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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사키 천식’ 오명 도쿄 옆 도시…이젠 후지산이 또렷하게 보인다

중앙일보 2019.11.14 00:05 종합 22면 지면보기
지난 7월 5일 일본 도쿄 중심가 신주쿠 역. 보행자나 차량 통행이 많았지만 공기는 깨끗했다. 강찬수 기자

지난 7월 5일 일본 도쿄 중심가 신주쿠 역. 보행자나 차량 통행이 많았지만 공기는 깨끗했다. 강찬수 기자

지난 7월 5일 저녁 퇴근 시간 일본 도쿄 신주쿠(新宿)역 남쪽 출구.
고속버스 터미널과 이어져 있어 도로에는 많은 차량과 함께 대형버스가 줄지어 다녔다.

대기오염과 전쟁-도시이야기 ④일본 도쿄

 
신호등이 바뀔 때마다 횡단보도에 100명이 넘는 보행자가 쏟아져 들어올 만큼 거리는 복잡했다. 
육교에서 20분 이상 도로를 내려다봤지만, 공기가 탁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버스나 트럭 가운데 매연을 내뿜는 차를 보기 어려웠다. 마스크를 쓴 시민도 보기 어려웠다.
 
전날 오후 도쿄도청 45층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도쿄 시가지도 확 트여 있었다.
 
도쿄도청 환경국 환경개선부 타카하시 테루유키 대기보전과장은 "2003년부터 낡은 버스와 트럭은 상시로 도심 진입을 못 하게 하고 있다"며 "지난해 도쿄 시내 일반 대기오염측정소의 87%, 도로변 측정소는 79%가 초미세먼지(PM2.5) 기준을 만족했다"고 말했다.
 
2016년 기준으로 도쿄의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당 12.6㎍(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으로 환경기준치 15㎍/㎥를 만족하고 있다. 23~26㎍/㎥인 서울의 절반 농도다. 영국 런던이나 미국 LA의 12㎍/㎥와도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20여 년 전만 해도 도쿄 등 일본 대도시 대기오염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도쿄의 도로변 초미세먼지 농도는 30㎍/㎥를, 일반측정소에서 측정한 초미세먼지 농도는 20㎍/㎥를 웃돌았다. 지금의 서울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와세다대학 정치경제학술원 아리무라 토시히데(환경경제학) 교수는 “과거에는 겨울 주말 아침에만 잠깐 멀리 후지 산을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후지 산을 볼 수 있는 시간이 훨씬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사하라 지사 "오염과 전쟁"

1999년 페트병에 디젤차 검뎅이를 넣고 다니며 도쿄 대기오염을 강조했던 이시하라 신타로 전 도쿄도지사. [중앙포토]

1999년 페트병에 디젤차 검뎅이를 넣고 다니며 도쿄 대기오염을 강조했던 이시하라 신타로 전 도쿄도지사. [중앙포토]

1999년 도쿄도지사 선거에서 "도쿄에서 대기오염을 없애겠다"고 공약을 내세운 우익 정치인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慎太郎)가 당선됐다.
 
이시하라 지사는 정례 브리핑에서 경유차가 배출한 시커먼 검뎅이를 담은 페트병을 흔들며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강조하고 대책을 신속하게 추진하지 않는 중앙정부를 강하게 비난했다.

 
도쿄도는 1999년 8월 ‘디젤차 노(No) 작전’을 시작했다. 중앙정부에 앞서 경유차 규제를 시작한 것이다.
미세먼지 배출허용기준을 달성하지 못하는 경유차는 매연여과장치를 달아야만 도심 진입을 허용했다.
 
중앙정부도 1993년에 만들었던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의 특정 지역 총량 삭감에 관한 특별조치법(NOx법)’을 2000년 이른바 'NOx·PM법'으로 개정했다. 총량 삭감 대상에 질소산화물 외에 미세먼지를 추가했고, 2020년까지 환경기준을 달성하기로 목표를 세웠다.
 
2003년부터는 도쿄 외에도 나고야, 오사카-고베 등 대도시 지역에서 본격적으로 자동차 오염 규제에 나섰다.

노후 차량 도심 진입을 상시 규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이 올해부터, 그것도 12월~3월에만 노후 차량 도심 진입을 규제하는 것과 비교하면 16년 이상 앞선 엄청난 결단이었다.

 

전국 초미세먼지 기준 달성률 89.9%

일본 도쿄 시내 전경. 비구름이 끼었지만 시내 멀리까지 내다보였다. 강찬수 기자

일본 도쿄 시내 전경. 비구름이 끼었지만 시내 멀리까지 내다보였다. 강찬수 기자

노후 경유차 운행제한과 연계해 조기 폐차와 매연여과장치(DPF) 부착, 제작차 기준 강화 등의 조치가 이어졌다.

1990년에 구매한 트럭을 2005년까지, 2002년에 구매한 차량은 2011~2012년에 폐차하거나 DPF를 부착하라는 식이었다.
2005년 DPF를 부착할 때 도쿄도에서는 비용의 50%를 지원했다.
 
