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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니 정' 아쉬움 그 뒤 23년···아들 정몽규는 아시아나 품었다

중앙일보 2019.11.13 00:03 경제 1면 지면보기
정몽규 회장 (左), 박현주 회장(右)

정몽규 회장 (左), 박현주 회장(右)

‘포니 정’ 아들 정몽규, M&A 귀재 박현주와 아시아나 품다 

 
‘포니 정’의 외아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인수합병(M&A) 시장의 ‘미다스(Midas)의 손’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과 함께 아시아나항공을 거머쥐었다.

아시아나 새 주인 HDC 컨소시엄
고려대 경영학과 선배 박현주
2조5000억 과감한 베팅 조언
정몽규 “모빌리티 그룹 도약 계기”

 
안정적인 재무구조와 풍부한 자금력을 확보한 HDC현대산업개발과 M&A의 큰 손인 미래에셋대우가 의기투합한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12일 아시아나항공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2조5000억원에 달하는 ‘통큰 베팅’이 통했다.
 
국내 2위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을 품에 안으면서 HDC그룹은 건설에 이어 호텔·레저·면세업을 넘어 항공산업까지 사세를 넓히게 됐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정몽규 회장의 표정에선 긴장감이 역력했다. 오히려 그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의미심장한 발언도 있었다. 그는 ‘모빌리티(mobility) 그룹으로의 도약’이란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했다. 정 회장은 “항공 산업뿐만 아니라 나아가 모빌리티 그룹으로 한 걸음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 꼭 좋은 회사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의 부친인 고(故) 정세영 현대자동차 회장은 ‘포니 정’으로 불리며 현대자동차를 글로벌 기업으로 키웠다. 그러나 당시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현대차 경영권을 장자인 정몽구 회장에게 승계하기로 결정하면서, 1996년 정몽규 회장은 아버지와 함께 현대산업개발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정든 회사를 떠나면서 정 회장은 매우 아쉬워했다는 후문이다. 정 회장이 강조한 ‘모빌리티 그룹’ 얘기가 눈길을 끄는 이유다.
 
아시아나 인수전의 또 다른 성공포인트는 정몽규 회장과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과의 교감이었다. 주요 대기업의 불참 소식으로 흥행에 빨간불은 켜졌지만 예비입찰 하루를 앞둔 9월2일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의 참전 소식이 전해지며 판도가 달라졌다. 연합군의 등장은 극적이었지만 양측의 물밑 조율은 아시아나항공이 매물로 나왔던 지난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시아나 항공 매각일지와 추후 일정

아시아나 항공 매각일지와 추후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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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다각화를 모색하던 현대산업개발은 면세점 및 호텔사업 등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매물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아시아나항공이 눈에 들었지만 부담스러운 부분도 있었다. 유력 인수후보자로 주요 대기업이 거론되는 데다 규모도 컸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실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았다.
 
현대산업개발이 미래에셋대우에 컨소시엄 구성을 제안한 이유다. 이와 관련해 정 회장은 12일 기자간담회에서 “무리하면 우리만으로도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수 있는 재정상태는 갖고 있지만 지금까지 여러 M&A를 성공한 박 회장의 안목이나 인사이트(통찰력)를 받고 싶어 같이 하게 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에 박 회장의 역할은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조5000억원에 달하는 과감한 베팅도 박 회장의 조언에 따른 것이란 후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 회장이 입찰 가격 결정과 인수 후 계획 등에 중간 단계마다 고민이 있을 때 박 회장이 적극적으로 조언했고, 정 회장의 결정에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아시아나항공을 잡겠다는 두 사람의 의지도 모두 강했다.  
  
정몽규 “신주 2조 투입 땐 아시아나 부채비율 300% 아래로”
 
정몽규 HDC그룹 회장(오른쪽)이 12일 서울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몽규 HDC그룹 회장(오른쪽)이 12일 서울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예비입찰에 앞서 박 회장이 매각 주간사인 크레디트스위스를 직접 찾아가 이 회사 고위 관계자와 만나 아시아나 인수 가능성을 논의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양측의 분위기에 정통한 관계자는 “정 회장과 박 회장 모두 예비입찰부터 아시아나 인수 열의가 한 번도 식은 적이 없다”며 “아시아나항공을 꼭 가지고 오려면 신주 입찰가격을 높게 제시할 수밖에 없는 데 그 돈은 경영개선이나 기업가치 제고에 도움이 되는 만큼 기본에 충실한 투자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주 인수 가격을 높이는 데 이견이 없었던 건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두 사람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두 분 모두) 아시아나항공은 경영만 제대로 하면 충분히 괜찮은 매물이고 경영 개선을 위한 자금력도 충분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치밀하게 준비해 나설 수 있었던 데는 개인적 친분과 함께 그동안 사업파트너로 인연을 맺으면서 쌓인 신뢰 덕분에 가능했다는 것이 세간의 평가다. 두 사람은 고려대 경영학과 선후배 사이다. 박 회장이 78학번, 정 회장이 80학번이다.
 
양측은 사업 파트너로 이미 굵직한 거래를 이어왔다. 2017년 현대산업개발이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부동산114’를 미래에셋대우에서 인수하며 양측의 거래는 본격화했다. 올해 현대산업개발이 한솔로부터 오크밸리리조트를 인수할 때 미래에셋대우가 인수금융에 나섰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이 소유한 골프장인 블루마운틴 내 세이지호텔 건설 공사는 현대산업개발이 맡아 진행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상태도 대폭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정 회장은 “최종 인수한 뒤 신주로 투입되는 자금 규모는 2조원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렇게 되면 부채비율이 300% 미만으로 내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할 수밖에 없는 미래에셋대우는 구주와 신주를 다 합쳐 최종적으로 지분 20% 미만을 가져가게 된다.
 
현대산업개발의 탄탄한 재무구조에도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올해 상반기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는 9조5989억원, 부채비율은 659.5%에 달한다. 영업손실도 1169억원이다. 향후 실사 과정에서 우발채무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민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건설업은 매우 특수한 산업이기 때문에 다른 업종의 기업이 건설업으로 진출하거나 건설사가 다른 산업으로 진출할 때 실패할 위험이 크다”며 “현대산업개발이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적응할 수 있는 기업 문화 등을 갖추는 게 앞으로의 과제”라고 밝혔다.
 
염지현·강광우·김민중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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