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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시대 노후대비 TDF 어때요

중앙일보 2019.11.14 00:02 경제 4면 지면보기
1년 6개월 만에 1조5000억원의 돈이 몰려든 금융 상품이 있다. 생애주기에 따라 자산을 자동으로 배분해 투자하는 타깃데이트펀드(TDF)다. 지난해 연 7~9%의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저금리 기조 속 투자처를 찾아 헤매던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그 기세에 TDF 순자산은 3조원에 육박했다.
 

젊을 땐 고위험 고수익 주식 등에
은퇴 나이 되면 안전한 채권 투자
1년반새 1.5조원 늘어 3조원 육박
미래에셋·삼성운용 수익률 8%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3일 현재 국내 10개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TDF 순자산은 2조9276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1조3839억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1년새 3배 가까이 늘어났다. 공모펀드 시장의 부진 속 눈에 띄는 성과다.
 
TDF 설정액 추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TDF 설정액 추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TDF는 투자자의 나이에 따라 투자처를 조정하는 ‘맞춤형 연금 펀드’다. 예를 들어 투자자가 젊을 때는 국내외 주식 등 고위험 상품에 투자하고 나이가 들수록 채권 비중을 늘려가는 방식이다. 자산배분 프로그램에 따라 투자가 자동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투자자가 특별히 할 일이 없다.
 
펀드 이름 뒤에 붙는 숫자는 은퇴 시점 또는 ‘목표 연도’를 의미한다. ‘타깃 데이트(Target Date)’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다. 예를 들어 ‘삼성 한국형 TDF 2040’은 2040년을 목표로 현재는 위험자산 비중을 76%로 가져가다가 10년 뒤엔 55%, 20년 뒤엔 33%로 줄이는 방식이다.
 
TDF에 돈이 몰려들고 있는 것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 때문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TDF의 지난해 수익률은 연 7~9% 수준이다. ‘신한 마음편한 TDF 2040’은 11.8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1000억원 넘게 돈이 들어온 대형 TDF 중에서도 ‘삼성 한국형 TDF 2045’가 8.07%, ‘미래에셋 전략배분형 TDF 2025’가 8.10%의 수익을 거뒀다.
 
세제 혜택 등으로 지난해 퇴직연금에 몰렸던 투자자들이 낮은 수익률에 실망해 TDF 쪽으로 발길을 돌린 데다 저금리 시대에 장기·분산투자 상품인 TDF에 갈 곳 없는 여유자금도 유입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TDF 시장의 양대 산맥인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의 경쟁 구도도 시장을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선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래에셋대우 등 계열사 지원 등에 힘입어 올들어만 TDF 수탁고를 6000억원 가까이 늘리며 앞서가고 있다. 현재 삼성운용이 1조152억원, 미래에셋운용이 1조1362억원을 굴리고 있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타사 TDF가 주식과 채권 위주로 투자하는 반면, 미래에셋 TDF는 대체자산에도 투자해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며 “자산배분TDF와 전략배분TDF 두 가지 상품을 내놓은 것도 수탁고 급증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TDF의 순항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시장은 전망하고 있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연금시장이 커지면서 TDF로 계속 돈이 몰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피델리티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생)의 68%는 투자상품 중 TDF에만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보편화돼 있다는 얘기다.
 
정부 정책도 TDF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지난해 8월엔 퇴직연금의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 자산의 100%까지 TDF에 투자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이 개정됐다. 자산운용사 입장에서도 장기간 고객 돈을 묶어둘 수 있어 TDF 시장을 두고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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