도쿄도청 테루유키 과장은 “2003년 규제를 시작한 이래 시간이 많이 흘러 이제는 매연여과장치를 부착한 차량도 다 퇴출됐다”며 “이산화질소 농도 100% 목표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와세다대학 아리무라 교수는 “도쿄도에서 미세먼지를 1t을 제거하는 데 900만 엔(9600만 원)이 들어갔지만, 의료 비용 감소와 조기 사망 감소 등 편익은 2276만 엔(2억 4269만 원) 이상인 것으로 나왔다”며 “그 외에도 시정거리 개선 등 계산에 포함되지 않은 편익도 더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전국적으로 초미세먼지 기준 달성률은 2017년 기준으로 89.9%이다.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되는 것은 연간 2회 정도에 그친다. 다음 날 초미세먼지 일평균이 70㎍/㎥가 넘을 것으로 예상할 때 경보를 발령하는데, 2013년 37회에 비하면 크게 줄었다.
 
일본 환경성 수·대기환경국 타카자와 테츠야 대기환경과장은 "초미세먼지 오염이 갑자기 좋아진 것은 아니다"며 "지자체가 엄격한 조례를 마련해 고정 배출원인 공장 매연을 규제하고,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와 운행 제한, 자동차 배기가스 모니터링 등 여러 정책을 꾸준히 시행한 결과"라고 말했다.
 

오존 오염은 아직도 과제

도쿄도청 45층 전망대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도쿄 시내를 휴대폰으로 촬영하고 있다. 강찬수 기자

도쿄도청 45층 전망대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도쿄 시내를 휴대폰으로 촬영하고 있다. 강찬수 기자

하지만 아직은 만족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도쿄 등 대도시 지역, 세토나이카이(瀬戸内海, 규슈·혼수·시코쿠로 둘러싸인 좁은 바다), 규슈 지역 등은 여전히 초미세먼지 오염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규슈 등은 중국 오염 영향도 있다.
 
아리무라 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미달하고 있어 선박에서 배출하는 오염물질 등 오염을 더 줄여야 하는데,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정부가 최근에는 열심히 노력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다 옥시단트(Oxidant) 문제도 남아있다. 옥시단트는 광화학 스모그라고도 하는데, 오존을 중심으로 일부 이산화질소와 판(PAN, Peroxyacetyl Nitrates)으로 이뤄진다.
 
오존주의보는 지난해 80회 이상 발령됐을 정도로 문제가 많다. 옥시단트에 관한 한 환경기준을 달성한 측정소는 전무한 상황이다.
 
환경성 타카자와 과장은 “옥시단트는 휘발성 유기화합물(VOC)과 질소산화물이 원인”이라며 “질소산화물은 크게 줄였지만, VOC는 여전히 문제”라고 말했다.
 
도쿄도에서도 전문가 자문단을 구성, 대기업은 물론 작은 공장까지 전문가를 파견해 VOC를 줄이는 방법을 제시한다. 공장 출입구에 커튼을 설치하고, 수용성 페인트를 사용하도록 하는 등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저공해차에 소비세도 감면 

도쿄 신주쿠 거리. 퇴근 시간을 맞아 사람과 자동차로 붐비지만 공기는 깨끗한 편이었다. 강찬수 기자

도쿄 신주쿠 거리. 퇴근 시간을 맞아 사람과 자동차로 붐비지만 공기는 깨끗한 편이었다. 강찬수 기자

도쿄시는 공기 질을 더 개선하기 위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등에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전기차의 경우 개인에게는 30만엔, 기업에는 25만엔까지 지원한다. 수소 버스에는 250만엔을 지원한다.

 
친환경차에 대한 세금도 감면해주고 있다. 이달부터 소비세가 8%에서 10%로 인상됐는데, 친환경차는 소비세를 8~9%로 유지하는 것이다. 2020년 기준보다 연비가 10% 이상 높은 차량은 소비세를 8%로 유지한다. 내년 10월부터는 2020년 기준보다 연비가 20% 이상 높아야 같은 세금 감면을 받을 수 있다.
 
테루유키 과장은 “현재 수소 버스 10대를 운행 중이지만 내년 도쿄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도쿄 교통국에서는 수소 버스를 100대까지 늘릴 계획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환경성 타카자와 과장은 “유럽과는 달리 내연기관 시한을 정한 것은 없다. 그동안 저감 기술 개발에 매달려온 것도 있는데, 갑자기 전기차로 전환하라고 산업계에 요구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대도시나 규슈 등 환경기준 달성률이 낮은 곳은 공장·자동차 등 오염 원인에 따라 지역 맞춤형 대책을 마련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와사키 천식' 오염 도시, 맑은 하늘 되찾았다

일본 가나가와 현 가와사키 시. 멀리 후지산이 보일 정도로 최근에는 공기가 맑아졌다. [사진 가와사키 시]

일본 가나가와 현 가와사키 시. 멀리 후지산이 보일 정도로 최근에는 공기가 맑아졌다. [사진 가와사키 시]

일본 도쿄만(灣)에 접하고 있는 가나가와 현 북동부의 도시 가와사키(山崎)시.

