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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칼바람 거세진다…횡령·배임 기업에 이사 해임 요구

중앙일보 2019.11.12 21:10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연합뉴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연합뉴스]

횡령·배임 등의 법령 위반 혐의가 일부 드러난 기업의 이사를 해임하라고 국민연금이 요구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13일 공청회를 열어 이런 내용을 담은 경영참여 목적의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공개한다. 국민연금이 지난 3월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을 요구하며 경영 참여 주주권을 행사한 이후 이제는 모든 기업에 본격적으로 경영참여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국민연금 경영참여 주주권 가이드라인 공개

최경일 보건복지부 국민연금재정과장은 "국민연금의 장기 수익과 주주 가치를 높이고, 주주활동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며 "그동안 단계별로 강도를 높이는 방식을 취했다면 이번에는 기업 상황에 맞춰 필요한 주주제안을 하게 바뀌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센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됐다. 복지부는 국민연금 실무평가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달 중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의결한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횡령·배임 등의 유죄가 확정될 경우 상법에 따라 이사 자격을 박탈하는 '이사의 자격' 조항을 정관에 넣으라고 요구한다. 내부거래, 내부 통제, 준법경영을 담당하는 위원회(사외이사로만 구성)를 이사회에 설치하는 조항을 정관에 넣도록 요구한다. 
 
 
또 이런 기업에 특정인을 사외이사(감사위원)나 감사로 선임하도록 요구한다. 또 임시주총 소집을 청구한 뒤 법령위반에 관련된 이사 해임 주주제안을 상정한다. 법령 위반 우려 기업은 횡령·배임뿐 아니라 부당지원, 경영진의 사익편취 등으로 기업가치가 훼손되거나 주주권익이 침해될 소지가 있는 곳을 말한다.  
 
국민연금은 이사회에 배당정책과 공시를 담당하는 주주권익위원회를 설치하도록 정관 변경을 요구한다. 또 임원보상정책 및 공시를 담당하는 위원회(사외이사로만 구성) 설치를 정관에 넣도록 요구한다. 지속적 반대 의결권도 행사한다. 장기 연임하는 사외이사를 결격 사유로 보는 조항을 정관에 반영하도록 요구하고, 지속적으로 반대의결권을 행사했으나 개선이 없는 경우 이사 해임을 요구한다.  
 
 
국민연금은 기업의 배당정책, 임원보수한도 적정성, 법령 위반 우려 등의 중점관리 기업이나 책임투자 평가에서 2개 등급 하락한 기업을 대상으로 비공개 대화와 공개 대화를 차례로 추진하되 개선되지 않거나 그런 노력이 없으면 경영참여 주주권을 행사한다. 경영참여 대상 기업은 기금운용본부 산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선정해서 기금운용위원회에 올려 결정한다. 수탁자위원회가 주주권 행사를 의결하면 주식 보유 목적을 경영참여로 변경하고, 보유지분 10% 이상 기업의 주식 매매를 정지한다. 
 
 

책임투자 잘해야 위탁운용사 선정

국민연금은 환경·사회·지배구조 등을 반영하는 책임 투자를 국내외 주식과 채권에 적용한다. 책임 투자 요소를 고려해 국내외 위탁운용사를 선정한다. 2022년 책임 투자 요소를 포함한 경우 가점을 부여한다. 2023년 책임투자를 고려한 기금 운용을 모니터링해 평가에 반양한다. 책임 투자에 대한 국민연금을 기본입장 및 세부 원칙을 표명하는 원칙을 제정하고, 적용 대상과 절차를 세부적으로 규정한 지침을 개정한다. 
 

글로벌 추세라지만 우려 목소리 높아

양성일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실장은 "책임투자는 리스크 관리를 강화함으로써 위험 대비 수익률을 높여 장기 수익률 제고에 기여한다. 또한 이는 장기투자자인 국민연금의 투자 철학과 부합하며 해외 주요 연기금도 비재무적 요인을 고려하여 운용하는 것이 이미 글로벌 추세”라고 밝혔다. 양 실장은 “일각에서 기업 통제력을 강화한다고 문제를 제기하지만 국민연금은 기업가치 훼손으로 국민의 자산에 피해가 있는 경우에만 수탁자 책임 활동을 추진할 것이며 기업과 대화를 우선으로 한다. 그런데도 개선되지 않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경영참여 목적의 주주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를 적지 않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행사하면 안 된다. 위탁운영사가 책임지고 운용하게 해야 한다"며 "이렇게 가이드라인 정하면 수익률이 오히려 떨어질 거라고 본다. 경영권 침해로 볼 수 있고, 연금사회주의로 갈 것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이사 해임, 배당 주주제안, 상법에 보장된 주주권 행사는 경영참여로 보지 않는다고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에 나와 있다"며 "기업들이 엄청 신경쓰일 것이다. 경영참여라기보다는 경영 간섭에 가깝다고 우려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국민연금 지분율이 막강한 대주주다. 기업에 좋은 영향 끼친다는 주장도 있지만 대주주가 이래라저래라 하니 당연히 힘들 것"이라며 "국민연금 조직에 얼마나 경영에 전문적인 능력이 있는지 모르겠다. 국민연금이 수익률에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지만 회사의 경영 전문가는 아니다. 그래서 기업 입장에선 부당한 간섭처럼 느낄 수 있을 듯하다"고 말했다. 
곽관훈 선문대학교 경찰행정법학과 교수는 “국민이 국민연금에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하라고 자기 노후자금을 맡긴 게 아니다. 국민연금은 위탁운용사에 맡기고 기금운용위원회는 위탁사가 잘했는지 따져야 하는데, 기금위가모든 걸 결정하면 책임을 아무도 지지 않는다. 책임을 묻지 못하는 상황에서 권한만 강력해지는 것은 문제다. 일반 주주들은 자기가 주주권을 행사했다가 손해 보면 오롯이 자기가 책임을 진다. 그런데 국민연금이 주주권행사를 해서 손해를 보게 되면 그 책임은 국민에게 돌아가는 구조다”라고 지적했다.  
 
 신성식·이에스더 기자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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