했다. 중국 상무부가 "중국과 미국은 서로에 부과 중인 관세를 철회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철회에 합의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중국이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관세를 철회할 뜻이 없고,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가 기존 관세를 철회할 것이라는 확신을 얻지 못하면 어떤 약속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WSJ은 전했다.
 
트럼프는 "실질적 1단계 무역합의 도달"을 발표하면서 4~5주 후인 11월 중순께 합의안이 완성되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서명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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