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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해서 어떻게 합치나”…한국당·변혁 특이한 통합

중앙일보 2019.11.14 00:03 종합 14면 지면보기

이 많은 사람이 등장인물 … 협상 실제 키 쥔 사람은 누구? 

전례 없는 기형(畸形)인가, 새로운 형태의 통합 방정식인가.
 

논의 과정으로 본 통합의 역사
3당 합당, 김한길·안철수 합칠 땐
‘은밀 협상→전격발표’의 공식
한국당 “그랬다간 불통 비판 받을 것”

최근 논의되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변혁’(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간 통합 논의를 두고 정치권에서 나타나는 반응이다. ‘기이한 형태’로 보는 이들은 “협상 과정이 더 은밀했어야 한다”고 한다. “원래 그런 일을 할 땐 물 밑에서 협의한 후 합의서에 사인할 때 발표하는 거지 공개적으로 해서 통합이 성사되지 않는다”(홍준표 전 대표), “협의체를 만들어 하는 건 합의 도출도 어렵지만 갈등과 이견이 여과 없이 노출된다”(이혜훈 의원) 같은 평가들이 그렇다. ‘①은밀한 협상 → ②전격적 발표’가 이른바 통합의 안정적 공식이라는 취지다.
 
등장인물이 많다는 점도 특이하다고들 한다. 최근 언론·정치권에서 통합 논의 가담인사로 오르내리는 이들은 한국당에선 김무성·원유철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권영세 전 의원, 변혁에선 정병국·이혜훈 의원, 외부에서는 박형준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이다. 한국당이 통합추진단을 꾸리며 홍철호·이양수 의원 등도 가세했다. 당 총선기획단과 협의를 거칠 가능성이 큰데 그럴 경우 한국당에서만 통합 관련 실무 논의에 참여하는 인사가 10명 이상이 된다. 당 안팎에선 “도대체 통합을 주도하는 게 누구냐”는 말도 나온다.
 
과거엔 어땠을까. 1990년 3당 합당부터 2018년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통합까지 4건의 통합·연합 사례를 분석했다. 은밀한 막후 협상 끝에 전격적으로 통합 발표를 한 경우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적도 있었다.
 
황교안, 유승민, 김무성(윗줄 왼쪽부터), 정병국, 원유철, 오세훈(가운데 왼쪽부터), 권영세, 이혜훈, 박형준(아래 왼쪽부터)

황교안, 유승민, 김무성(윗줄 왼쪽부터), 정병국, 원유철, 오세훈(가운데 왼쪽부터), 권영세, 이혜훈, 박형준(아래 왼쪽부터)

①3당 합당 은밀성(○), 전격성(○)=1990년 1월, 3당(민주정의당·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 합당 발표는 전격적이었다. 그런 만큼 노태우 당시 대통령과 김영삼(YS, 통일민주당)·김종필(JP, 신민주공화당) 총재 사이 ‘빅딜’은 극비리에 이뤄졌다. 홍성철 대통령 비서실장, 박철언 정무장관 등이 관여했다는 후일담이 나왔지만, 당시에도 “여권(민정당)에서조차 극소수만 알았을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했다.
 
극비 협상이었던 만큼 후유증도 컸다. YS의 오른팔이자 상도동계 2인자였던 최형우 전 의원조차 처음엔 “안 간다”고 했을 정도였다. 당시 의원이던 노무현 전 대통령 등은 합당을 거부하고 이탈했다.
 
②DJP연합 은밀성(X), 전격성(△)=1997년 11월, 대선 직전 전격 성사된 김대중(DJ)·김종필(JP) 연합은 비교적 공론화한 상태에서 진행됐다. 1996년 김대중 전 대통령 측은 김종필 전 국무총리와 1년 넘는 협상에 돌입했다. “김대중·김종필 연합은 결코 이뤄질 수 없을 것”(강삼재 신한국당 사무총장)이란 반응이 많았다.
 
마무리는 그러나 전격적이었다. DJ의 박태준 전 국무총리 영입이 열쇠가 됐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DJ가 11월 3일 JP의 청구동 자택을 찾아 협상을 마무리했다. 박 전 총리도 이튿날 자민련에 입당해 총재로 추대됐다. ‘내각제 개헌’ ‘경제부처 임명권은 국무총리(JP)가 갖는다’ 같은 DJ의 통 큰 약속도 있었다.
 
③민주당+새정치연합 은밀성(○), 전격성(○)=2014년 3월, 민주당(김한길 대표)과 새정치연합(안철수 위원장)의 통합 신당 창당 선언은 극비리에 신속하게 이뤄졌다. 김한길 대표가 안철수 당시 의원에게 전화해 통합 논의를 공식제안(2월 28일)하고 사흘 뒤(3월 1일) 둘이 만났다. 오전 2시간 단독 회동에서 ‘신당’에 대한 대략적인 공감대를 이뤘다. 둘은 이날 저녁 일부 배석자와 다시 만나 4시간 넘는 마라톤협상 끝에 ‘합의문’까지 만들었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은 이튿날(2일) 오전 9시 동시에 긴급최고위, 공동위원장단 회의를 각각 열어 신당 창당 소식을 알렸다.
 
④바른정당+국민의당 은밀성(X), 전격성(X)=2018년 2월 합당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합당 과정은 ‘통합추진협의회(통추협)’를 거쳤다는 점에서 한국당·변혁 간 통합 논의와 유사하다. 1월 초 구성된 통추협에서 활동할 각 당 교섭창구도 미리 공개됐다. 국민의당에서는 이언주·이태규 의원, 바른정당에서는 정운천·오신환 의원이 참가했다. 애초 통합 의사결정도 전체 당원투표(국민의당)를 미리 거치는 등 공식화한 상태였다. 양당 대표가 통합선언(1월 18일)을 먼저 하고 신당의 세부사항은 이후 협상한 것도 특이했다. 통합 전당대회(2월 13일)를 거쳐 중앙선관위에 정식으로 합당 등록(2월 19일)을 한 건 통합선언 한 달 뒤였다.
 
한국당 내부에서도 이런 과거 사례를 검토했다고 한다. 하지만 황교안·유승민 대표의 개성이 과거 통합 주체와 다른 점, 각 당의 정치 환경이 달라 같은 방정식을 적용하긴 어려웠다는 게 한국당 핵심관계자의 전언이다. 한국당 핵심관계자는 “황 대표가 과거 YS·DJ처럼 제왕적 리더십을 휘두를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과거 사례를 답습했다면 불통(不通)으로 비판받았을 것”이라며 “지금 상황, 변수에 맞는 새로운 통합 방정식을 써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또 협상 과정이 은밀하지 못하다는 비판에도 “언론에 공개되진 않았지만 지난 두 달간 상당한 물밑 논의가 있었다. 황 대표와 당이 공개한 건 빙산의 일각”이라고 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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