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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형이던 혈액형 A형으로…화성 '그형사'에게 나도 당했다"

중앙일보 2019.11.12 17:40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0년을 복역한 윤모씨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0년을 복역한 윤모씨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화성 연쇄살인 사건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호소하는 또 다른 복역자가 재심을 청구했다. 12일 수원지법은 21년 전 일어난 ‘화성 여성 변사체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돼 17년 동안 복역한 김모(59)씨가 재심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재심 청구 날짜는 8일이다.
 
이 사건은 화성 연쇄살인 사건과 관련 없지만, 김씨 측에 따르면 당시 화성경찰서 형사였던 장모씨가 수사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장 전 형사는 윤씨가 "조사 중 가혹 행위를 했다"고 지목한 인물 중 한 명이다. 김씨 역시 "그에게 허위자백을 강요당했다"고 주장했다.
 

17년 복역한 김모씨 8일 재심 청구 

 
1998년 경기 화성시 고속도로변 풀밭에서 여성 변사체가 발견됐다. 서울 한 공장에서 일하던 A씨(40대)였다.
 
경찰은 이 공장을 운영하던 김씨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김씨가 자신에게 빌려 간 700여만원을 갚지 않으면서 오히려 욕설을 하는 A씨를 공장에 있는 둔기로 때려 살해한 것으로 결론 냈다. 
 
1심 재판부는 김씨에게 징역 17년 형을 선고했다. 김씨는 상소했지만 2·3심에서 모두 기각돼 형이 확정됐다.
 
그는 항소심에서 “약 45일 동안 경찰의 집요한 신문에 시달리며 심신이 극도로 피곤한 상태였고 자포자기한 심정이었다”며 “경찰에서 '모든 물증이 확보돼 처벌받을 수밖에 없다'며 겁을 주면서, 자수하는 것으로 처리하면 2~3년 징역을 살면 된다는 식으로 회유하고 속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김씨가 신빙성 있게 진술했고 이를 보강할 수 있는 정황 증거에 따라 김씨를 범인으로 볼 수 있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씨는 복역하던 2013년에도 재심을 청구했지만 역시 기각돼 2015년 출소했다.
 
수원법원 종합청사. [사진 수원지법=연합뉴스]

수원법원 종합청사. [사진 수원지법=연합뉴스]

 

“화성 사건 ‘진범 논란’ 보고 결심”

 
김씨의 변호를 맡은 최정규 변호사(법률사무소 원곡)는 "변사체가 발견된 뒤 경찰들이 김씨 집과 공장에 40일 넘게 상주하며 걸려 오는 전화를 일일이 확인하거나 자식을 언급하면서 허위 자백을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최 변호사는 “피해자가 살해되기 전 김씨와 같이 있긴 했지만 범행을 했다는 직접 증거가 없다”며 “경찰이 처음에는 피해자의 혈액형이 O형이라고 했다가 자백 받은 뒤 A형이라고 하는 등 비과학적 부분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 혈액형이 바뀐 것이 범행 현장으로 알려진 공장에서 A형 혈흔이 발견된 것과 관련 있을 수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김씨는 출소 후 재심 청구를 두고 고민하다 이번 화성 8차 사건의 진범 논란에 장씨가 등장하는 것을 보고 청구를 결심했다고 한다. 법원이 이번 재심 청구와 관련해 관련기관에 사실조사를 요구하면 경찰이 사건을 재수사할 수도 있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과 관련해 장 전 형사를 비롯한 과거 수사 관계자들은 가혹 수사가 없었다고 부인했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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