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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갈등부터 선거법, 사법개혁까지…현안마다 중재자 역할 자처하는 문희상

중앙일보 2019.11.13 05:00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12일 국회 의장실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과 사법개혁법안, 선거법 개정안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등 정국 현안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회동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문 의장,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임현동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12일 국회 의장실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과 사법개혁법안, 선거법 개정안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등 정국 현안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회동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문 의장,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임현동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최근 주요 현안마다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문 의장은 12일 국회의장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자유한국당 나경원,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를 모아 회동을 열었다. 문 의장의 일본ㆍ멕시코 순방 일정으로 약 2주 만에 열리게 된 정례회동이었다.
 
문 의장은 각 당 원내대표에게 “지난달 31일 본회의에서 164건의 법안이 통과됐다. 그렇지만 여전히 20대 법안 처리율은 31.2%에 불과하다. 이달 중에 본회의를 두 차례 열어 비쟁점 법안 중심으로 처리해주길 바란다. 5당 대표가 논의했던 경제 관련 법률도 처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한민수 국회 대변인이 전했다.  
 
여야는 문 의장 당부에 따라 민생법안 처리를 위해 오는 19일 국회 본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또 빅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한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도 상임위원회 논의 과정을 거쳐 조속히 통과시키기로 의견을 모았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5일 일본 도쿄 와세다대에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국회 제공]

문희상 국회의장이 5일 일본 도쿄 와세다대에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국회 제공]

문 의장은 최근엔 악화하는 한·일 관계를 중재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지난 5일 와세다대 특강에서 강제징용 배상 문제 해법으로 ‘1+1+국민성금’을 제안했다. 양국 기업이 조성하는 기금에 국민 성금을 더하는 내용이다. 문 의장은 이런 내용을 담은 기부금 조성 법안을 국회에서 선제적으로 입법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에 면죄부를 준다는 이유로 강제동원·위안부 피해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여당 내에서도 “너무 설익은 안을 제시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문 의장이 주요 국면마다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보니 오해를 사기도 했다. 이날 국회 의원회관 앞에서 열린 ‘2019 국회 우리 한돈 사랑 캠페인’에 문 의장이 참석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문 의장이 ‘이재명 경기지사 살리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 행사를 경기도가 주최하고, 행사에 이 지사가 참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회 관계자는 “문 의장 지역구가 아프리카돼지열병 위험 지역이었던 경기 북부(의정부갑)이기도 하고, 돼지 가격 폭락으로 농가들이 피해를 보고 있어서 좋은 뜻인 것 같아서 참석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오른쪽 둘째)이 1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앞에서 열린 '2019 국회 우리 한돈 사랑 캠페인'에서 돼지모자를 쓰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경기지사, 이해찬 민주당 대표, 문 의장, 심상정 정의당 대표.  임현동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오른쪽 둘째)이 1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앞에서 열린 '2019 국회 우리 한돈 사랑 캠페인'에서 돼지모자를 쓰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경기지사, 이해찬 민주당 대표, 문 의장, 심상정 정의당 대표. 임현동 기자

문 의장이 남은 국회의장 임기 동안 중재해야 할 가장 어려운 과제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사법개혁안과 선거제 개편안 처리다. 문 의장은 당초 패스트트랙 법안의 본회의 부의 시점을 지난달 29일로 봤다가, 다음 달 3일로 수정했다. 여야 협상의 시간을 준 셈이다. 부의는 언제든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문 의장은 이날 정례회동에서 “정치개혁 및 사법개혁 관련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은 다음 달 3일 이후 본회의에 상정 처리할 예정이다. 여전히 여야 협의를 통해 합의하는 날짜와 합의한 법안이 상정되길 간절히 희망한다. 합의가 최선”이라고 말했다고 한 대변인은 전했다.  
 
문 의장은 그러나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국회를 멈출 순 없다. 국회가 아무 일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이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따라서 부의한 이후에는 이른 시일 내에 국회법에 따라 상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12월 3일 이후 이른 시일 내’ 상정 가능성을 시사함으로써 여야 간 합의를 압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여야 합의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법안의 다음 달 3일 부의는 맞지 않는다. 패스트트랙은 전 과정이 불법”이라고 말했다. 한국당 재선 의원들은 “패스트트랙 법안이 통과되면 의원직을 총사퇴하는 것을 당론으로 채택하자”고 지도부에 제안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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