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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1명이 결정하는 타다 운명, 그 판사는 소문난 IT 전문가

중앙일보 2019.11.13 16:17
검찰에 기소된 쏘카(타다 모회사) 이재웅 대표. 사진은 지난 2월 미디어데이에서 이 대표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검찰에 기소된 쏘카(타다 모회사) 이재웅 대표. 사진은 지난 2월 미디어데이에서 이 대표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이동서비스 타다 사건이 서울중앙지법 형사 단독 재판부에 배당됐다. 판사 1명이 국회와 정부, 혁신과 불법이란 가치가 맞물린 타다의 운명을 결정짓는다는 뜻이다. 
 

타다 재판, 박상구 부장판사에 단독 배당
IT학회 임원 출신, "신기술에 관심 많아"

타다 사건은 경영진에게 적용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형량(징역 2년 이하, 벌금 2000만원 이하)이 낮다. 그래서 법원조직법상 판사 3명이 결정하는 합의부가 아닌 단독 재판부에 자동 배당됐다. 
 

우연히 IT전문 판사에 배당된 타다 사건 

그 결과 타다의 재판장은 서울중앙지법 박상구(49·연수원 25기) 부장판사로 결정됐다.
 
법원 내에선 이를 두고 "기가막힌 우연"이란 말이 나온다. 박 부장판사가 법원 내 최고 IT전문가로 꼽히는 인물이라서다. 
 
대형로펌의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박 부장판사는 IT와 신기술에 관심이 많고 새로운 변화에 열려있는 인물"이라며 "여러 사회적 갈등이 맞물린 타다 사건을 맡기엔 적임자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거리에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차량과 택시가 거리를 달리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시내 거리에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차량과 택시가 거리를 달리고 있다. [연합뉴스]

"새로운 변화에 열려있는 인물"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동대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박 부장판사는 현직 법관 중심으로 구성된 한국정보법학회 임원으로 재직 중이다.
 
박 부장판사는 법원 내 법관 IT 연구모임인 사법정보화연구회 간사를 맡기도 했다. 한국 정보법학회와 사법정보화연구회 모두 IT 등 신기술의 변화에 따른 법률 문제에 관해 연구하는 학회다. 
 
한국정보법학회 회장을 맡았던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박 부장판사는 IT와 인공지능 등 새로운 분야에 해박하고 법리에도 밝은 판사"라고 말했다. 
 
사법정보화연구회 출신인 전직 부장판사도 "새로운 기술과 변화에 열려있는 동료였다"고 기억했다. 
 

여러 사회적 쟁점 맞물린 타다 재판 

법조계가 박 부장판사의 이력에 주목하는 것은 타다 재판이 가진 고유한 특성들 때문이다.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타다 아웃! 상생과 혁신을 위한 택시대동제'에 참가한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조합원들이 타다 퇴출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타다 아웃! 상생과 혁신을 위한 택시대동제'에 참가한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조합원들이 타다 퇴출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타다 사건은 한국 대형 모빌리티 기업의 불법성을 결정하는 첫 재판이자, 택시업계와 타다가 불법과 혁신이란 가치를 두고 충돌한다는 점에서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그래서 지난달 검찰이 타다를 기소한 뒤 서울중앙지법 형사 단독 판사들은 바싹 긴장했다고 한다. 타다 사건이 자신의 재판부에 배당될까 부담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 변호사는 "타다 사건은 개별 법률은 물론 법의 의미와 사회적 변화까지도 다 녹아있어 박 부장판사의 고민이 깊을 것"이라 말했다.
 
로펌업계 빅3인 김앤장과 태평양, 광장이 최근 타다 변호인 선임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선례가 없는 법조계의 새로운 시장이자 재판의 영역일 수 있기 때문이다.
 

유죄 주긴 아주 쉽고, 무죄 주긴 몹시 어렵고 

하지만 법조계에선 박 부장판사의 이력이 실제 재판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법원은 사회적 변화나 정책 판단을 하기보단 기존 법률을 해석하는 보수적 성격이 짙은 기관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순자 위원장이 여·야 3당 간사들과 승차 공유 서비스 '타다' 관련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박 위원장, 이혜훈 바른미래당, 박덕흠 자유한국당 간사. [뉴스1]

지난달 3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순자 위원장이 여·야 3당 간사들과 승차 공유 서비스 '타다' 관련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박 위원장, 이혜훈 바른미래당, 박덕흠 자유한국당 간사. [뉴스1]

수도권의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법원이 타다의 혁신성을 둘러싼 여러 사회적 논란을 고려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여객운수법이란 기존 법조문만을 따진다면 법원도 검찰의 논리를 벗어나긴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타다는 여객운수법상 11~15인승 승합자동차의 임차 및 운전자 알선을 허용한 예외 조항을 기반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타다의 사용자들이 "타다의 실질을 '렌터카'가 아닌 면허가 필요한 '택시'라 인식하고 있다"며 타다가 불법 유상 운송행위를 하고 있다고 판단해 기소했다. 
 
재경지법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타다 사건은 법관 입장에서 검찰의 해석처럼 유죄를 내리기엔 정말 쉽지만 무죄를 내리긴 정말 어려운 사건"이라 말했다. 
 
택시와 타다 비교해보니.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택시와 타다 비교해보니.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타다, 합의부 재배당 가능성 작아 

타다 사건을 맡은 박 부장판사가 서울중앙지법에 재배당 요청을 할 경우 일련의 절차를 거쳐 타다 사건은 단독 재판부가 아닌 형사 합의부로 재배당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한 현직 판사는 "박 부장판사의 경우 일반 단독 재판부 판사가 아닌 합의부 부장을 맡을 수준의 경륜을 갖춘 기수"라며 "타다 사건과 맞물린 사회적 쟁점이 많을지라도 재배당이 결정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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