도쿄와 요코하마 사이에 위치한 이곳은 서울의 4분의 1 정도 되는 144.35㎢의 면적에 인구가 152만 명인 도시다.
 
도쿄를 제외한 일본 21개 대도시 중 면적은 제일 작은 편이지만 인구는 7번째로 많다.
도쿄와도 가까워 수도권에서도 인기 있는 주거지이고, 지금도 인구 유입이 많은 편이다.
 
지난 7월 2일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자동차로 15분 거리에 위치한 가와사키시 환경종합연구소에서 이 연구소의 고바야시 유키오 지구환경·공해감시과장을 만났다.
고바야시 과장은 "지금은 산업이 중화학공업에서 정보통신과 서비스 산업으로 중심이 옮겨가면서 오염과 공해를 극복했지만, 과거에는 가와사키 시는 오염이 극심했다"고 말했다.
 

공해병 '가와사키 천식'으로 고통

과거 1960~70년대 대기오염이 극심했을 때의 가와사키 시. [사진 가와사키 시]

과거 1960~70년대 대기오염이 극심했을 때의 가와사키 시. [사진 가와사키 시]

가와사키 시는 세계 2차대전 전부터 공업지대로 일본 산업을 견인하는 도시였기 때문에 그때부터 오염이 심했다.
 
특히, 고도성장기인 1960년대는 철강업체 등 중공업이 발달했고, 공장들이 배출하는 대기오염으로 인해 천식 환자도 많이 발생했다. ‘가와사키 천식’으로 알려진 공해병이 있을 정도였다. 이 병은 보통 천식과 비슷한데, 기침이 멈추지 않고 나고, 밤에 잠을 잘 수도 없고 숨이 막히는 증세를 보였다.
 
1982년 시민들이 참다못해 정부와 오염 기업을 상대로 소송에 나섰고, 96년 13개 기업과 시민 원고 사이에 화해가 성립됐다. 99년에는 정부와도 화해가 성립됐다. 수도 고속도로 회사와도 합의가 이뤄졌다. 기업과 국가에서 오염 책임을 인정했기 때문에 화해가 가능했다.
 
70년에는 가와사키 시내에 있는 39개 공장과 대기오염방지 협정을 체결했다. 가와사키시에서는 공해 대책 조례를 제정하고, 오염 방지 대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아황산가스의 경우 65년 0.08ppm에 이르렀으나, 79년에는 기준치인 0.04ppm에 도달했다. 2017년에는 다시 0.002ppm으로 줄었다. 40년간 40분의 1로 줄어든 셈이다.
 
중공업에서 첨단산업으로 전환한 것도 대기 개선에 도움이 됐다. 공장들도 오염 상황을 고려해 오염 배출량을 크게 줄였다. 연료를 개선하고, 오염방지 장치도 확대했다. 공장을 한군데로 모으고, 기계도 고성능, 고효율 장비로 개선했다.
 

자동차 배기가스에 대한 규제도  

대기 중 미세먼지를 포집해 측정하는 장비. 강찬수 기자

대기 중 미세먼지를 포집해 측정하는 장비. 강찬수 기자

한편으로 가와사키 시는 자동차 배기가스에 대한 규제도 시행했다. 초미세먼지 오염을 줄이기 위해 경유차도 규제했다.

초미세먼지는 2000년부터 정식 측정을 했는데, 2001년 연간 오염도 ㎥당 23.1㎍(마이크로그램)이었고, 도로변 측정소는 34.5㎍/㎥가 측정됐다.
 
고바야시 과장은 "99년 이사하라 도쿄도지사가 경유차 검뎅이를 페트병에 담아 보여주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는데, 그 영향도 있었다"고 말했다.
시각적으로 사람들에게 느끼게 한 것이 시민들의 오염 예방 노력을 끌어내는 데 큰 효과를 거뒀다는 것이다.
가와사키 시.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건너다 보이는 곳이다. 강찬수 기자

가와사키 시.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건너다 보이는 곳이다. 강찬수 기자

도쿄도와 함께 가나가와 현에서는 노후 경유차 운행하지 못하게 하는 조례를 제정, 초미세먼지가 확 줄어들었다.
대신에 노후 경유차에 매연여과장치(DPF)를 부착하도록 지원했고, 이제는 경유차를 폐차하고 하이브리드 트럭이나 버스를 살 때 지원금을 주고 있다.
천연가스 버스·트럭에도 지원금을 주지만 충전소가 한 곳뿐이어서 충전하는 데 시간 많이 걸리는 편이다.
 
고바야시 과장은 "가와사키 시의 연평균 초미세먼지는 2년 연속 기준치(15㎍/㎥)를 달성했고, 24시간 기준치(35㎍/㎥)를 넘는 날도 없다"고 말했다.
생활환경측정소의 연평균치는 12.3㎍/㎥, 도로변 대기오염 측정소에서도 평균 12.6㎍/㎥ 수준이라는 것이다.
 
도쿄=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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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강찬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