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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조국 비판 촛불집회 날, 정경심은 차명으로 주식거래

중앙일보 2019.11.12 16:01
8월 23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중앙광장에서 학생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고려대 입학 과정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열고 촛불 대신 휴대전화 불빛을 밝히고 있다. 우상조 기자

8월 23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중앙광장에서 학생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고려대 입학 과정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열고 촛불 대신 휴대전화 불빛을 밝히고 있다. 우상조 기자

검찰이 정경심(57) 동양대 교수를 11일 재판에 넘기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 중 하나는 차명 거래를 통한 금융실명법 위반이다. 정 교수는 조 전 장관이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이후에도 23차례에 걸쳐 차명 계좌를 이용해 주식 투자를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정 교수의 차명 거래 혐의는 구속영장 청구 당시에는 포함되지 않았다가 추가로 들어갔다.
 

조국 "질책 달게 받겠다"는 날, 아내는 차명 투자 

법원에 접수된 정 교수의 공소장에 따르면 정 교수는 대학가에서 촛불집회가 열렸던 8월 23일에도 주식거래를 했다. 당시 서울대와 고려대에서는 조 전 장관을 규탄하는 촛불집회가 처음으로 열렸다. 조 전 장관 딸(28)의 입시비리 의혹에 대한 해명과 수사를 촉구하는 촛불집회는 오후 6시쯤부터 시작해 대학별로 500여명이 모였는데 정 교수가 이날 차명으로 주식 거래를 한 것이다.
 
조 전 장관이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지난 8월 9일부터 9월 30일까지 정 교수는 23회에 걸쳐 종합투자와 선물옵션 방식 등으로 차명 거래를 한다. 8월 22일에도 정 교수는 주식을 매수하고 선물옵션 투자까지 했다. 이날은 조 전 장관이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에 출근하면서 “가족이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이 컸던 만큼 가족 모두가 조심스럽게 처신했어야 했다. 국민 여러분의 따가운 질책을 달게 받겠다”며 "더 많이 회초리를 들어달라"고 밝힌 날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8월 26일 인사청문회 준비단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으로 출근해 기자회견 도중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강정현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8월 26일 인사청문회 준비단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으로 출근해 기자회견 도중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강정현 기자

검찰 "차명투자가 미공개정보 이용 뒷받침" 판단 

정 교수는 검찰이 조 전 장관 일가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전방위적 압수수색을 벌인 8월 27일에도 주식 거래를 계속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그는 이틀 후인 같은 달 29일에도 두 차례에 걸쳐 차명 계좌를 이용했다. 검찰은 차명 계좌의 거래내역을 일일이 확인해 정 교수가 관여한 게 맞는지를 검증한 뒤 공소장에 기재했다고 한다.
 
정 교수가 차명으로 이용한 계좌는 단골 미용실의 헤어디자이너와 페이스북 지인 등의 것으로 총 6개에 달한다. 정 교수는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임명(2017년 5월)된 이후인 2017년 7월부터 차명 주식거래를 시작했다. 검찰은 남편이 고위공직자가 되면서 재산을 공개하고 직접투자가 제한되자 차명을 이용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으로 근무하던 때에 정 교수가 차명 계좌까지 동원해 700회 이상의 주식 거래를 한 것이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를 뒷받침한다고 본다. 정 교수는 WFM의 미공개 호재 정보가 공개되기 전날 단골 미용사에게 계좌를 빌려달라고 먼저 요구했을 정도로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2차전지 업체 WFM 주식을 사면 이익을 볼 수 있다는 판단하에 차명 투자를 했다는 의미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뉴시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뉴시스]

정 교수를 변호하는 김칠준 변호사는 “검찰 공소장에는 사실과 사실이 아닌 것이 뒤섞여 있고 법리에도 많은 문제가 있다”며 “진실은 법정에서 규명될 것이기 때문에 재판절차를 통해 진실을 밝혀나갈 생각이다”고 밝혔다.
 

조국 인지 여부에 수사 초점

검찰은 조 전 장관에게 정 교수의 차명 거래에 대해 알고 있었는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정 교수가 단골로 이용하던 미용실과 처남을 알고 있었던 만큼 계좌 대여 역시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조 전 장관이 알고 있었다는 사실만 입증되면 금융실명법 위반의 공범이 될 수 있다.
 
조 전 장관은 정 교수가 기소된 11일 페이스북에 “명예가 회복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청문회를 준비하던 때에도 부인이 주식을 거래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해명이 필요하게 됐다. 검찰 관계자는 “공범들에 대한 사건 처리는 전체 수사가 마무리된 후 수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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