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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살배기가 벌써 다주택자…국세청, 부동산 부자에 칼 뺐다

중앙일보 2019.11.12 12:00
3살짜리에게 현금을 편법 증여해 부동산을 취득한 사례.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3살짜리에게 현금을 편법 증여해 부동산을 취득한 사례.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20대 사회초년생 A씨는 월급 이외에 특별한 소득이 없는데도 '부동산 부자'가 됐다. 기업체 대표인 아버지 B씨가 물려 준 돈으로 고가 주택과 땅을 사들인 것이다. 월급도 평소 근무하지도 않는 아버지 회사에서 받았다. 이 과정에서 증여세나 소득세 신고는 없었다. 국세청은 B씨에게 수억원대 추징금을 부과했다.
 
주택 2채를 가진 세살배기 아이도 있었다. 아버지가 아이 명의 계좌로 현금을 송금한 뒤 주택을 사들이고, 세입자들에게 돌려줄 임대보증금은 할아버지가 내줬다. 이 과정에서도 증여세 납부는 없었다. 국세청은 이들에게도 수억원대 증여세를 추징했다.
 

강남 4구, 마용성 지역 부동산 거래자 다수 포함 

국세청은 고가 아파트·오피스텔 취득자와 고액 전세에 사는 세입자 등 자금 출처가 의심되는 탈세 혐의자 224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12일 밝혔다. 조사 대상자는 차세대국세행정시스템(NTIS)으로 파악된 과세 정보와 국토교통부의 자금조달계획서, 금융정보분석원(FIU) 정보 등을 취합해 선정했다. 주로 서울 강남 4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과천 등 최근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른 지역에서 거래한 사람들이 대상에 포함됐다.
 
탈세 혐의자 중에선 특별한 직업이 없는 20~30대가 부모 등으로부터 부동산 구입, 전세 보증금 용도로 5000만원(증여 재산공제 한도액)이 넘는 돈을 물려받고도 증여세를 신고하지 않은 사례가 다수 포착됐다. 조사 대상자(224명) 중 30대 이하는 165명, 미성년자는 6명이 있었다. 외조모 명의 계좌에 돈을 보낸 뒤 자녀에게 물려주는 방식의 편법 증여 사례도 있었다. 부동산 매매 계약서를 실거래가로 작성하지 않고 거래당사자끼리 짜고 업·다운계약서를 작성한 혐의도 드러났다. 개발 호재가 있는 주변 땅을 헐값에 사서 개발이 되는 것처럼 속여 고가에 되파는 기획부동산 업체들도 세무조사 대상이 됐다.
 

32개 기관 합동 조사로 드러나는 혐의도 조사 방침 

국세청은 이번 세무조사와 함께 지난달 11일부터 착수한 국토부·금융위원회·행정안전부 등 32개 기관 합동 부동산 불법 거래 조사 과정에서 드러나는 탈세 의심 혐의자들에 대해서도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부동산 취득 자금이 기업에서 유출된 경우에는 기업에 대해서도 세무조사를 시행하고 친인척 간 자금 흐름 등도 추적하기로 했다.
 
부동산 증여는 최근 들어 급격히 늘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14년 주택 증여 건수는 6만6893건으로 전년 대비 2.3% 늘었지만, 지난해에는 25.2% 늘어난 11만1863건을 기록했다. 국세청은 2017년 8월 이후 부동산·금융자산 편법 증여와 양도소득세 탈루 혐의 등에 대해 7차례에 걸쳐 2228명을 조사, 4398억원을 추징했다.
최근 5년 간 주택 증여 현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최근 5년 간 주택 증여 현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노정석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자산을 편법적으로 대물림하는 것은 많은 국민에게 상실감을 주게 돼 엄정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 자금을 사적으로 유출하는 등 조세포탈 행위에 대해서는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고발 조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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