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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 빈곤’ 빠질라…한국 가계, 원화 및 부동산 자산 쏠림 심각

중앙일보 2019.11.13 11:29
국내 가계의 원화 및 부동산 자산 쏠림이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외부 충격 및 부동상 시장 장기 침체 등의 변수가 발생할 경우 보유자산 가치가 크게 하락할 우려가 제기된다.
 

메트라이프생명, 현대경제연구원 조사
한국 가구, 자산 70.1% 부동산으로 보유
외화자산 보유가구는 전체 13.3%에 불과

13일 메트라이프생명과 현대경제연구원이 서울 및 수도권에 거주하는 30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공동 조사한 결과 한국 가계는 부동산뿐만 아니라 원화 자산에 대한 쏠림 현상이 심각해 외부충격에 매우 취약한 자산배분 구조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배분비율 등 [메트라이프생명]

자산배분비율 등 [메트라이프생명]

전체 응답자는 자산의 29.9%를 금융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반면 자산의 70.1%는 부동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의 부동산 쏠림 현상은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심해졌다. 조사에 따르면 금융자산 대비 부동산 비중은 60대(80.7%)와 50대(76.3%), 40대(72.5%) 모두 70%를 웃돌았다. 반면 30대 가계의 금융자산 대비 부동산 비중은 49.2%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미국과 일본 자산배분비율 [메트라이프생명]

미국과 일본 자산배분비율 [메트라이프생명]

한국의 부동산 쏠림 현상은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특히 두드러졌다. 메트라이프생명과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의 가계의 금융자산 비중(70%)은 비금융자산 비중(30%)의 두배가 넘었다. 
 
일본 역시 금융자산 64%, 비금융자산 36%로 금융자산의 비중이 더 높았다. 한국은 반면 비금융자산 비중이 80%로, 비금융자산 비중(20%)의 4배나 됐다.
 
한국 가계의 원화자산 편중도는 부동산보다 더 심각했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외화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응답자는 13.3%(133명)에 불과했다. 외화자산을 하나도 보유하지 않은 사람이 86.7%(867명)에 달한다는 얘기다. 외화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들의 외화자산 비중도 9.6%에 그쳤다.
외화자산보유 현황 [메트라이프생명]

외화자산보유 현황 [메트라이프생명]

 
응답자들은 보유자산액 및 소득이 높을수록 외화 금융자산 보유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자산 규모별로 보면 10억원 이상을 금융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사람의 37.8%가 외화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금융자산이 5000만원 이하인 사람 가운데 4%가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응답한 것과 대조적이다. 
 
응답자 중 월 소득이 800만원 이상인 사람 가운데 약 30% 정도가 외화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월 소득이 400만원 이하인 사람 중 외화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10%가 채 안 됐다.
 
소득구간 및 금융자산규모에 따른 외화자산 보유 현황 [메트라이프생명]

소득구간 및 금융자산규모에 따른 외화자산 보유 현황 [메트라이프생명]

현재 외화 금융자산을 갖고 있지 않은 응답자들에게 그 이유를 질문한 결과, '여유자금 부족'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51.8%로 가장 많았다. '정보 부족'이라고 답한 응답자도 33.8%나 됐다. 매달 소액으로 적립해 갈 수 있는 외화 금융상품이 있을 경우 희망하는 '월 납입액'과 '목표 기간'은 각각 29.1만원과 4.7년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원화자산 및 부동산에 대한 쏠림 현상이 심각한 자산배분 구조는 외부충격에 매우 취약하다.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 및 장기 저성장이 현실화될 경우 보유자산 가치가 크게 하락할 우려가 있다. 금융자산 비중을 늘리는 한편 변동성이 낮고 원화가치 움직임과 상관성이 낮은 외화자산을 보다 확대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총괄연구본부장은 "일본이 단카이세대 이후 출생률 저하와 인구 고령화로 부동산 버블 붕괴를 경험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 역시 부동산 장기 침체와 장기 저성장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런 우려가 현실화된다면 보유자산 가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어 대다수 한국 가계가 노년 빈곤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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