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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서도 홍콩 갈등…"시위 지지 대자보 찢어져" 목격담

중앙일보 2019.11.12 16:23
12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 정경대학 후문 게시판에 붙은 대자보를 읽는 학생들. 이병준 기자

12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 정경대학 후문 게시판에 붙은 대자보를 읽는 학생들. 이병준 기자

 
12일 오전 11시 무렵, 서울 안암동 고려대 정경대학(정대) 후문은 대자보를 읽는 학생들로 붐볐다. 평소 대자보나 홍보물이 붙는 정대 후문 게시판에는 ‘노동자연대 고려대 모임’(노연)이 쓴 ‘홍콩 항쟁에 지지를!’이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해당 대자보에서 노연은 “지난 8월 홍콩 경찰의 시위 진압을 피하려다 건물 옥상에서 떨어진 홍콩과기대 학생 차우츠록씨가 끝내 사망했다”며 “이미 홍콩 경찰은 8월부터 빈백건, 실탄 등을 발사하며 시위를 강경 진압하기 시작해, 시위 참가자들이 실명되고 다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민주주의와 정의를 염원하는 모든 대학생들과 진보 좌파는 흔들림 없이 홍콩 노동자 청년들의 항쟁을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고려대 중국 유학생 모임’은 반박 대자보를 붙였다. 이들은 “홍콩 시위자들의 행위는 불법적이고 폭력적이며, 시위자 대부분은 대학생이 아니다”며 “홍콩은 중국의 불가분한 일부분으로써 국가통일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홍콩 동포를 포함한 모든 중국 국민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대자보에는 홍콩 시위대가 친중파 남성의 몸에 불을 질렀다고 알려진 사진이 함께 실렸다. 이에 노연 측 학생들은 오후 2시 무렵 “중국 정부의 폭력이 진정한 문제”라는 내용의 재반박 대자보를 부착했다.
 
12일 오전 한 학생이 고려대 중국 유학생 모임이 고려대 정대 후문 게시판에 붙인 대자보에 '사실이 아니다'라고 쓰고 있다. 이병준 기자

12일 오전 한 학생이 고려대 중국 유학생 모임이 고려대 정대 후문 게시판에 붙인 대자보에 '사실이 아니다'라고 쓰고 있다. 이병준 기자

 
학생들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30분 무렵에는 홍콩 출신으로 보이는 학생과 중국인 학생들 간의 언쟁이 벌어졌다. 정오 무렵 대자보 앞에서는 노연 소속 학생들과 중국인 학생들이 대자보 게시 위치 등의 문제로 욕설을 주고받는 일이 이어졌다.
 
학생들에 따르면 11일 오후 3시 무렵, 노연 소속 학생들은 정대 후문 게시판에 해당 대자보를 게시했다. 이후 '게시된 지 1시간만에 대자보가 훼손됐다' '누가 대자보 하나를 막 찢어서 쓰레기통에 버리더라'는 목격담이 페이스북과 고파스(고려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돌았다
 
이후 노연 소속 학생들은 “토론과 논쟁이라는 건강하고 민주적 방식이 있는데 대자보를 훼손하는 것은 비겁한 행위”라며 “훼손을 중단하라”는 내용의 문구를 한국어와 중국어로 써 같은 내용의 대자보와 함께 게시했다. 고려대 총학생회 역시 대자보를 붙여 “대자보 훼손 행위가 반복될 경우 엄중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자는 중국유학생 모임 측에 "대자보를 훼손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지만 대답을 듣지 못했다. 
 
12일 오후 고려대 정대 후문 게시판에 붙은 홍콩 시위 지지 메시지. 이병준 기자

12일 오후 고려대 정대 후문 게시판에 붙은 홍콩 시위 지지 메시지. 이병준 기자

 
일부 학생들은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포스트잇을 정대 후문 게시판에 붙이기도 했다. 오후 3시 무렵까지 부착된 포스트잇은 수십 개에 달했다. 정의당 고려대학교 학생위원회도 “홍콩 시민의 민주화 투쟁을 지지한다”는 대자보를 부착한 상태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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