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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인이상 기업도 38%는 “주52시간, 근로유연성 떨어진다”

중앙일보 2019.11.12 15:23
주52시간제를 지난해 7월부터 적용한 기업(직원수 300인 이상)의 60%는 “(52시간제 이후)근로 시간이 빠듯해졌고, 근로의 유연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2일 종업원 수 300인 이상인 기업 2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의 근로시간 단축 및 유연근로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주 52시간 근로제를 적용한 기업 10곳 중 9곳(91.5%)은 “주 52시간 근로제에 적응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주 52시간제에 적응하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의 60%는 “근로시간의 유연성이 없다”(38%), “근로시간이 빠듯하다”(22%)며 제도가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을 보였다.
‘주52시간제’ 설문해보니.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주52시간제’ 설문해보니.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구체적으로 기업은 현재의 주 52시간제는 ▶집중근로가 불가피한 업종 특성을 반영할 수 없고 ▶고장이나 긴급 애프터서비스(A/S)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우며 ▶신제품ㆍ기술개발 등 성과지향형 업무인 연구ㆍ기술 부문을 위축시킨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대한상공회의소 조사팀과의 심층 면접에서 이런 애로사항을 구체적으로 전했다. A호텔 인사담당자는 “호텔업계는 행사가 몰리는 연말연시를 전후해 4개월 정도 집중근로가 불가피하다”며 “연말은 다가오는데 대책이 없어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기기나 서비스에 문제가 생겨 긴급 A/S가 필요한 돌발상황도 문제다. 생산라인 고장, 긴급A/S 담당자의 근로시간이 주 52시간을 초과한 경우에 발생한 긴박한 상황에는 뾰족한 대응책이 없다는 것이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중견기업 B사는 “제품 생산으로 한창 바쁜 시기에 생산라인이 고장나면 답이 없다”며 “주 52시간을 어기면서라도 급히 고쳐야 할지, 아니면 손실 감수하며 가동을 멈춰야 할지 고민에 빠진다”고 말했다.
‘주52시간제’ 설문해보니.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주52시간제’ 설문해보니.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마지막으로 ‘신제품ㆍ기술 개발’가 위축되고 있다는 우려가 컸다. 성과지향형(연구ㆍ기술) 직무의 경우, 기술혁신 속도가 빨라지면서 제품 출시 주기도 짧아지는데 주 52시간제가 시행되면서 제품기획과 기술개발이 이런 글로벌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가 생기고 있다. 전자업계 대기업 C사는 “제품 수명주기가 긴 기존산업의 경우 단기간에 집중적인 연구개발의 필요성이 적지만, 기술변화가 빠른 ICT 기업은 3개월 정도의 집중 연구개발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국회와 정부에 유연근로제를 확대해 주 52시간제의 우려사항을 보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연근로제란 기업과 근로자가 필요에 맞게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제도로 현행 근로기준법상 탄력근로제, 선택근로제, 재량근로제, 인가연장근로제 등이 있다.  
‘주52시간제’ 설문해보니.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주52시간제’ 설문해보니.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특히, 경영계에선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탄력근로제는 일이 몰릴 때 집중적으로 일하고, 일이 없으면 근로시간을 줄이는 제도로 단위 기간 내에서 1주당 평균 근로시간을 52시간(기본 40시간+연장 12시간)에 맞추면 된다. 대한상의 설문조사에서 탄력근로제 운영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답한 기업(전체의 79.5%) 중 41.5%는 근무계획을 엄격하게 수립해야 하는 점을, 33%는 탄력근무제 단위기간(현 3개월)이 짧다는 점을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현재 국회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6개월로 늘리는 방안을 담은 개선안이 계류돼 있다. 하지만 6개월 이상 상임위원회(환경노동위원회)에서 잠자고 있다. 내년부터 50인 이상~300인 미만 규모의 중소기업들도 52시간제가 적용되는데, 이미 확인된 부작용을 보완할 입법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자 중소기업은 내년 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재근 대한상의 산업조사본부장은 “유연근로제 확대에 대한 오남용 우려도 있지만, 이는 기업의 자정 노력과 정부의 근로감독을 통해 해결하고, 근로시간의 유연한 활용을 위해 제도를 반드시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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